임시 그리폰 본부
“네게브 씨?”
“왜 그래? 제리코?”
잠시 이마를 찌푸리던 제리코는 입을 열었다.
“요즘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상? 뭐가?”
“철혈 말입니다. 우리가 철혈하고 전투를 벌이는 비율이 확 줄었어요. 우리뿐 아니라 그리폰 전체가 요즘 철혈 구경하기 어려워요.”
“흐음.”
네게브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철혈, 패러데우스, 정규군, E.L.I,D, 이렇게 넷인데 말야. 철혈 하나라도 줄어든다면 고마운 거 아냐?”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그건 윗사람들이 고민할 문제지, 어? 지휘관이네? 어디 가는 거지?”
“헬리안투스 님, 호출 받고 도착했습니다.”
“앉아요.”
의자를 권한 헬리안은 팔짱을 꼈다.
“장시안, 혹시 6주 전의 작전을 기억하나?”
“철혈 공세 중단 이후 처음 있었던 작전.... 말입니까? 강행정찰 작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특기할 만한 건 없......”
“지휘관이야 그렇게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아니야. AR소대원 중 M4 소프모드가 우연하게 발견한 게 있었지.”
그렇게 말한 헬리안은 곧장 자신의 윗옷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동전처럼 보이는 그 물체를 내려놓은 헬리안은 곧장 그 물체의 가장자리 정점에 붙어 있는 작은 버튼을 꾹 눌렀다.
잠시 뒤, 그 물체는 두 쪽으로 쪼개졌고. 그 사이에서 보석 하나가 굴러 나왔다.
녹색 보석을 잡은 헬리안은 그걸 지휘관에게 내밀었다. 그 보석 아래에는 소켓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뭡니까?”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런 물건 수천 개가 철혈 지역에 살포되었다. 궤도에서 투발한 어떤 물체가 붕괴액 입자, 그리고 대기권 재돌입시의 충격 때문에 산산조각나며 철혈 지역에 흩어진 모양인데, 원래 목표지점은 철혈공조공단 중심지역, 엘더 브레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지.”
“AR소대가 회수한 물건이 그것뿐은 아니다. 이 파편도 근처에서 발견됐지.”
곧장 헬리안은 지퍼백에 들어가 있는 수 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조각을 보여주었다.
그 파편 자체에는 별 특이점이 없었지만, 불타면서 반쯤 지워진 마크는 장시안의 얼굴을 굳혀버리기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건.......”
“그래서 우리는 IOP에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어.”
씁쓸한 표정을 지은 헬리안은 자리에 앉았다.
“이건 일종의 저장 매체다.”
“저장 매체입니까?”
“안에 든 파일은 수천 개? 아마 그 안에 숨겨진 파일들까지 하면 네 자릿수까지 올라갈지도 모르지. 그런데........”
헬리안투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걸 제외하고는 단 한 글자도 해독하지 못했어.”
헬리안투스가 보여준 것은 좌표였다.
“어쩌면 리코의 자료와 관련되었을지도 모르지, 전혀 무관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자네를 선발한 거기도 하고. 아무튼 확실한 건, 철혈의 공세중단이 이 봉인된 파일과 관련되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거야. 현재 404소대가 추가정보 수집을 위해 철혈 지역에 잠입했다. 자네는 즉각 자네 휘하의 전 제대를 지휘해서..... 이 좌표로 가.”
“전 제대를 다 동원합니까?”
“위력정찰 임무야.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 아무튼 남극에 있는 누군가가 철혈과 접촉을 시도했고.... 엘더 브레인은 공세를 중단했다. 이 좌표와, 현재까지 모든 암호해독수단이 통하지 않는 암호문을 수신하자마자 말야. 아무튼, 당분간은 함구해, 특히 안젤리아와 페르시카에게는.”
“아, 젠장.”
“HK416, 보고해, 무슨 일이 있나?”
“45. 상황이 안 좋아. 놈들이 여기서 파티라도 벌이려고 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아까 무선으로 보고한 게 실수였나 봐. 위치추적 기술이 발전했나 보네.”
“지금 간다.”
“너무 적이 많아. 45, 그냥 빠져나가는 게 낫겠어. 교란해줄 수 있어?”
“시도는 해..... 피직!”
순간, 무선이 완전히 두절되었단 걸 깨달은 HK416은 곧장 표정을 굳혔다.
“아, 젠장.......”
철혈의 수가 그야말로 엄청났다. 게다가, 그들은 그녀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지, 반포위 형태로 접근해오고 있었다.
‘암호화 통신인데.... 주파수가 이미 노출된 건가?’
그때,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의 시야가 밝아졌다.
“뭐.... 뭐야!”
엄청난 폭발이 자신의 등 뒤에서 일어났다는 걸 깨달은 HK416은 곧장 폭심지를 바라보았다.
‘붕괴액 폭탄? 아냐, 붕괴액이 감지되진 않아. 대체 뭐가 터져야 저런 폭발력이....... 설마 핵무기인가? 하지만 그러기엔 방사능이 감지되지 않아. 대체 뭐지? 계측 위력상으로는 전술핵, 어쩌면 그 이상급인데.’
버섯구름이 천천히 형성되는 걸 바라본 HK416은 곧장 주위를 둘러봤다.
‘그 휘파람 소리, 분명 근처였어, 날 폭심지를 못 보게 하려고 유도한 거라면...... 분명 이 근처야, 직접 날렸든, 아니면 공습을 유도했든 간에,’
“나와!”
잠시 뒤, 그녀는 곧장 후회해야 했다. 물론 주변에 보이는 거라고는 쓸려나간 철혈과, 유일한 철혈의 생존병력인 파편에 깔린 디너게이트 하나가 전부였다.
‘쓸데없이 위치를 노출했어, 나오란다고 나왔으면......’
“안 나간다면 어떻게 할 건가? 프로이라인(Fräulein)?”
순간, HK416의 마인드맵이 정지했다. 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지도 잠시, 황급히 그녀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 총을 겨누며 엄청난 속도로 마인드맵을 가동시켰다.
‘프로이라인(Fräulein), 독일어로 미혼 여성을 부르는 경칭이지, 독일인인가? 아냐, 확신할 순 없다. 일단 상대의 목소리는 상당한 여유가 있었어. 장난질? 차라리 그렇게 표현하는 게 어울리겠지만 아무튼 날 대하는 태도는 내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을 하고 있다는 건가? 일반적 그리폰 전술인형은 허가 없이는 공격도 못하니 무선을 차단한 이상 선제공격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난 아니란 말이지.’
HK416은 곧장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다음 번은 진짜야, 좋은 말 할 때.......”
“방향이 틀렸어, 아가씨.”
황급히 몸을 돌린 그녀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번에도 다른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피커인가? 아냐! 이건 분명 육성이다. 스피커라면 미묘한 노이즈가 있을 텐데 그런 게 없어. 젠장, 내가 눈치채지도 못하게...... 게다가 분명 동일인이야, 음문 분석 결과 확실해,’
탄창을 간 HK416은 이를 악물었다.
‘날 가지고 놀고 싶은 거냐? 좋아, 놀아주마!’
“HK416! 응답해! 네 위치에서 핵폭발과 유사한 파형의 폭발이 감지됐다. 당장 응답해!”
UMP45는 이미 먹통이 된 무전기를 붙잡고 악을 썼다. 그때, UMP9가 그녀의 어께를 잡았다.
“소용없어, 언니, 조금 전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이 일대에 뭔가 살포됐어.”
“뭔가....... 라면?”
“몰라, 아무튼 위성지도고 뭐고 다 먹통이야.”
“젠장, 폭심지로 간다.”
“좋은 생각이 아냐, 언니, 그쪽으로 지금 온 동네 철혈이 다 몰려오고 있을 텐데........”
“원인은 파악해야 해, 철혈이 핵을 가지고 있는 건지, 그리고 가지고 있다면 그걸 왜 전술인형 한 개체에게 사용했는지...... G11, UMP9, 이견은 받지 않겠어. 따라와. 그곳에 갔다가 즉각 철수한다.”
HK416은 그야말로 미쳐간다는 게 뭔지 실시간으로 느끼는 기분이었다. 패턴을 파악해보려 시도한 뒤, 예상 이동 지점에다 유탄을 갈겨보기도 했지만 상대는 스치지도 않았다며 그녀를 역으로 조롱했다.
이젠 무전까지 동원해 가며 그녀를 약올려 대는 상대를 잡기만 하면 얼굴 가죽을 벗겨버리겠다며 이를 갈던 HK416에게 통신이 또 들어왔다.
“아참, 아가씨한텐 미안한데, 원래 내 목표는 아가씨가 아니었어.”
“뭐야?”
“원래는 UMP45라는 이름의 아가씨였지, 자네들, 404소대의 리더 말야.”
“어디까지 아는 거야!”
“자네들이 수행하는 임무들과 자네들이 헬리안투스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는 것까지? 덤으로 자네들이 원래 그리폰 소속이 아니라 용병이고, 자네들 리더인 UMP45 양이 나비 작전에 참가했으며, 거기서 UMP40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것도 알지. 참고로 크루거는 우리가 데리고 있어, 정규군 손아귀에서 구출해 줬지, 시내의 고급 호텔에서 문자 그대로 아주 훌륭한 대접을 해 주고 있어, 자네들이 들으면 부러워할 만큼, 그는 그럴 가치가 있거든.”
“원하는 게 뭐야!”
“아아, 협력 좀 하자는 거지, 자네들 뿐 아니라 그리폰에게도 비슷한 제안을 할 생각이고 말야. 보수는 다시는 용병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히 주지, 거기서 받는 월급 500년 치쯤 받으면 좋겠나?”
천천히, 머리를 식히며 흥분을 가라앉힌 HK416은 입을 열었다.
“부하 다뤄본 적 있나?” “많지.”
“많은데 이러다니, 넌센스군, 네게 부하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영입하려 하는 걸 상대가 좋아하지 않을 거란 건.......”
그 순간, 그녀의 등에 뭔가가 닿았다. 정확히는 조심스럽게 몸을 돌리다가 어께가 뭔가와 접촉한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꽤 오래 관리하지 못한 긴 머리카락 때문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섞였다.
“물론, 내 뒤통수에 납탄을 박아주고 싶겠지.”
“아는 인간이 이런 장난질을 하나?”
그의 숨결이 자신의 뺨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진저리를 친 416은 몸을 홱 돌렸다.
이미 상대는 사라져 있었다.
“철혈이 움직이려 하는군, 역시 셰이드 필드로는 시간을 많이 벌지는 못하는가?”
“셰이드 필드, 그게 뭐지? 내 느낌에 따르면 그게 내 무전을 완전 먹통으로 만든 범인인 것 같은데 말야.”
“알려줄 의무는? 아직은 너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닐 텐데?”
“비즈니스의 기본이지, 신뢰 아냐? 내가 당신에 대해 아는 거라곤 기분 나쁠 정도로 나와 내 동료들에 대해 잘 안다는 것밖에 없거든?”
“용병 입으로 들으니 조금 신선한데? 내 생각엔 비즈니스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그래서 네가 줄 게 뭔지 한번 상상해 봤는데, 좀 빨랐나?”
“당신이 월급을 제대로 줄지도 신뢰의 영역 아닌가?”
“월급 안 주면 그때 가선 내 머리통에 총을 쏘든 말든 마음대로 하고, 뭐, 알려 주지, 셰이드 필드가 네 무전을 마비시킨 게 맞아. 네 무전뿐 아니라 무선통신이라면 전부 마비시켰지, 특수한 기능을 가진 나노로봇을 대량으로 살포, 이 나노로봇들이 사전에 지정된 시간동안 특수한 방사선을 방출, 노이즈를 만들어 레이더와 무선통신, 심지어 위성사진 촬영까지 봉쇄하지, 이게 가동되는 한, 철혈도 여기서 뭘 할 수는 없어. 진입은 가능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못하지. 그들의 인공지능은 워낙...... 중앙집권적이라고나 할까?”
“표현이 구식이군.”
“후훗, 아무튼 디스트로이어나 알케미스트, 드리머나 에이전트 수준의 고위 간부들이 직접 들어오지 않는 한 철혈이 여기서 활동할 방법은 없어. 그들도 필드 내의 가용 주파수의 대역을 모르면 상호 통신이나 지휘가 불가능하긴 하지만 말야. 기껏해야 혼자 싸우는 정도?”
HK416은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든 대처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걸 보여주어 경계심을 푸는 게 나을 거란 계산이었다. 그래야만 상대를 방심시켜 일격에 처리할 가능성도 생길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아.”
“나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야.”
“물론이지, 네가 대장이 아닌 건 차치하더라도, 너희는 모두 독립된 인격체, 넷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HK416은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뒤돌아 총을 겨눴다. 상대가 그곳에 있다는 걸 짐작했기 때문이다.
아니, 겨누려 했다.
그녀는 자신의 뺨을 찌른 검지손가락이 꽤나 신경쓰였다.
“그거 치워.”
“싫다면?”
“손가락뼈를 가루로 만들어주지.”
“꽤 무섭네.”
그러나 그도 그녀를 적대할 생각은 딱히 없는지, 손을 치우고 뒤로 물러났다.
“좋아, 장난은 이쯤 하지, 네 친구들도 거의 온 모양이니까.”
그제서야 HK416은 상대를 관찰할 수 있었다.
흑색으로 깔맞춤된 상하의, 방탄성능이 있는 걸로 추정되는 전술조끼, 탄창과 수류탄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무장에 대해서는 이미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상대가 권총만 가졌어도 상대하기 힘들 게 뻔했기에.
하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얼굴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처럼 뚜렷한 이목구비,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인공 시야는 그 선글라스를 관통해 그의 얼굴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칠흑색 눈동자와 그와 대조되는 백금발의 머리카락, 얼굴만으로도 주변에 상당한 호감을 줄 수 있을 듯 했다. 아마 진지한 표정을 했다면 꽤나 어울릴 뿐 아니라 주변에 상당한 신뢰도 줄 수 있으리라. 그의 입가에 맺힌 장난기 있는 미소가 그 신뢰도를 꽤 깎아먹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관찰을 지속했다. 관찰은 용병으로써 살아가는 그녀에게 있어, 생사를 가르기도 하는 요소였다. 물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키와 몸무게, 움직일 때 몸에 싣는 무게중심, 주로 사용하는 팔과 시선 처리, 팔다리의 근육의 집적도로 짐작이 가능한 –물론 인간에 한정한 일이긴 하지만- 상대의 주력 전투법, 옷을 구성하는 섬유의 파열 부위와 이를 통한 평균적인 운동 속도와 그에 따른 파괴력의 예측까지,
일단 키가 꽤 크다. 그녀보다 한참, 대충 봐도 180은 확실히 넘어 보였다. 몸매는 상당히 날렵한 편이지만, 그건 키가 커서 생긴 착시현상, 상당히 근육질의 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그녀의 몸을 압박했다.
“인간이야?”
“나랑 비슷한 모델이 있나 보군, 몰랐는데 말야. 혹시 모델명을 말해줄 수 있나?”
“그건 아니지만, 비인간적인 느낌이라서.”
“인형에게 듣자니 재미있는 말이군, 아무튼 네 친구들이 도착했으니, 소꿉놀이는 여기서 끝내지.”
“소꿉놀이?”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리고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대는 곧장 손에 쥐고 있던 콘크리트 부스러기를 집어던졌다.
어느 부서진 콘크리트 벽 쪽으로 날아간 콘크리트 부스러기는 기둥과 벽 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악!”
비명소리가 울렸다.
상대의 태도가 장난삼아 조약돌을 호수에 던지는 듯했기에, 조금 마음을 풀고 있던 416은 그대로 경계와 동시에 그에게 공격을 가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어께를 붙잡았다. 가볍게 잡은 듯했지만, HK416이 느끼는 감각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몸을 돌리지도, 팔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 것이었다.
‘이런 젠장, 무슨 유압 프레스야? 뭐가 이렇게 세!’
고통은 주지 않지만, 꼭... 온몸이 딱 맞는 금속 관에 갇힌 느낌이었다. 416은 상대의 경계가 풀어지는 걸 노려 주도권을 잡으려 했지만, 보자니 그것도 쉬운 게 아닌 듯 했다.
한편, 그녀를 향한 시선들이 있었다.
조금 전
“저놈은 뭐지?”
“모르겠어, 언니, 근데 왜 416언니가 꼼짝 못하고 있지? 인간 같은데 그냥 맨손으로도 제압할 수 있지 않나? 해킹이라도 당한 거야?”
조심스럽게 총을 겨누던 UMP45와 UMP9는 순간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날아오자 긴장했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악!”
UMP9의 머리를 직격한 콘크리트 파편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UMP9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말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그러나, 자매는 고통보다 다른 것에 경악했다. 상대가 여유있게 웃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던졌어! 접근을 파악하고 있던 건가? 어떻게?’
“11! 응답해! 당장! 11! 젠장, 무선이 먹통이었지!”
“무선 마비도 저놈 짓인 거 같은데? 언니?”
“네 위치에서 발포 가능해?”
“안 돼, 416언니가 거의 인질이야. 그리고 움직였다가는 바로 반격당할 거야! 언니는?”
“안 돼, 엄폐물과 416의 몸에 교묘하게 가려져서 쏠 수가 없어. 11은 연락이 안 되고.....”
그때, 그들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근처 바닥에서 카메라만 밖으로 내밀고 있던 디너게이트에서 목소리가 나온 것이었다. 그것도 그동안 들은 철혈들의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부드럽고도 음색이 좋은, 베이스 톤의 목소리, 상당히 목소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무도회장에 온 걸 환영하네, 404,”
댓글과 추천은 소린이 지휘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참고로 제 닉네임도 여기 거랑 똑같습니다...
일단 헬리안은 그리폰에 재합류 성공하고, 카터의 정규군과는 적대화되었다는 설정입니다. 크루거는 감옥에 있다가 ???의 조력으로 탈옥해서 지금은 안전한 장소에 있습니다. 니토에게 넘긴 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애초에 보시는 분이 없는데 걱정할 사람이나 있을까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