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를 앗아간 저 남자를 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미르를 찾는 길에 가로막는 게 귀족이든, 기사든 설령 황제 아니면 이 나라 그 자체라도.
난 아르실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르실이 나에게 집착하는 건 알고 있었다.
이유야 모르지만, 내가 목숨 걸고 미르를 찾으러 간다 하면 방해하겠지.
만약 아르실이 날 방해한다면 주저 없이 쳐낼 것이다.
아르실은 뭐라고 말할까.
처음 봤을 때처럼 어린아이처럼 떼를 쓸까, 아니면 가끔씩 보이는 차가운 모습으로 현실적으로 날 비난할까.
어떤 말이 나오든 내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내 결심어린 외침에 아르실은 돌연 히죽 웃었다.
“헤, 하하하하핫!”
“…….”
“역시, 내 안목은 틀린 적이 없어, 가온, 미르를 되찾고 싶다 했지? 도와줄까? 이 아르실님이 직접 말이야.”
“돕는다고?”
“응, 너랑 함께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목숨이 달린 일에 재미가 있을 거라는 이유로 참여하겠다니.
난 고개를 내저으려다 말았다.
아르실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아르실과 함께하는 핸슨은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미르를 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를 구하는 길에 어떤 방해와 장애물이 있을지 모른다.
그 모든 것들을 조심하고 대비해야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되는 내겐 남은 패는 그녀 뿐, 그녀를 이용해야한다.
이용한다라, 가식적이고 속물적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난 노예다, 아무런 능력도 재주도 없는, 사람보다 못한 노예.
그렇기에 더럽게 싸울 것이다.
일반인들이 나 같은 노예들을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라고 한다.
그래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 불리는 나다, 부정하지 않겠다.
그렇기에 난 더 독해질 것이다, 노예보다 더, 사람만도 못한, 짐승보다 치열하게 말이다.
난 아르실의 손은 잡았다.
피투성이인 내 손이지만, 아르실은 내게 손을 잡히자 깜짝 놀라며 부끄러워했다.
“어, 어멋, 야야, 부끄럽게 왜 이래.”
“도와줘…….”
“헤헷, 드디어 이 아르실님의 도움이 필요해진 거지? 처음엔 그렇게도 거절하더니.”
“그래, 네 도움이 필요해 아르실, 네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해.”
내 부추김에 아르실의 입가가 길게 찢어졌다.
가식적인 칭찬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아르실은 다른 한손으로 피투성이인 내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좋아, 도와줄 게 나뿐만이 아니라 핸슨도 널 성심껏 도울 거야, 다만, 대가 없이 도와주지는 않을 거야.”
“뭐든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뭐든지 할 게.”
“헤헤, 그렇단 말이지.”
아르실은 싱긋 웃으며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무얼 요구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뭘 요구하든 난 성실히 들어줄 것이다.
미르를 구하는 데 있어서 더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했으니깐.
아르실의 입술이 내 귓불에 닿았다.
너무 가까운데.
내 귀에 닿은 아르실의 입에서 싱그러운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대가는 나중에!”
“나중에?”
“응, 대신 이자까지 칠 테니,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대가 이야기를 하는 아르실의 표정은 의미심장했다.
대체 무슨 대가를 요구하려고 나중으로 미룬다는 건가.
목숨이 걸린 일인 만큼 중간에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이런 좋은 제안이 없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이 되든지 언제가 되든지 상관없어.”
“히히, 역시 내 가온 답게 쿨하네! 내 조력도 얻었겠다, 이제 좀 쉬어, 상처가 심해.”
“아니, 쉬는 건 미르를 찾고 나서 쉴 거야.”
몸에서 끝없이 흐르는 피로 이미 정신은 반쯤 나갔다.
하지만, 지금 내겐 1분 1초가 아깝다.
미르를 찾는 데 전력을 다해야한다, 그녀를 찾기 전까지는 쓰러져서 쉬는 일 따윈 없을 것이다.
아르실은 그런 날 안쓰럽게 보며 물었다.
“의지는 알겠지만, 미르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어? 애초에 누가 시켰는지도 모르잖아?”
“아니 알아.”
“안다고?”
“그래, 뒤에 누가 있는지는 안 봐도 뻔해.”
도망친 노예를 잡으라는 의뢰 주는 차고도 넘쳤다.
고작 노예지만, 내게 원한이 있는 이는 많았다.
단지 날 잡으러 왔다면 누가 보낸 건지 몰랐겠지.
하지만, 의뢰인은 나뿐만 아니라 미르마저 잡으려고 했다.
이방인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나 같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데다가 대부분 나라의 요직을 꿰차고 있는 이들에게 함부로 덤빌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의뢰인은 노예인 나 말고도 미르까지 노렸다.
노예와 함께 다니는 이방인, 두 사람에게 원한이 있을 이는 내가 알기론 한 명 밖에 없었다.
10대 가문 중 가장 악랄하다고 알려준 하룬 가의 일원인 하랄드.
그가 보낸 게 분명했다.
미르를 납치해간 그 미친 남자도 배후를 따라가다보면 나타날 것이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게 된 이상 목표는 정해졌다
난 피투성이인 내 손에 주먹을 쥔 채 조용히 외쳤다.
“하룬가, 놈들을 박살낸다, 그럼 미르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십년 넘게 살면서 주인의 명령에만 복종하던 나였다.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는 게 삶의 전부였을 줄 알았던 내게 사람의 따뜻함을 알려준 그녀.
그녀를 빼앗기고나서 난 삶의 이유가 사리졌지만, 동시에 목표가 생겼다.
그녀를 앗아간 모든 것들을 부시고 다시 그녀를 되찾는 것, 살면서 처음으로 난 스스로 목표를 정했다.
자유 해방단, 억압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단체.
차별받는 소수 이민족에겐 합당한 대우를.
천대 받는 직업군을 감싸주고 심지어 노예를 해방시키기도 하는 곳이다.
나라에서 합법인 노예를 마음대로 해방시키는 건 엄연히 불법이지만, 황제가 눈 감고 넘어갈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단체.
이것에 세간에 알려진 자유 해방단의 소문이다.
일반 시민들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소수 인이나 약자들이 동경하거나 경외한다.
그런 자유 해방단의 실상은 소문과는 달랐다.
노예 같은 약자를 구해도 문제가 될 거 같다면 망설이지 않고 버려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적당한 힘을 가진 일반인은 건드릴 수 있어도 귀족이나 지역 유지들에겐 빌빌거리는 게 자유 해방단이다.
자유 해방단의 치부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외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 무너지기에 반드시 다른 세력의 지원을 받아야한다.
자유 해방단을 지원하는 유일한 가문 하룬가.
제국 내에서 이름을 떨치는 10가문 중 가장 더럽다고 소문이 난 하룬가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유 해방단을 지원하지 않고 하룬가는 그들에게 자신의 가문의 뒤처리를 맡겼다.
강도 약탈 도둑질, 심하면 살인까지.
소수와 약자를 위해 싸운다는 본질은 잊혀진지 오래, 자유 해방단은 힘 있는 자의 개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자유 해방단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쿵쿵쿵!
샤로텐 영주가 다스리는 말튼 영지에 속한 자유 해방단 본거지.
그곳에 중갑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와 열을 맞춘 기사들의 행진은 본거지에 있던 자유 해방단 단원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유 해방단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수군거렸다.
“와, 저 갑옷 좀 봐봐, 번쩍 번쩍 한 게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데.”
“무기도 장난 아닌데, 저게 그 유명한 백금 기사단인가.”
“백금 기사단? 그 유명한 대가문의 기사단이 이런 데를 왜?”
“아무래도 들리던 소문이 진짜였나 보네.”
해방단원들은 수군거리며 곁 눈짓으로 걸어오는 기사들을 응시했다.
절도 있게 행진하던 기사들은 자리를 잡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기사들의 행렬 앞에 한 노장이 있었다.
상처 투성이 얼굴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노장은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과 부하들을 바라보는 자유 해방단원들의 시선들이 불쾌한지 노장은 칼칼한 목소리로 말했다.
“쓸 만한 놈들이 없어!”
이 본거지에 있는 이들 중 노장의 눈에 차는 이들은 없었다.
전부 허약하고 약해빠진 녀석들뿐이었다.
이런 놈들이 꼴에 약자들을 보호한다고 나선다니.
노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가주님도 무슨 생각이신지.”
“…….”
“여기 책임자는 어디 있지?”
조용하지만 힘 있는 노장의 외침에 자유 해방단원들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때 누군가의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책임자입니다.”
단원들을 제치고 나온 건 해방단 단원들 중 가장 체격이 좋고 인물이 좋은 남자였다.
남자의 출현에 단원들은 일동 허리를 꼿꼿이 핀 채 인사했다.
“오, 오셨습니까, 단장.”
“지금 저기에 기사단이…….”
“알고 있다, 모두들 입을 다물도록.”
남자의 한 마디에 해방단 단원들은 일제히 입을 꾹 다물었다.
남자의 출현에 노장의 표정이 살며시 변했다.
나타난 남자는 해방단의 단장 하밀부르크였다.
이곳 말튼 도시 소속 자유 해방단의 대장격인 하밀부르크의 힘은 일반 귀족 보다 그 힘이 강했다.
하지만 이 노장 앞에선 하밀부르크의 힘은 의미가 없었다.
하밀부르크는 노장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예를 표했다.
“이곳 말튼 도시 소속 자유 해방단의 단장인 하밀부르크입니다, 카밀 고드프리 경, 이름 높은 백금 기사단의 부단장인 경을 만나 영광입니다.”
그 모습에 노장 카밀 고드프리는 피식 웃었다.
“네 놈이 여기 우두머리냐? 다른 놈들보단 낫지만 조금 더 나은 수준이구나, 눈에 패기가 없어, 요즘 놈들은 다 이 모양인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되도 않는 헛소리는 되었다, 네놈들이 하는 일은 가주님께서 모시는 황제폐하의 뜻과 거스르는 일이다, 반역자들이나 마찬가지인 네 놈들을 마음 같아선 여기서 당장 박살내고 싶은 심정이다.”
꿀꺽.
고드프리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노장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는 모두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카밀 고드프리 기사 가문으로서 이름이 높은 트라야비야 가문의 직속 기사단인 백금 기사단의 부단장이다.
젊었을 적 현 황제의 지휘하에 수백 수천의 전투를 치룬 명장인 고드프리.
고드프리 말고도 함께 온 백금 기사단들은 하나하나가 해방단원들 열 명은 능히 감당할 수 있는 강자들이다.
정말 고드프리가 손가락 까딱만 하면 이곳 자유 해방단은 피바다가 될 수 있다.
그 사실에 해방단원들은 꼼짝도 못하고 숨을 죽였다.
그러나 모두가 벙어리처럼 서 있는 건 아니었다.
해방단원들 중 하밀부르크만이 고드프리의 압박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냈다.
“경께서도 농담이 심하십니다, 정말로 저희를 척결할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하셨겠죠.”
“건방진 것, 부하들 앞에서 위신을 세우기 위해 이러는 것이냐? 하지만, 마음에는 든다, 맞다, 비록 황제폐하의 뜻을 거스르는 너희들이지만, 가주님께서 명하셨다, 네놈들을 도우라고.”
고드프리는 자신을 따라온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한 무리의 기사들이 거대한 상자를 가져오곤 바닥에 내려놓았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상당한 액수와 보석과 금화로 가득했다.
해방단원들은 입이 쩍 벌어지게 놀랐다.
“뭐, 뭐여 저게.”
“저, 저만한 보물을 갑자기 왜?”
“우리 일 년 치 예산보다 많은 거 같은데.”
“일 년 치 예산은 무슨, 우리가 평생 번 돈보다 많은 데.”
술렁거리는 해방단원들을 보던 고드프리는 피식 웃었다.
“그래, 네 놈들은 이만 한 돈을 받기는 커녕 본 적도 없겠지.”
쿵!
고드프리는 손에 든 거대한 깃 창을 땅에 찍어 누르며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위대하고도 드높은 트라야비야 가주께서 명하셨다, 지금 이 시간부로 트라야비야 가는 자유 해방단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 이 금은보화는 그를 위한 지원금이다!”
고드프리의 말에 해방단원들은 사태 파악을 못하고 어리둥절했다.
그들로선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트라야비야, 하룬가보다 격이 높은 제국 내 4대 가문 중 하나다.
함부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목이 날아갈 수 있는 가문이 자유 해방단을 지원한다니.
당황하는 해방단원들을 보고 있던 고드프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런 놈들에게 설명을 할만큼 고드프리는 인정이 많지 않았다.
고드프리가 옆에 있던 하밀부르크에게 눈짓을 하자 하밀부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신 말했다.
“다들 잘 들어라, 우린 지금껏 자유 해방단이라는 단체에 속했음에도 하룬 가의 온갖 더러운 일들을 도맡았다, 지원금을 얻기 위함이라 한들 너무나도 더럽고 추악한 일들이었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위대한 트라야비야 가의 지원을 받아 우리는 새로이 태어난다!”
“새, 새로이?”
“그래, 이미 다른 지부의 단장들에게도 알렸다, 하룬가의 더러운 뒤처리 일은 그만두고 지원도 받지 않을 것이다, 우린 트라야비야의 지원을 받으며 제대로 된 일을 할 것이다!”
“…….”
하밀부르크의 말에 해방단원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남을 돕기 위해 들어온 단체 인데 고통 받는 약자들을 돕는 일보다 하룬가의 뒤처리 일이 더 많았다.
다들 지금껏 내색하지 못했어도 하룬가의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데 신물이 나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턴 그 더러운 뒤처리를 안 해도 된다니.
해방단원들은 흥분 어린 표정을 지으며 앞 다투어 물었다.
“저, 정말입니까, 단장? 그럼 이제 하룬가에서 시키는 일은…….”
“그래 할 필요 없다, 하지만 트라야비야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비공식이다, 저들은 우리를 지원은 하지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돕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는 완전한 독립적인 단체가 된 것이다!”
“오, 오오오오!”
해방단원들은 목청껏 소리 높였다.
이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다.
해방단원들의 환호성 속에서 고드프리는 무심한 눈으로 하밀부르크에게 물었다.
“네 멍청한 부하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네, 사전예고 없이 제 독단으로 진행한 일입니다.”
“독단이라, 편지 한 장으로 대체 어떻게 가주님을 설득한 건지 실토해라, 건방진 놈.”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가주님께서 제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고서 자비를 베푸신 거죠.”
하밀부르크는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겸손한 말에 고드프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겸손이 아닌 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편지를 보낸 건 자신이지만, 편지의 내용을 쓴 건 노예였다.
대체 무슨 내용을 편지에 쓴 건지도 모른다.
절대 편지 내용을 봐서는 안 된다는 노예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게 자신이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고작 편지 한 장으로 대가문 트라야비야의 지원금을 타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예 한 명의 말을 믿고서 벌인 일이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도박이었지만, 덕분에 자유 해방단은 새로운 발판을 얻었다.
잡념으로 가득하던 하밀부르크에게 고드프리의 점잖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말 하나는 잘하는 군, 허튼 소리가 나왔으면 당장 네 목을 쳤을 거야.”
사탕발림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고드프리는 길게 자란 콧수염을 잡아당기며 미소를 지었다.
“듣자하니 자유 해방단에는 이방인들이 꽤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에도 있나?”
“있기야 하지만, 이 지부에는 없습니다.”
“정말인가?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재미없을 텐데, 듣기론 이 지부에 강력한 이방인 한 명이 있다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하밀부르크는 얼굴을 굳힌 채 담담히 말했다.
미르,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를 그녀의 이야기를 하려니 하밀부르크는 속이 쓰렸다.
고드프리는 하밀부르크의 표정을 빤히 보더니 능글맞은 웃음을 지은 채 웃었다.
“끌끌, 뭘 그렇게 깊이 생각을 하는 거지, 이 지부에 있던 이방인이 그만두고 나간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아쉽군, 이방인 중 손가락 안에 드는 강한 이방인이라 들었는데 잡아두지 않은 건가?”
“전 그녀의 의지를 존중합니다.”
“이방인을 사람처럼 취급하는 건가? 생각보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도구라니요, 이방인도 저희와 같은 사람입니다.”
“사람? 아니, 놈들은 사람이 아닌 괴물들이다.”
고드프리는 능글맞게 웃던 미소를 싹 지우곤 진지하게 말했다.
“놈들은 하나 같이 말도 안 되는 능력들을 갖고 있지, 놈들이 조금이라도 불순한 마음을 가진다면 이 제국에는 엄청난 혼란이 생길 거야, 너희 자유 해방단은 놈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
“그들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런 이방인은 없습니다.”
“없는 게 아니다, 드높으신 황제폐하께서 그들을 잘 조율하고 있을 뿐이지, 그들은 하나 같이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