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 제도 앞바다
오션 터틀
언더월드 주 통제실
"저 망할 LA급은? 많이 약올랐겠지?"
"한 바퀴 크게 선회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쪽으로 오려는 것 같습니다."
"거리를 벌리려는거야. 왜? 어뢰라도 먹이게?"
키리토가 혼자서 문답을 하며 중얼거렸다.
미국 잠수함에게 절대로 거리를 두지 않기위해
키리토가 오그마를 통해 변침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에
음탐관인 기룡기사의 보고가 들려왔다.
"어? 방위 3-4-2도 쯤에 접촉발견!"
"3-4-2? 거기서 튀어나올 게 뭐가 있어? 도대체 뭐야?"
예상치 못한 보고에 키리토가 자세한 정보를 재촉했다.
그러나 기룡기사는 뭔가 어려운 듯이 얼굴을 확 찌푸리곤
계속 '아...아...' 거리면서 뜸을 들였다.
"아...소리의 굴절이 심합니다.
소리가 제법 큰 편입니다만...이상하게 잘 안들립니다."
"이 놈 약층에 있습니다. 제 생각엔 잠수함인 것 같습니다."
음탐수의 보고에 조타수가 덧붙여서 키리토에게 말했다.
조타수의 말대로 소리는 큰 것 같은데 굴절이 심하고 잘안들린다면
목표는 멀리 있거나 다른 층에 있는게 확실하다.
왜냐하면
수온약층은 밀도가 높은 차가운 물인 관계로
밀도가 낮은 따뜻한 물인 혼합층 아래에 있게된다.
이런 밀도 차이로 인해 층이 생기게되면 층간의 물질교환이 차단된다.
여기서 차단되는 물질 중엔
물을 매질로 퍼져나가는 소리도 포함된다.
이러한 수온약층과 혼합층, 심해층의 관계를 잘 이용하면
감쪽 같이 숨을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선 어뢰도 회피할 수 있게된다.
"큰 소리를 낼만한게 잠수함밖에 더 있겠어?
그나저나 해상자위대가 재림한거면...상황이 꽤나 골치아프게 생겼는걸..."
"글세요. 미국이 그들이랑 놀리가..."
"흠...지금 여기에서 놀고 계신 양키라면 원숭이 한 마리라도 더 아쉬울 것 같은데...?"
키리토가 장난끼 있는 말투로 조타수의 말을 받아낸 뒤 명령을 내렸다.
"약층으로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수심 110ft로, 잠항각 10도."
바라쿠타 1호기가 따뜻한 혼합층을 지나 상대적으로 차가운 수온약층에 이르자
기룡기사의 헤드폰에서 들리던 잡음이 점점 사라져갔다.
잡음이 사라질수록 정체불명의 소리는 더욱 더 커져갔고
그 소리는 잠수함 소리치곤 제법 큰소리가 되었다.
"아...수중항행음입니다. 거리는 약 6km 정도인데...소리가 뭐가 이리 큰지...
"6km? 342도면 이즈 제도 바깥 쪽인데?
해상자위대인가?
그런데 6km면...왜 지금 발견한거야?"
"양키 녀석 상대하느라 소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흠...근데, 가만...소리가 크다고? 그 자식의 정체가 뭐야?"
"에...이 녀석은..."
기룡기사가
음문의 주파수와 각종 잠수함의 주파수를 대조해보았다.
그런데
주파수를 이리저리 대조해보던 기룡기사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었다.
기롱기사가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컨솔에 나타난 두 주파수는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음탐관! 뭐냐니깐?"
"아...그게..."
잠시 정도 음문 데이터를 살펴보던 기룡기사는
곧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중.......중국의 한급입니다......."
북위 35도 25분, 동경 130도 56분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기함 CV-67 존 F. 케네디 소속
미해군 F/A-18 호넷 워커1
-비익, 비익, 비익.
"이 러시아 새끼들 도망가다 말고 또 무슨짓이야?"
러시아 함대를 쫒아가던 워커 편대의 편대장인 앤드류 존슨 소령이 툴툴거렸다.
러시아 함대의 대공레이더에서 발신되는 강력한 고주파의 전자파가
앤드류 존슨 소령의 전투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존슨 소령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계기반을 바라보곤 편대에게 알렸다.
"Workers, Worker1.
러시아 놈들이 다시 시비를 건다.
아까처럼 대응한다.
2분대는 백파이어를 조준하고 1분대를 날따라온다. 워커8도 날 따라와."
-Copy that.
-Wilco.
아까와 같이 8기로 이루어진 워커 편대는 4대씩 나뉘어서
각기 다른 목표를 노리기 시작했다.
"Here is Worker1. Worker SQ1 hearing.(여기는 워커1, 1분대는 들어라.)
계기 체크 후 무장을 체크한다."
-Roger.
편대장의 지시에 따라 1분대기들이 하나씩 계기와 무장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편대장을 포함한 1분대의 호넷들은 하푼 4발과 암람 4발,
사인드 와인더 2발을 장비하고 있었고
워커8은 하푼 2발과 암람 6발, 사인드 와인더 2발을 장비하고 있었다.
-워커3. 계기 이상 무. 무장 상태 이상 무.
"워커1. 계기 이상무. 무장 상태 이상 무. 모두 이상 없지?"
-Roger.
-Roger.
-Roger.
이제 대함공격을 위해 고도를 약간 낮출 차례였다.
2만피트 상공에서 러시아 함대를 견제하고 있었기에
하푼 발사를 위해선 좀더 저공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었다.
"Check speed six hundred. Altitude setting one zero.(속도 600노트로 변경. 고도 10,000피트로.)"
-Wilco.
존슨 소령은 분대원들에게 지령을 내리면서 조종간을 앞으로 천천히 밀었다.
조종간의 움직임에 따라 호넷의 기수는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워커편대의 1분대기들이 고도를 10,000ft까지 낮추는 동안
존슨 소령은 레이더에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어? Big bird, Worker1. 러시아 함대가 북동쪽으로 변침 중이다. 확인했나?"
-Worker1, Big bird. 확인했다.
현재 버즈 네스트(Birds nest, 새 둥지)가 러시아측에게 교신을 시도하고 있으니
워커 편대는 그대로 경계태세를 유지하라.
"Roger."
존슨 소령은 러시아의 꿍꿍이가 궁금해졌다.
아까 전엔 미함대를 때려잡을 기세로 으르렁대다가 북으로 꼬랑지를 감추질 않나...
이젠 북동쪽으로 변침한 것이다.
뭐 귀환을 위해 침로를 바꾼 것일 수도 있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가정 뿐이었다.
"Worker4. Worker1. 현 상황 보고하라."
-Worker1. Worker4. SQ2의 문제는 없다. We red.
"Roger."
'We red' 라는 것은 조준완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암람을 조준하게되면 전투기의 사격통제장치가
황색에서 적색으로 바뀌기 때문에 'red'라는 말을 쓴 것이다.
-Worker1, Worker4. We are all ready.(모든 준비를 끝맞쳤다.)
"...Roger."
북위 34도 37분, 동경 130도 15분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기함 CV-67 존 F. 케네디 소속
미해군 S-3B 바이킹 실러4
"43번 접촉 상실!"
"젠장! 이 자식 도대체 뭐길래 찌를 물었다 놨다 지랄이야."
연이은 접촉과 접촉 상실 보고에 질린 코너 소령이 화를 벌컥 냈다.
데이튼 중위도 지쳤는지 접촉을 알리는 보고를 할때도
맥빠진 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파일럿! 43번을 중심으로 추적하겠다. 데이튼, MAD를 써보자고."
"Roger."
데이튼 중위는 MAD 패널 앞으로가서 MAD 작동 준비를 하였다.
MAD란
잠수함의 강철이 지구 자기장에 미치는 영향을 수집하여
잠수함의 위치를 알아내는 장비로써 탐지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었다.
실러4라는 코드명을 가진 바이킹은 43번 부이 위를 재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데이튼 중위는 MAD 패널에 나타난 가느다란 선을 보고 소리쳤다.
"MAD에 걸렸습니다. 여기에 있는게 확실합니다!"
"좋아, 시호크의 도움이 필요하겠군."
코너 소령은 목을 가다듬은 후 채널을 존 F. 케네디로 돌렸다.
"Birds nest, Sealer4. 43번 부이에 접촉발견.
MAD 탐지 결과 43번 부이에 잠수함이 있는게 확실하다.
시호크를 파견해달라."
-Sealer4, Birds nest. 알겠다. 그 쪽으로 대잠세력을 증파하겠다.
"Roger."
코너 소령이 교신을 끝마치자 데이튼 중령에 코너 소령에게 말했다.
"그런데 MAD에 탐지될 정도면 상당히 가까이에 있는데 왜 부이엔 안걸리는거죠?"
"놈이 너무 조용하거나 놈이 멈춰있다는거지.
하여간 잠수함이란게 확실해지면 강제부상절차를 밟아보자고.
파일럿! 부이투하코스로!"
"Wilco."
MAD 탐색 이후 고도를 높였던 바이킹은 다시 부이투하를 위해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데이튼 중위는 DIFAR 부이를 확인하곤 부이 투하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코너 소령은 창밖과 부이 디스플레이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이 정도면 되겠어. Buoy away!"
"Buoy away!"
코너 소령의 명령에 바이킹의 하얀 배에서 부이 하나가 쑤욱 떨어졌다.
코너 소령은 부이가 바닷물 속에 쳐박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선을 창밖에서 뗄 수가 있었다.
"부이 상태 이상없습니다. 정상 동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