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중력파 신호를 수신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시간에 수신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러니까 국제 실험 천체물리학 연구소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적어도 태도나 말로서는 말이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그들은 과학자 혹은 공학자였고 재현하지 못하는 실험은 해프닝에 불과하고 해프닝은 과학의 영역에 있어선 안 될 요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째로 중력파 신호를 수신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시간에 수신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러니까 약간은 성급하고 설레발을 잘 떠는 국제 실험 천체물리학 연구소 사람들은 성공이라고 환호하며 주위에 기쁨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신중한 성격의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성공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두 번이나 우연히 예정되어 있던 시간에 예정되어있던 신호를 수신하는 것은 천문학적으로 확률이 낮았으니까.
세 번째로 그리고 네 번째로 그리고 다섯 번째로 중력파 신호를 수신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시간에 수신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러니까 국제 실험 천체물리학 연구소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아니 확신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확신은 지나치게 개인적인 표현이다. 그들의 성공이 증명되고 확정되었다. 우주로 날려 보낸 블랙홀 발생기들이 전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블랙홀을 만들어 내었다.
인류가 드디어 중력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파티가 열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섯 번째 중력파 신호를 수신한 당일 투자자들을 배재한 순수한 연구자들만의 초졸한 파티가 열렸다. 연구소와 숙소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던 술과 음료들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고 연구소 근처에서 배달음식점을 하던 식당주인들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대량 주문에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연구소로 음식을 배달했다.
사람들은 집단을 만들며 지금까지 있었던 노고를 치하하고 연구과정 중에 힘들었던 일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앞으로 그들에게 펼쳐질 황금빛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앞으로 인류가 얻게 될 이득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들은 선지자들이자 개척자이자 선민들이었다.
“여러분!”
한 연구자가이 술이 든 찻잔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몰렸다.
“191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제시했었고 그로부터 100년 뒤인 2015년 LIGO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검출하였습니다! 그로부터 30년 뒤인 오늘 우리는 중력파를 공학으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나 할 수 있습니까? 에너지 문제 해결! 인류의 우주 진출 본격화! 새로운 실험도구들의 개발! 그리고……제가 멍청해서 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사람들이 웃으면서 몇 가지 예시들을 추가했다. 중구난방이라 정확한 의사 전달은 되지 않았지만 감정만큼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단상에 오른 남자는 웃으면서 외쳤다.
“우리가 중력파를 검출한 시간은 고작 0.01초에 불과합니다. 고작 0.01초! 물리학의 세계에선 충분히 긴 시간이지만 우리들의 일상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류에게는 짧은 시간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기도 합니다!”
횡설수설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지금 공유하고 있는 기쁨을 더욱 활발하게 나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단상에 오른 연구자가 술이 든 찻잔을 높이 들며 외쳤다.
“우리는 씨발! 좆나 쩔게 될 겁니다!”
그러했기에 이런 점잖지 못한 표현조차도 용인되고 지지받았다. 사람들은 단상에 오른 연구자의 외침을 따라하며 술잔을 들어올렸다. 단상에 오른 연구자가 찻잔을 비우자 다른 연구자들도 각자가 든 음료들을 비웠다.
단상에 오른 연구자는 환호와 갈채 속에 단상을 내려왔다.
또 다른 연구자가 단상에 올랐다. 사람들은 웃으며 다시 기쁨을 나눌 준비를 하였다. 연구자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앞에 분께서 과거의 사례들을 말하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셨기에 저도 과거의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사람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상에 오른 연구자는 다시 심호흡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45년. 뉴멕시코에 있었던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단상에 오른 연구자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몇몇 사람들은 1945년과 오펜하이머라는 이름의 연관성을 떠올리고는 단상에 오른 연구자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차리고 얼굴을 굳혔다.
단상에 오른 연구자가 휴대폰에 떠 있는 화면을 읽었다.
“‘우리는 과거의 세계로 돌이킬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일부는 웃고, 일부는 울었으며, 대다수는 침묵에 잠겼다. 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비슈누는 왕자가 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그에게 감명을 주기 위해 자신의 여러 팔이 달린 형태를 취하고는 말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아마 우리 모두 어떤 식으로든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단상에 오른 연구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렸다. 단상 위에 있는 연구자는 이어서 말했다.
“여러분. 저도 블랙홀 생성으로 인한 중력파를 검출했을 때 오펜하이머가 인류최초의 핵폭발을 목격했을 때처럼 옛 이야기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불교에서는 바다 건너 보타락이라는 극락정토를 그리워하는 보타락신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일본에서는 이러한 보타락을 찾아 바다로 떠나는 보타락도해라는 수행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보타락도해라는 것이 작은 배에 약간의 식량만 싣고 있을 리 없는 보타락으로 떠나는 자살이나 다를 바 없는 수행입니다.”
단상에 오른 연구자는 목을 축이기 위해 무심코 술을 홀짝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여러분. 보타락도해가 극락정토 탐사를 빙자한 자살인 것처럼 우리의 행위가 진리추구를 빙자한 인류의 자살로 이끄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멍청한 소리 하지 맙시다. 우리는 우리가 확립한 이론과 개발한 장비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핵을 개발한 인류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파티장에 있는 모든 연구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내가 만약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일을 예견했었다면, 1905년에 쓴 공식을 찢어버렸을 것이다.’
여러분 저는 우리가 아인슈타인처럼 훗날에 과거의 성공을 후회하지 않게 되길 간절히 빌고 있습니다.”
단상 위의 연구자는 잠시 머뭇거리고 자신이 뭔가 빠트린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자는 술잔을 들어올렸다.
“여러분. 우리는 좆나 좆된 거 같습니다.”
단상 위의 연구자는 그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박수와 갈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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