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안 황제의 탄생 50주년 기념행사는 자치령 주민들에게 큰 환호를 받으며 순탄하게 치뤄지고 있습니다."
총기를 손질하는 소리.
지지직 거리는 티비의 소리.
곧 정지되고 계속해 유지되는 고요함.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곳에는 황제가 있었다.
테란이 아몬이라 불리는 거대한 적과 맞서 싸운지 긴 시간이 지났다. 발레리안은 연설대에 앞에서 잠시 침묵하며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젤나가라 불리던 고대 생명체. 신과 같은 그 압도적인 힘 앞에서 서로 적이라 믿었던 세 종족이 힘을 합쳐 그들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희생되고 사라져버린 군인들과 영웅들. 이제 남은 것은 자신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외로움을 느끼고 말았다.
발레리안이 연설을 시작하지 않자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발레리안에게 집중하며 그의 태도에 의아해 하는 것을 느꼈다.
"친애하는 자치령 여러분."
발레리안은 천천히 운을 떼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기념행사는 분명 저의 50살을 기념하며 벌이는 축제이지만. 이 기념행사의 주인공은 제가 아닌 자치령 주민들이라 전 생각합니다."
연설을 시작하자 자치령 주민들은 환호를 통해 발레리안을 지지했다. 그 모습을 본 발레리안은 슬쩍 미소 지으면서 연설을 계속해 나아갔다.
"우리 자치령은 늘 위협 속에서 성장해 왔고 그 위협을 이겨내며 결국 승리해 왔습니다. 이 50주년 행사는 테란을 대표하는 저 발레리안 멩스크가 50년 간이나 살아 남아서 여러분 앞에서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축하하는 셈입니다."
발레리안의 짖꿎은 농담에 가벼운 웃음을 터트리고 발레리안은 조금 씩 마음이 편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기념행사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 들이 있습니다. 호러스 워필드. 짐 레이너. 그리고 수없이 많은 자치령의 용사들과 그의 가족들."
숙연해지는 광장. 그 시민들 중에는 눈물을 터트리는 자도 있었다.
"자치령 주민 여러분. 우리의 안전과 번영 속에는 누군가의 눈물과 피가 섞여 있습니다. 우린 기억해야할 책무를 저버려선 안됩니다. 기념행사를 시작하기 전 우리의 번영을 축하하는 연설을 짧은 말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
"감사합니다. 저는 절대 그대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탕.
갑자스런 파공성이 들리고, 발레리안은 자신이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가슴 쪽이 뜨거워 손을 대보니 피가 나오고 있었다. 분명 소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귀가 먹먹해져서 그런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발레리안은 눈은 서서히 감겼다.
'이제야. 그대들을 만나는 군요. 그리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발레리안은 그리운 그들을 만났다.
그리고 테란은 누구보다 어질고 헌신적이었던 성군 발레리안을 잃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