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도중에도, 내 표정이 일그러지는 도중에도, 여전히 벚잎은 떨어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시간이라도 멈추지 않는 이상. 벚나무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지 않은 이상.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벚의 꽃잎은 중력에 몸을 맡겨 팔랑팔랑 떨어질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기에.
단지 당연한 이치라고 자연이 속삭이기에, 벚나무는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며,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아름다움을 자아낼 것이겠지.
하지만 지지 않는 푸르른 벚나무는,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계절이 바뀌어 꽃이 지는 것조차 거부하기에.
단어 그대로 자연을 거스르는, 기적의 형상이라 불러도 좋을 강인함의 거목.
만일 그 지지 않는 벚을, 푸른 벚꽃을 만개시킬 수 있는 존재라면……단지 자연은 그 존재 앞에서 꼬리를 숨길 수밖에 없으리라.
자연을 모방한 예술. 그리고 예술을 모방하는 자연. 그 자연을 거스를 수 있는……어떤 예술가라도 도달할 수 없었던 순수함의 경지.
깨진다.
푸른 벚의 꽃잎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지 않기에, 단지 흐트러져, 깨져간다.
공간이 일그러져, 그 거대한 옥체가 뒤틀려, 벚잎이 일그러 깨져나가며 허무한 허공을 가득 메우며, 빛나며 아름답게 떨어지는 벚잎.
하지만 그것은 푸른 벚을 꽃피운 사람이 자연보다 약해진 존재로 변하였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기적은, 누군가에게는 저주로 다가올 수 있기에, 단지 기적의 거체인 푸른 벚꽃이 누군가에겐 저주의 거체로 비춰질 수 있기에.
그 모두를 이해하기에, 받아들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따스함의 상징.
깨진다.
깨져 흐트러진다.
일그러져, 빛나, 따스하게 떨어진다.
비로소 벚이 지는 것을 슬피 여기던 예술가는 깨닫는다.
벚이 지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여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것뿐만이 아닌……자연과. 자연에 속한 모든 생명들을 이해하기에, 받아들이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따스함의 상징.
그렇기에 봄이 지나─여름을 맞은 벚잎은 더 아름다울 미래를 믿으며 벚잎을 허공에 흩날린다.
푸른 벚꽃을 꽃피웠던 벚꽃의 예술가는 그렇게, 진정한 자신의 따스함을, 아름다움을, 예술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