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남해는 책상에 엎어져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꿈과도 같은 학교인 듀얼 아카데미아. 다들 장대한 꿈을 가지고 이 학교에 발길을 들였지만, 남해는 달랐다.
듀얼은 좋아한다. 그러나 이걸 생업으로 삼을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그렇지만 남해는 이곳에 실력을 인정받고 ‘특례입학생’으로 들어오게 됐다.
입소문을 타고 애들 사이에선 남해에 대한 소문이 서서히 퍼져나갔고 개중에선 남해에게 승부를 걸어오는 학생들도 몇 명 있었다.
지민 이후로 승부를 걸어온 상대들은 전부 격파해내긴 했다.
하지만 원래 세상에서도 한번 제대로 머리 싸메고 하면 피로가 몰려오는 것이 듀얼인데 그걸 솔리드 비전과 함께 하루에 몇 번씩 사력을 다해 반복하는 건 체력적으로 너무 벅찬 일이었다.
상대의 에이스가 지축을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거린다.
가이저가, 클리어윙이 상대와 충돌할 때마다 호흡이 가빠진다.
어째선지 몬스터가 소환되지 않을 때는 피가 멎는 것만 같고, 어떻게든 소환해내고 나면 전력질주라도 한 것처럼 힘이 쭉 빠진다.
아직도 그리온간드는 말을 듣지 않는다. 피닉시온도 마찬가지.
그거 말고도 소환이 안되는 몬스터가 수두룩하다. 이런 반쪽이 엑스트라로 대체 뭘 할수 있을까.
...그리고 가이저는 대체 뭘까?
“...지친다...”
“야 니가 뭘 했다고 지치냐 새꺄.”
“듀얼...”
“그래서 이겼어?”
남해의 앞자리에 앉은 준오가 몸을 돌려 말을 걸어왔다.
남해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움찔거렸다. 이겼다는 뜻이었다. 준오는 놀랍다는 듯 하, 하고 움찔거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야 넌 무슨 싸움닭이냐? 무슨 붙을 때마다 다 이겨야 성이 차?.”
“그래도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준오는 잠시 남해의 정수리를 빤히 바라보며 남해의 듀얼에 대해 생각했다.
남해의 듀얼 방식은 실력만큼이나 이질적이었다.
마치 레고블록을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것처럼 몬스터가 나오다가 때가 되면 레고블록이 재조립되며 하나의 모형으로 완성되는 것 같았다.
지민의 템포형 덱과는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부정적인 표현을 쓰자면 마치 모든 카드가 승리라는 완성품 하나를 위한 부품 취급인 것 같았다.
듀얼리스트에게 카드는 동반자라는 당연한 상식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덱이 멀쩡하게 회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야, 너 오늘 또 붙을 놈 있냐?”
“아니.”
“그럼 학교 끝나고 한판?”
남해는 준오의 말에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여기서 거절할 핑계도 없었다.
남해가 머뭇거리는 사이 수업종이 쳤고 준오는 몸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그럼 뒷문에서 보자!”
...하교길에 뒷문에서 준오는 당당하게 D-패드를 차고서 남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해는 그런 준오를 보자 괜히 투쟁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엑조디아랬나?”
“그건 지면 안되는 빡겜 할 때 쓰는 거고. 즐겜할 땐 딴 덱이지.”
준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평소에 차던 덱 케이스가 아닌 황토빛 덱 케이스 안에서 덱을 꺼내 패드에 집어넣었다.
남해는 평소대로의 수정룡성을 꺼내 패드에 장착했다.
“자, 듀얼!!”
저건 무슨 덱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준오가 먼저 패를 뽑았다.
“내가 먼저 간다! 먼저 [노기토기]를 일반 소환!”
[노기토기/Lv2/500/500]
준오의 필드에 카드가 생겨났고 그 위에 붉은 항아리가 나타났다.
항아리 안은 어두컴컴했지만 붉은 눈동자 하나가 이리저리 구르며 주윌 둘러보다가 남해를 발견하고 시선을 고정했다.
기분은 나빴지만 가이저만큼 징그럽진 않았다.
“패에서 레벨 3 암석족 몬스터 [암석의 파수병]을 버리고 노기토기의 효과로 덱에서 [엘렉트로 마그넷 워리어 β]를 특수 소환하고...
베타의 효과에 따라 덱의 [마그넷 워리어 δ]를 서치할게.”
마그넷 워리어 덱.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을 무렵엔 ABC의 하위호환이란 평가도 들었지만 고성능의 암석족 서포트들로 중무장한 덱이니 방심은 금물.
애초에 이곳과 원래 세상의 듀얼 메타 자체가 다르니.
“그리고 패의 [트랜스턴]을 발동해 노기토기를 릴리스해 레벨이 하나 더 높은 [엘렉트로 마그넷 워리어 γ]를 특수 소환!
여기선 감마의 효과로 패의 델타를 특수 소환하고 델타의 효과로 [마그넷 워리어 γ]를 덱에서 묘지로 보낸다!”
[엘렉트로 마그넷 워리어 β/Lv3/1500/1500]
[엘렉트로 마그넷 워리어 γ/Lv3/800/2000]
[마그넷 워리어 δ/Lv4/1600/1400]
“카드 한 장을 세트하고 턴 종료다!”
-박준오/LP 8000/패 1장
벨세리온 축이든 발키리온 축이든 델타는 경계대상이다.
이미 묘지에는 감마가 있고 엘렉-베타와 엘렉-감마의 효과로 자신을 릴리스해 묘지에 마그넷 워리어를 더 쌓으면 델타의 효과 발동 조건은 충족되고 그 상태에서 델타를 건드리면....
“드로우.”
-강남해/LP 8000/패 6장
방금 뽑은 카드는 [바늘벌레 소굴]. 남해는 패를 살피다 [수룡성-비시키]를 뽑아들었다.
“몬스터 한 장을 세트하고 카드 두장을 더 엎어두고서 턴 종료야.”
“엔드페이즈에 체인! 엘렉 베타와 감마를 릴리스해 [마그넷 워리어 α]와 [마그넷 워리어 β]를 특수 소환!”
-강남해/LP 8000/패 3장
두 마그넷 워리어의 조각난 부품들이 공중을 한바퀴 빙 돌았고, 다시 부품이 재조립되자 아까와 모양도 색도 달라진 부품들은 또다른 마그넷 워리어의 모습으로 재조립되었다.
[마그넷 워리어 α/Lv4/1400/1700]
[마그넷 워리어 β/Lv4/1700/1600]
“내 차례다!”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뽑은 준오는 그중 한 장을 뽑아 필드로 냈다.
“먼저! [블록 골렘]을 필드에 일반 소환하고, 블록 골렘의 효과를 발동! 묘지의 몬스터가 전부 땅속성일 경우,
자신을 릴리스 하는 것으로 레벨 4 이하의 암석족 몬스터 두장을 소생시킨다!”
“뭐?”
남해는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잠깐, 지금 준오의 필드에... 설마? 아니겠지. 설마?
“소생시킬 몬스터는 엘렉트로 베타와 감마!”
[마그넷 워리어 γ/Lv4/1500/1800]
날개가 달린, 꼭 천사같은 이미지의 땅딸막한 로봇이 준오의 등 뒤에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준오의 옆에서는 방금 조각조각 분해됐던 엘렉트로 베타가 필드에 생긴 구멍 안에서 뛰어나왔다.
“그리고 알파, 베타, 감마를 합체! 마그넷 퓨전 승인!!”
철컥, 콰앙-!!
남해는 설마 하던 그것의 등장에 할 말을 잃고 준오의 필드를 멍하니 쳐다봤다.
“N극 감도 양호! S극 감도 문제 없음!”
지이이잉... 텅!! 짤깍, 짤깍!
세 마리의 마그넷 워리어는 하나하나 부품이 분리되고 한 지점에 모여 새로운 모습으로 조립됐다.
제일 먼저 조립된 머리에서 벼락이 쏟아지며 인간의 몸통 같은 모습으로 전기가 뻗쳐나가며 차근차근 부품들이 제각기 몸통과 팔, 다리의 자리로 날아와 합체하는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각 부품 전력상태 올 그린!”
키기기기기기- 이이이- 잉-!!
이 장면 어릴 적에 TV에서 본 적 있었다. 그때보다 더 강렬하고 화려한 모습이었다.
팔이 몸통으로 날아와 푸른 불꽃을 튀기며 합체하고는 주먹을 한번 쥐었다. 폈다.
우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느리게 날아온 하반신이 철컹!! 하는 굉음을 내며 몸통과 완전히 달라붙었다.
등에 달라붙은 날개가 끼기긱 소리를 내다가 한껏 펼쳐지며 사방에 튀기던 불꽃이 잦아들었다.
마지막으로 머리가 합쳐져 새로운 머리가 되고, 나사를 조이듯 느리게 끼기긱 돌아가다가 거친 충돌음과 함께 접합부에서 불티를 튀기며 고정됐다.
그렇게 세 마리 마그넷 워리어의 부품들은 익숙한 실루엣 하나로 완전히 변해있었다.
“가자, 출동이다. 그 위용에 취해라! [자석의 전사 마그넷 발키리온] 지금 이곳에 등장!!”
[자석의 전사 마그넷 발키리온/Lv8/3500/3850]
준오는 왼팔에 D-패드의 무게를 담아 검지를 한껏 치켜세우고 앞으로 휘둘렀다.
분위기가 잔뜩 달아오른 준오와 다르게 남해는 발키리온을 보자니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 공격력으론 원래 세상에서 자신이 애용하던 그리온간드마저 가볍게 넘어가는 3500이나 된다. 단순하게 공격력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상대다.
세트된 몬스터는 [수룡성-비시키]. 한방은 확실히 막을 수 있지만, 여전히 준오의 필드엔 델타가 남아있다.
“그리고 내 몬스터는 엘렉베타, 델타, 발키리온. 이렇게 셋 다 암석족이니까, [암석의 파수병]의 효과 발동!
자신을 소생시켜서 엘렉베타와 오버레이할게! 석화의 눈동자, 랭크 3 [고르고닉 가디언]을 수비표시로 소환!”
[고르고닉 가디언/Rk3/1600/1200]
“간다! 배틀!! 마그넷 발키리온으로 세트된 몬스터를 공격! 마그넷 배쉬!!”
콰앙-!! 마그넷 발키리온이 들고 있던 검으로 남해의 필드에 세트된 카드를 강하게 내리쳤다.
카드가 앞면표시로 바뀌며 껍질을 내밀고 있던 비시키의 모습이 드러났고 사방으로 물보라를 튀기며 비시키는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비시키의 효과 발동! 덱에서 룡성 한 장을 공격표시로 불러낸다!”
남해는 패드에 토우테츠의 이름을 입력하려다 멈칫했다. 여기서 공격표시로 룡성 몬스터를 불러낸다면 틀림없이 델타가 들이받는다.
그러면 두 번째 발키리온에게 역공을 맞고 더 큰 데미지를 입을 게 뻔하다.
분하지만 여기선 물러나야 한다. 남해는 토우테츠의 이름을 지우고 대신 다른 이름을 입력해나갔다.
“내가... 부른 몬스터는 [광룡성-리훈].”
“그렇다면 델타로 리훈을 공격한다!”
비시키의 안에서 솟아난 정수는 빛을 발하며 물고기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갔지만 채 완성되기도 전에 마그넷 워리어 δ가 발사한 전기다발을 맞고 다시금 정수만을 남긴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남해/LP 8000 → 6400
“다시 리훈의 효과로 덱에서 [풍룡성-호로우]를 수비표시로 불러온다!”
“그럼 메인 페이즈 2에서 고르고닉 가디언의 효과 발동. 한턴에 한번 필드에 있는 공격력 0인 몬스터 하날 파괴한다. 이걸로 끝이야!”
고르고닉 가디언의 두 눈이 번뜩이자 남해의 필드에 있던 녹색의 비룡은 점점 돌처럼 굳어가다가 바닥으로 추락해 박살이 나버렸다.
그 안에서 간신히 추려낸 정수만이 다시 떠올라서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박준오/LP 8000/패 없음
“드로.”
호로우가 리쿠르트한 몬스터는 [염룡성-슌게이]. 여전히 발키리온과 정면승부를 낼 정도로 강한 카드는 아니다.
남해는 패를 살피다가 한 장을 뽑아들었다.
“패에서 [크리스트론-시스트번]을 일반 소환하고 슌게이를 대상으로 효과를 발동.
슌게이를 파괴하고 덱에서 튜너 몬스터 [크리스트론-쿠온]을 특수소환한다!”
남해가 몇 번이나 사용해온 콤보다. 룡성의 유지력을 바탕으로 몬스터를 남기고 남긴 몬스터를 크리스트론으로 파괴해 덱에서 몬스터를 부른다.
그리고 파괴한 몬스터는 다시 덱에서 새로운 룡성을 불러온다. ±0인 크리스트론의 효과를 +1로 만들면서 레벨 합계까지 끌어올리는 이 덱의 의의 그 자체.
“슌게이의 효과로 불러낼 몬스터는 [지룡성-헤이칸]! 그리고 이때 리훈이 묘지에서 부활한다!”
속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남해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패드를 조작해 1.3.3이란 숫자를 입력했다.
이윽고 패드에는 7이라는 숫자가 출력됐다.
“레벨 1 쿠온에 레벨 3 시스트번과 헤이칸을 튜닝! 대지를 가르고 일어나, 지금 적의 숨통을 물어뜯어라! 레벨 7 [사룡성-가이저]를 싱크로 소환!!”
[사룡성-가이저/Lv7/2600/2100]
쿠온은 빛의 고리로 변해 헤이칸과 시스트번을 감쌌고 여섯 개의 별이 된 두 몬스터는 빛의 기둥으로 변해 이내 핏빛 눈동자의 흑룡으로 모습을 바꿨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힘껏 포효하던 가이저는 남해를 한번 흘겨보다가 발키리온에게로 시야를 돌려 앞발을 구르고, 양 주먹을 부딪치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했다.
“허세부리지 마. 너보다 공격력 1000점 가까이 높아.”
남해가 괜히 한마디를 꺼내자 가이저의 행동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남해는 대체 얘 뭐지? 내 이야기라도 알아듣고 있나? 생각하며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가이저를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패드를 조작했다.
남해가 가이저를 한번 누르고 리훈과 발키리온을 빠르게 터치하자 리훈의 정수가 가이저에게 흡수됐다.
“가이저의 효과 발동, 상대 몬스터와 내 필드의 룡성 몬스터 한 장을 선택해 파괴한다! 흑랑아!”
가이저가 입에서 시커먼 소용돌이를 뿜어내 발키리온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발키리온이 부식되며 바람에 섞여 흩날렸고 가이저는 한번 콧김을 뿜으며 자랑스레 상반신을 크게 흔들었다.
“배틀! 가이저로 고르고닉 가디언을 공격, 폭룡파!”
“고르고닉 가디언의 효과를 발동! 가이저를...”
콰아아아아-!!가이저가 입에서 시커먼 번개를 쏘아서 고르고닉 가디언을 공격했다.
고르고닉 가디언의 두 눈이 번뜩이며 가이저를 돌로 만들려 했으나, 가이저의 몸이 한번 흐릿해지자 돌처럼 굳어가던 팔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고 연이은 공격에 가디언은 돌조각으로 변해 우수수 바닥에 쏟아졌다.
“대상으로 찍을 수 없거든!!”
비록 자기 효과로 소생한 리훈은 턴제약으로 인해 리쿠르트 효과를 쓸 수 없고 제외되지만 발키리온을 날려버린 것만으로도 수확이다.
게다가 헤이칸까지 사용한 가이저다. 전투로 돌파될 걱정도 한시름 덜었다.
문제는...
“턴을 마친다.”
-강남해/LP 6400/패 3장
준오의 필드 위에 앉아있는 마그넷 델타로 인해, 두 번째 발키리온의 등장은 이미 확정되었다는 것이지만.
“드로.”
준오는 방금 드로우한 카드를 그대로 세트하고 패드를 슬라이드해서 배틀 페이즈로 바로 돌입했다.
밋밋하게 서있던 델타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자세를 잡았다.
“배틀! 델타로 가이저를 공격!”
델타가 가이저를 향해 뛰어나왔다. 가이저와 비교하면 강아지와 코끼리 정도의 덩치 차이가 있는 델타는 가이저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가이저가 꼬릴 한번 휘두르자 일격에 델타는 핵만 남기고 파괴되었다.
그때, 빠찍!! 하고 델타의 핵에서 전기다발이 주위로 뻗어났다.
그리고 바닥에서 나온 세명의 마그넷 워리어들은 델타의 핵을 중심으로 사지가 분해되고 재조립되며 또 다른 발키리온의 모습으로 변했다.
-박준오/LP 8000 → 7000
“델타의 효과로 묘지의 마그넷 워리어 셋을 제외하고 덱의 발키리온을 소환한다! 출격이다. 발키리온 2호!”
두 번째 발키리온이 날개를 펼치고 가이저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검격과 함께 사방으로 불티가 튀겼고 가이저의 한쪽 팔이 뜯겨나가는 동시에 흙더미로 변해 사방에 뿌려졌다.
그리고 남해가 가이저의 상태를 확인하던 그때 가이저의 등 뒤로 발키리온의 칼끝이 삐져나왔다.
“여기에 세트 카드! [마그넷 리버스]로 묘지의 발키리온 1호를 부활시켜 가이저를 공격!”
아까 가이저의 효과로 파괴된 첫 번째 발키리온이 가이저의 흉부를 관통한 검을 다시 뽑아냈다. 잘려나간 팔도,
가슴팍의 상처도 주변의 흙더미를 끌어모아 재생시켰지만 방금 전의 기세까지 돌아오진 않았다.
“카드를 한 장 세트하고 차례를 종료한다!”
-강남해/LP 6400 → 4600
-박준오/LP 7000/패 없음
“드로.”
가이저는 거칠어진 호흡을 간신히 고르고 핏빛 눈동자로 발키리온을 노려봤다.
남해는 방금 드로우한 카드를 그대로 패드에 세팅하고 빠르게 그 몬스터와 발키리온을 탭했다.
“[염룡성-슌게이]를 소환하고 가이저의 효과를 발동! 슌게이와 발키리온을 파괴하겠어!!”
불덩어리로 변한 슌게이가 가이저에게로 빨려 들어갔고 가이저가 입안 가득 검은 전격을 모아서 발키리온에게 발사했다.
“흑랑아!!”
“엎어둔 카드 오픈! 이게 암석덱의 비장의 수다. [마그넷 포스]!”
콰아아아아-! 가이저의 공격은 발키리온 앞에 펼쳐진 전자기의 방어막을 끝내 뚫지 못했고 슌게이가 있던 자리에 남은 정수만이 외롭게 빛을 발하다가 황토색으로 변했다.
“슌게이의 효과로, 수비표시로 헤이칸을 불러오고... 가이저를 수비표시로 바꾸겠어.”
-강남해/LP 4600/패 3장
‘발키리온 하나를 돌파해도 다른 하나가 남아... 두 마리를 한번에 치울 방법이...’
“내 차례다! 드로우!”
남해는 두 마리의 발키리온을 보며 고민했다. 공격력도 수비력도 너무 높아서 전투로는 한턴만에 치울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아, 와줬어! 패에서 [개기일식의 서] 발동!”
“뭐?”
한순간에 남해의 필드가 어두워졌고 잠시 후 서서히 어둠이 걷혀가자 남해의 필드엔 어떤 몬스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두 장의 세트된 몬스터 카드가 있었다.
“이걸로 정보는 제거! 전투 내성도 여기까지다! 배틀!!”
두 발키리온이 검을 한껏 치켜들고 각자 자신 앞에 세트된 카드를 내리쳤다.
뒤집혀있던 카드가 두동강나며 그 자리에 가이저와 헤이칸의 모습이 스르르 나타났고 가이저는 검은 먼지로 변해서, 헤이칸은 흙더미로 변하며 무너졌다.
“둘의 효과를 발동! 덱에서 환룡족 몬스터 한장을 수비로, 룡성 한 장을 공격표시로 불러오겠어!
내가 불러올 몬스터는 [비룡성-세피라시우고]와 [보룡성-세피라후우시]!!”
“턴을 종료할게.”
-박준오/LP 7000/패 없음
준오는 남해의 다음 대처를 기대하며 남해의 필드를 유심히 살폈다.
아무리 필드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지만 이렇게 수세에 몰렸을 때 질기게 버텨내는 것이 룡성의 장기 아닌가.
게다가 패가 마른 자신과 다르게 남해는 아직도 충분히 패를 쥐고 있었다.
저게 말림패인지, 쓸 수 있는 패인지는 몰라도 과연 여기서 무슨 수를 내줄까?
“드로우.”
남해는 한번 숨을 고르고 패의 카드 한 장을 뽑았다.
“먼저, [정크 싱크론]을 일반 소환.”
부아아앙-!! 거칠게 울리는 엔진의 기통 소리와 함께 땅딸막한 꼬마 전사가 남해의 필드로 나타났다.
“정크 싱크론의 효과로 묘지의 레벨 1 호로우를 소생시키고, 레벨 3 세피라후우시에 레벨 3 정크 워리어를 튜닝!
하나된 화음으로 환계를 돌파해 여기로 날아와라, 레벨 6 [메타파이즈 호루스 드래곤]을 싱크로 소환!”
[메타파이즈 호루스 드래곤/Lv6/2300/1600]
저번에 쉬는 시간에 남해의 덱을 한번 봤을 때 본 몬스터였다. 그리고 효과는...
“싱크로 소재가 된 카드의 분류는 효과와 펜듈럼! 따라서 발동할 수 있는 효과는 둘!
발키리온의 효과를 무효로 하고, 다른 발키리온의 컨트롤을 이쪽으로 가져오겠어!”
남해가 패드를 연속해서 조작하자 머리 위로 [Normal], [Effect], [Pendulum]이라고 써진 세 박스가 나타났다.
그중 Effect와 Pendulum이 밝게 빛을 발했고 두 대의 발키리온은 하나는 갑자기 방전된 듯 팔다리를 축 늘어트렸고, 하나는 등을 돌려 남해의 필드로 갔다.
“아직이야! 한 마리의 발키리온이 더 남았다고!”
“여기서 묘지의 시스트번의 효과 발동! 시스트번을 제외하고 덱에서 [크리스트론-설퍼프너]를 패에 넣은 다음,
패의 [크리스트론-리온]을 버리고 설퍼프너를 특수 소환하고... 자괴한다!”
쨍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남해 주변으로 자수정과 황수정 파편이 가득 흩뿌려졌다.
그리고 남해의 뒤에서 황수정 로봇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남해는 여기부터가 진짜라는 듯 눈을 감고 혼잣말을 자꾸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이번에는 진짜로 해내는 거야. 그래, 이번에야말로. 이번에는, 이번에는 중간단계 없이. 한번에...
...자, 내가 불러온 몬스터는 레벨 2의 시토리. 그리고...”
패드를 다시 체크한 남해는 침을 한번 삼키고 시토리, 호로우, 시우고를 연달아 눌렀다.
2+
1+
6=
..9
“레벨 1 호로우와 레벨 6 시우고에, 레벨 2 시토리를 튜닝!”
남해의 필드에 갑자기 흰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부터 싸라기눈과 얼음 조각들이 휘몰아쳤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야 해. 집중을 놓으면 그대로 끝이야.
그렇게 속으로 몇 번이고 중얼대던 남해는 이를 악물고 엑스트라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아들어 패드에 세팅했다.
“파괴신의 손으로부터 쏘아진 성스러운 창이여, 지금 앞을 가로막는 적을 모조리 궤뚫어라!! 레벨 9 [빙결계의 용 트리슈라]를 싱크로 소환!!”
[빙결계의 용 트리슈라/Lv9/2700/2000]
귀를 찢는 듯한 고음과 함께 사방으로 안개를 날려버리며 트리슈라가 남해의 필드에 소환됐다.
그리고 소환되자마자 트리슈라의 세 머리는 입안 가득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휘유.”
한편 준오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카드의 등장에 헛웃음을 한번 짓고 트리슈라를 올려다봤다.
저번에는 못낸다고 했으면서 쟨 엄살인지 성장이 빠른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저런 카드를 소환하는 걸 보면 재능은 확실히 있는 애 같다고 느꼈다.
귓속이 아직도 얼얼한 듯한 포효와 하늘을 가릴 듯 펼쳐진 거대한 날개,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까지.
...하지만, 자신에게도 저런 카드 한 장쯤은 있긴 하지.
“트리슈라의 효과 발동! 준오 네 필드의 발키리온, 묘지의 델타를 제외하겠어!”
콰아아아아- 트리슈라의 입안에서 쏟아진 광채가 준오의 필드를 휩쓸고 지나갔다.
준오 필드의 발키리온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상이 되어버렸고 더는 떠 있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하며 산산이 부숴졌다.
“배틀!! 트리슈라와 호루스로 직접 공격!”
-박준오/LP 7000 → 2000
두 번 연달아서 준오를 향해 빛의 파동이 쏟아졌다.
두 마리의 대형 몬스터로 남해를 압박해오던 준오는 한순간에 역으로 남해의 대형 몬스터들에게 압박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준오는 아직도 뭔가 남았는지 딱히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히려 준오의 얼굴을 읽은 남해가 무슨 여유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너 위기 아니냐?”
“응? 나 아직 카드 안 뽑았어. 그래서 그래. 아직 이 승부는 모르는 거고 어쩌면 이번에 뽑을 카드로 내가 이길 수도 있잖아?”
준오의 말을 들은 남해는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그 말을 납득했다.
그래, 준오의 말대로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듀얼의 재미 아닌가.
때로는 저번의 자신처럼 그게 패배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꼭 패배로 다가오지만도 않으니까.
“차례 끝이야.”
-강남해/LP 4600/패 2장
“오케이- 뽑는다!”
차례를 넘겨받은 준오는 드로우한 카드를 한번 보더니 씩 웃으며 힘차게 패드에 냈다.
“자, 나는 묘지의 암석족 몬스터 전부를 제외하는 것으로!! 몬스터를 한 장 특수 소환한다!! 대지의 혼을 가진 폭룡이여,
너를 가둔 지각을 뚫고 일어나 나의 적에게 맞서다오!! [메가록 드래곤]을 소환한다!!”
쩌적, 우지지직... 주변의 땅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들썩거렸다.
그리고 서서히 금이 가던 준오의 필드에서 트리슈라조차도 한참 넘어선 덩치의 암석룡이 머리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을 올려다보이고도 아직도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은 암석룡은 쿵, 쿵 지축을 울리며 몸을 땅속에서 끌어냈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혼자서도 준오의 필드를 가득 메울 정도의 덩치로 남해를 까마득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메가록 드래곤/Lv 7/?]
“메가록 드래곤이라고...?!”
“그래! 메가록 드래곤의 공격력은 소환시에 제외한 몬스터 한 장당 700점씩 올라간다고!
내가 제외한 몬스터는 노기토기, 암석의 파수병, 엘렉트로 베타와 감마, 블록 골렘, 고르고닉 가디언까지! 총 여섯장, 따라서!”
“공격력이 4200?!”
[메가록 드래곤/A 4200]
“메가록 드래곤으로 호루스를 공격한다! 메가록 스탬프!!”
-강남해/LP 4600 → 2700
콰앙!! 메가록 드래곤이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앞발만을 뻗어 호루스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남해는 폭탄이라도 터트린듯한 굉음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4000이 넘어가는 공격력에 자신의 몬스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크기까지. 예전에 상대한 카오스 자이언트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자! 턴 종료다!”
-박준오/LP 2000/패 없음
남해는 멍하니 메가록 드래곤을 올려보다가 다시 자신의 필드를 돌아봤다.
잠시 고민을 하던 남해는 준오를 한번 쳐다봤다.
어때? 이길 수 있겠어?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본 남해는 아까 준오가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응? 나 아직 카드 안 뽑았어. 그래서 그래. 아직 이 승부는 모르는 거고 어쩌면 이번에 뽑을 카드로 내가 이길 수도 있잖아?”
아직 자신은 카드를 뽑지 않았다. 필드 위에는 든든한 몬스터 두장도 있다.
아직이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좋아, 간다!! 드로우!!”
간단하게 생각하자. 메가록 드래곤도 결국 무적은 아니다.
반드시 뚫어낼 방법이 있다.
그래, 게임을 했으면 이겨야지.
목사님도 듀얼을 시작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셨는걸.
남해는 그러고서 카드를 드로우했다.
“난 패에서 마법카드를 발동.”
남해가 패에서 마법카드를 발동하자 트리슈라가 갑자기 비틀대며 바닥에 추락하듯 착지했다.
그리고 트리슈라의 공격력 수치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패드를 확인한 준오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트리슈라의 공격력을 올려도 모자랄 판에 공격력을 내린다고? 무슨 짓이지?
그때 패드를 확인하던 준오의 눈동자는 갑자기 갈 곳을 잃고 발키리온과 트리슈라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아니, 잠깐만. 잠깐. 발키리온의 공격력이 올라가고 있는데?”
“내가 발동한 카드는 [싱크로 기프트]! 내 필드의 싱크로 몬스터인 트리슈라와, 효과 몬스터인 발키리온을 대상으로 하겠어!”
“야 그럼...”
“그래! 트리슈라의 공격력을 0으로 하고, 그 수치만큼 발키리온의 공격력을 올린다고!”
완전히 몸을 축 늘어트린 트리슈라와 다르게 발키리온은 관절에서 푸른 불꽃을 튀기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몸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이윽고 내려가기 시작하던 트리슈라의 공격력 수치가 완전히 0을 가리키자, 발키리온의 움직임도 거짓말처럼 멎었다.
-빙결계의 용 트리슈라/A 2700 → 0
-자석의 전사 마그넷 발키리온/A 3500 → 6200
“배틀! 발키리온으로 메가록 드래곤을 공격한다. 프로스트 베쉬!!”
발키리온의 검이 냉기를 가득 품고 서늘한 푸른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남해의 지시를 기다렸다는 듯 쏜살같이 자리를 박차고 한껏 뛰어오른 발키리온은 잠시 공중에서 체공하다가 검을 두 손으로 고쳐 쥐고 메가록 드래곤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치며 급강하했다.
검이 박힌 그 순간 발키리온은 제자리에 정지했지만 잠시 몸을 떨다가 느리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내 가속도를 붙여 순식간에 메가록 드래곤을 단숨에 두동강 내버렸다.
산사태처럼 무너져내리는 메가록 드래곤과 그 여파로 일어난 먼지구름에 파묻히던 준오는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듀얼은 진짜 끝까지 모르는 거긴 하네.
“이 승부, 내가 가져간다!!”
-박준오/LP 2000 → 0
솔리드 비전의 흙먼지가 걷히고 준오는 기침을 몇 번 하다가 남해에게 와서 손을 내밀었다.
남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어 그 손을 잡으려 했지만 준오는 잽싸게 손을 빼고 남해의 머리를 팔로 붙들어 헤드락을 걸어왔다.
“이새끼 존나 빡겜하네! 야야 나는 즐겜덱이잖아!!”
“그런게 어딨어 이기면 장땡이지!”
잠시 그렇게 투닥거리던 둘은 다시 가방을 챙겨서 귀갓길로 향했다.
귀갓길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도중에 준오가 입을 열었다.
“야.”
“뭐.”
“솔직히. 너 진짜 재능 있는 거 같아. 근데 그만큼 의욕이랑 노력이 안 따라오는 거 같거든. 너 특례입학생이면서도 듀얼을 할 이유를 못 찾는 거 같아.”
남해는 그 말엔 대답하지 못했다. 준오는 남해의 얼굴을 잠깐 보다가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이유를 찾아봐. 넌 틀림없이 성공할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이유는?”
“별로 없어. 그보다 성공하면 나 차한대만 사줘.”
“아 이새기 또 뻘소리 하고 앉아있네.”
남해는 대충 준오의 말을 넘기면서도 문득 그 부분이 신경쓰였다.
그렇다. 자신은 듀얼을 해나갈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만 같았다.
‘듀얼을 해야할 이유...’
자신은 과연 그걸 찾을 수 있을까.
끝.
--------------------------------------------------------------------------------------
백만년만에 올라온 6화. 정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읍니다.
짤은 준오의 최초 컨셉아트.
초창기에는 코아키메일 퍼미션을 쓰는 캐릭터였고 로그도 그렇게 짜였지만...
아무리 룡성과 크리스트론이 느리고 수동적인 덱이라도 9기 덱입니다. 코아키메일이 집을 짓기도 전에 와장창창 박살내는게 빠르더라구요.
결국 이런저런 고민 끝에 코아키메일을 포함한 암석덱으로 수정됐지만 막상 이번 로그에서는 코아키메일을 한장도 띄우지 못했네요.
준오는 흔히 있는 '주인공의 절친한 동성친구' 포지션으로 구상된 캐릭터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등장시키며 분량은 쌓아주겠지만... 엑조디아 덱은 맥거핀이 될 거 같네요.
다음편에서는 이런 캐릭터 소개는 적당히 끊고 스토리 진행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통 방향을 잡지 못하던 1학년 스토리도 드디어 갈피를 잡았고.
이제 시간과 여유와 노오력만 있으면 되겠군요
가이저는 대체 무엇인가? 남해의 목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전국대회를 나갈수는 있을 것인가?
다음 화를 기대해주세요!
끝으로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IP보기클릭)21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