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어렴풋한 사랑의 향기가 나는 한 송이의 꽃. (1)
[번역] 어렴풋한 사랑의 향기가 나는 한 송이의 꽃. (2)
[번역] 어렴풋한 사랑의 향기가 나는 한 송이의 꽃.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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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추억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면령기. 있나?」
「언제든지 있다고.」
「들어줘. 오오우베노 오오 건으로 태자에게 칭찬 받았어. 보상도 받았다고.」
「그런가. 그거 괜찮네.」
「네 덕분이야.」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카와카츠의 솜씨가 뛰어났을 뿐이지.」
「잘 말하는군.」
「뭘 말이지?」
「아니. 난 네 그런 점을 좋아한단 말이지.」
「그, 그만해. 부끄러우니까.」
「아, 그 얼굴 귀엽네. 좀 더 부끄럽게 해야지.」
「그만둬.」
「밤에는 나갔다 온다면서 어딘가로 가버리더니 새벽 즘에 돌아와서 내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면령기가 귀여워.」
「잠깐 그걸 왜 알고 있어?」
「난 면령기의 일이라면 뭐든지 알고 있지.」
「일어나 있었던 거면 대답을 하라고. 그 때 분명 말을 걸었을 텐데?」
「깨우는 것도 좀 미안하다면서 혼잣말 했었잖아. 그런 걸 듣는다면 계속 자는 척을 하지.」
「성격이 나쁜데. 카와카츠.」
「그 때 난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
「잘도 그런 기분 나쁜 대사를 하는구만.」
「그래도 난 정말로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이래 봬도. 진지하게 들어줬으면 해. 이번에 오오우베노 오오 토벌이 가능했던건 정말로 면령기 덕분이야. 넌 몇 번이나 지혜를 줬잖아.」
「어쩔 수 없었지. 그 녀석은 요괴에 씌여져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 점에 대해서는 카와카츠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지.」
「어째선지 신자의 수가 너무 많았었어. 최근엔 특히 이상한 종교의 수가 너무 많아. 태자는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으셨고.」
「그래서 불교로 민중을 모아 그걸로 통치하려 하고 있지.」
「그 말대로야. 그 때문에 오오우베노 오오는 미안하지만 방해였지. 필요 없는 인재는 버려야만 해.」
「카와카츠의 판단에 이의는 없었어. 그래서 힘을 빌려준 거지. 그 뿐이야.」
「넌 정말 남자 같구나. 이렇게 귀여운 여자면서.」
「그러니까 그 쓸데 없는 짓 좀 그만하라고.」
「부끄러워하네.」
「안 부끄럽거든.」
「그럼 이렇게 하자. 넌 자신을 과소평가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오오우베노 오오도 씌여져 있는 요괴가 어째선지 내가 군사를 모았을 때엔 매우 약해져 있었고.」
「그런 법도 있는 거지.」
「그 날은 때마침 우연히도 네가 화려하게 굴러서 온 몸을 긁혔다고 했었고.」
「나도 그럴 때가 있는 거야.」
「일로 와 봐. 면령기.」
「그만둬.」
「왜 그래? 이리로 와줘. 네게 감사를 하고 싶을 뿐이야.」
「일단 묻겠는데 어떤 식으로 할 건데?」
「무릎 배게 하고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감사를 할거야.」
「……네 근처에 얼씬도 안 하겠어.」
「귀여워. 근데 정말로 넌 언제나 가능한 내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네.」
「결계가 쳐져 있으니까.」
「주변에 있는 이매망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거지. 하지만 넌 그런 격이 낮은 것들이 아니잖아. 태자에게서 받은 신과 같은 면령기잖아. 널 못 받아들이는 결계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하지만 내가 당신과 너무 밀접해 있는 건 안 좋아.」
「왜?」
「인간과 요괴가 친하게 지내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넌 요괴가 아니잖아.」
「같은 종류야.」
「널 그런 하등한 것과 같은 취급을 하지 말아줘.」
「그래도 같아. 카와카츠. 당신의 그런 마음은 기뻐. 하지만 내가 당신 곁에 오래 있으면 당신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야.」
「예를 들면 어떤 영향인데?」
「당신이 사람이 아니게 될지도 몰라.」
「놀랍군. 넌 예전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 정도의 힘이 있을 줄이야. 네 힘을 얕보고 있었어. 미안해.」
「그게 사과할 일인가? 당신은 금방 그런 식으로 말을 돌리지.」
「그것도 미안해. 하지만 면령기. 넌 내가 태자에게서 받은 66개의 가면. 네 처우를 결정하는 권한도 태자에게서 받았다고. 그런 내가 네 곁에 있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
그걸로는 안 되는 거야?」
「그럼 하나만 약속을 해줘.」
「응. 뭐든지 들어줄게.」
「바로 뭐든지 같은 말은 하지마.」
「그야 면령기가 부탁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생각이니까 그렇지.」
「저기 말이야 카와카츠. 장난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약속 해줬으면 하는게 있어.」
「응.」
「나를 위해 살아가지 마. 그리고 나를 위해 죽지도 마.」
「지금 또 잘 모르겠는 말을 하네.」
「인간과 요괴가 친하게 지내서 좋은 일 같은 건 없어. 인간은 양, 요괴는 음이니까. 백과 흑은 섞으려 해도 섞이지 않아.」
「마치 봤었던 것처럼 말하네.」
「너도 오오우베노 오오를 봤잖아. 그게 요괴에게 마음을 먹혀버린 모습이다. 요괴는 인간을 먹지. 다양한 의미로써 말이다. 잡아 먹힌 인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네가 친 그 목이 증거잖나.」
「그렇네. 그에겐 미안하지만 태자도 곤란하시고 계셨으니 죽어줘야만 했어.」
「내가 의도를 하건, 하지 않건 당신을 나라는 요괴가 먹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게 내 유일한 걱정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넌 그런 이매망량과는 다른 존재야.」
「당신은 그렇게 생각해줘도 말이지. 성질은 그 것들과 같다고 나는.」
「네게 먹힌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걸.」
「그런 말은 하지마!」
「농담이야. 알았어.」
「반응이 참 가볍군.」
「내가 널 위해 살거나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간단하지. 네가 날 위해 살아줄 테니까 말이야.」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그래도 역시 오오우베노 오오 건도 있었잖아.」
「무슨 소리야.」
「네가 그렇게 계속 시치미 떼는 것도 좋은데 말이야. 역시 내 곁으로 좀 와줘. 면령기. 내 저택에 없을 땐 어디에 있어?」
「노숙.」
「와 정말 굳세네. 그러지 말고 내 저택에서 살면 되잖아?」
「카와카츠. 내 말을 들은 게 맞아?」
「정말 귀여운 목소리야~」
「어이.」
「농담이야. 듣고 있었어. 그래도 난 너와 같이 있고 싶은데. 그리고 노숙 하게 놔두는 것도 참을 수가 없고.」
「하지만 날 저택에 살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볼 텐데?」
「모두 그 귀여운 여자는 어디서 채왔냐고 물어보러 온다고.」
「귀, 귀엽지 않아.」
「부끄러워 하네.」
「안 부끄럽거든.」
「모두가 인정했으니까 여기서 살아도 괜찮아. 살아줘. 나와 나하고 내가 환영 해줄게.」
「카와카츠가 몇 명이나 있는 건데.」
「66명의 내가 되어주는 건 어때?」
「그건…… 기분이 나쁜데…….」
「그런 건 솔직하게 말하지 말아줘.」
「흠 그럼…… 아니 같이 사는 건 반대하지만. 뭐 오는 빈도를 늘리는 것 정도라면 뭐…….」
「면령기는 걱정이 많네. 같이 살면 좋을 텐데.」
「난 괜찮아.」
「내가 괜찮지 않은걸? 난 이렇게나 면령기를 좋아하고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는데.」
「또 그런 말 한다.」
「진심인데.」
그건 행복한 속박인 것인가.
아니면 불행한 속박인 것인가.
당신이 날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걸로 됐어.
하타노 코코로는 이름 없는 요괴였다. 요괴라 부르기엔 신성을 조금 띄고 있지만 요괴 측에 있던 존재였다. 이름도 없이 면령기라 불려 왔었다.
그것이 요괴로서 하타노 코코로의 이름이었다.
하타노 코코로라는 이름은 코코로가 자신에게 직접 붙인 이름이었다. 하지만 코코로가 자신에게 이름을 붙이기를 결심한 건 그가 죽고 난 뒤 백 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 했었다. 그 사이에 자신이 어디서 뭘 했는지는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하타노 카와카츠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코코로는 최대한 자세를 똑바로 유지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눈 앞에 있는 이치린에게 고백하듯 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말도 경어가 되어 있었다.
이치린은 그런 코코로를 보고 놀란 얼굴을 띄웠지만 코코로를 똑바로 바라봐주고 있었다. 코코로는 그런 이치린을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말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말이 나와버렸으니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마야도 황자── 쇼토쿠 태자의 측근으로 일하고 섬기던 남자입니다. 그는 태자에게서 66개의 가면을 하사 받아, 태자의 앞에서 그 가면을 사용해 무용을 펼쳤습니다.」
「그게 코코로 양 이었던 거네.」
이치린의 목소리는 매우 침착 해있다. 놀라고 당혹한 것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음색이었다.
그 목소리를 듣고 코코로는 안심했다. 역시 이 사람에겐 말 해도 된다는 것을, 전해도 된다는 것을. 이렇게나 진지하게 들어준다. 이렇게나 솔직하게 받아 들여준다.
그게 무엇보다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신성을 지닌 가면은 이윽고 면령기라는 요괴가 되어 인간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자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우리의 시작입니다.」
자아가 생긴 직후의 일은 코코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인간이 자신의 어렸을 적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카와카츠가 자신을 돌봐줬다는 것만 알고 있다. 알고 있기에 그를 곤란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저는 카와카츠의 저택에 살게 되었고 카와카츠는 변함 없이 태자를 섬기는 일상을 보내 왔습니다. 카와카츠의 공무도 몇 번이나 도와준 적도 있습니다. 직접 도와주거나
몰래 도와주거나 하면서 말이죠. 그런 생활이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기억은 조금씩 풍화 되어간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떠올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소중히 여기고 있어도 그 기억을 다시 꺼내려고 하면 색이 바란 파편만 남게 된다.
그런 식으로 코코로의 안에서 카와카츠가 없어져가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카와카츠가 남긴 것을 언제나 계속 쓰고 있다. 춤을 추고. 가면을 남겼다.
그런 것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어버렸습니다.」
코코로는 손이 떨리는 것을 꾹 참았다. 화가 나는 기억은 없다. 카와카츠와의 기억은 언제나 즐겁고 뭘 떠올려도 행복하기만 했지만 마지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어버렸다는 것으로 끝나버린다. 일직선으로 순조롭게 뻗어 있는 길이 도중에 갑자기 언덕이 돼버린 것처럼 카와카츠의 인생은 갑자기 끝나버렸다.
「왜?」
이치린이 상냥하게 물었다. 대답하려고 했지만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아서 놀랐다. 코코로에게 이런 경험은 거의 처음이었다.
「몰라. 내가 비우고 있었을 때 일어난 일이야. 저택에 돌아오니 카와카츠가 쓰러져 있었고 그래서 누군가가 카와카츠를 습격 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무도 없어서 시종도 전부 다 죽어버려서」
「침착하게 말해도 돼.」
「몰라. 모르겠어. 이치린 씨. 난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지? 어떤 가면을 쓰면 되는 거지?」
「슬픔의 가면. 그거면 돼.」
「카와카츠는 아직 살아 있었어. 얘기를 나눌 수 있었지.」
코코로는 슬픔에 고통 받으면서 떠올렸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의 풍화로 인해 무너져 버린 것도 느꼈다. 그것에 매우 화가 났다. 왜 잊어버리는 것인지. 왜 기억해내지
못 하는 것인지. 자신이 카와카츠를 잊어버리면 누가 그를 남기는지.
「『아아, 너인가.』라며 카와카츠는 웃고 있었지.」
이젠 웃고 있었다는 것만 떠오르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 웃었는지. 어떤 목소리로 말 했는지. 코코로의 기억 속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다.
「카와카츠는 심한 출혈 상태였어. 살 방법은 없다고 카와카츠가 그랬지. 그래도 네가 마지막에 와줘서 좋았다고 말했지만 호흡이 괴롭다고. 부탁이니 날 죽여달라고 말했어.」
분명히 상처는 심했었다. 태자를 좋게 보지 않는 호족은 얼마든지 있었다. 태자의 측근으로서 일하고 있던 카와카츠가 노려지는 일은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코로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최후였다. 애초에 인간과 요괴의 관계.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불합리한 최후를
맞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생각 하고 싶지도 않았다.
코코로는 그 때 처음으로 울었을지도 모른다. 울면서 싫다고 그에게 소리 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코코로는 매우 화가 났다.
자신에게 화나는 일만 잔뜩이었다.
「분명 살 수 있을 거야. 금방 사람을 불러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난 말했어. 하지만 그럼 늦을 거야 너도 가버리면 난 혼자서 죽어버리게 될 거라고 카와카츠가 말 해서. …….」
인간의 목숨의 덧없음과 약함과 위험함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코코로의 가슴 속에서 점점 사라지려고 했다. 그것을 코코로는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카와카츠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잘 해왔는데. 지혜도 빌려주고, 힘도 빌려주고 춤을 추는 것도 잘 해왔는데. 이렇게 카와카츠를 위해 아무 것도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난 카와카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카와카츠를 편하게 보내주지 못했다. 나는 카와카츠가 차가워질 때까지 계속, 차가워 져도 계속 끌어 안고 있었다.
울면서 카와카츠가 가슴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죽게 놔둔 거라고.」
「코코로 양.」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 좀 더 빨리 돌아갔다면. 분명 살았어. 내가 죽인 거야. 카와카츠를 위해 아무것도 못했어. 아무것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했는데.」
「코코로 양.」
이치린이 앞으로 와서 코코로의 눈물을 닦아줄 때까지 코코로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눈물을 흘렸던 건 카와카츠를 자신의 가슴 속에서 보냈던 때 밖에
없었다. 그 때는 마음 속으로 울었다.
소리 지르며 이름을 불렀다.
「하고 싶은게 아직 잔뜩 있는데 말이야. 그래도 내 마음은 네게 넘길테니까.」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코코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말은 오열로 바뀌었다. 어떤 말도 걸지 못했다. 후회만 잔뜩 남았다. 카와카츠를 발견 했을 때 바로 누군가를
부르러 갔으면. 좀 더 빨리 도착했으면. 몇 번이나 “만약”을 반복해도 끝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정리가 될 때까지 몇 백 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천 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슬프고 지금도 어딘가 괴롭다.
「코코로 양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던 거네.」
이치린의 말이 메마른 땅을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코코로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 들었다.
(아아, 그래. 나는 한 번도.)
그는 그렇게나 코코로에게 사랑한다고 했는데.
──난 이렇게나 면령기를 좋아하고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는데.
코코로의 마음 속에서 계속 걸리고 있는 건. 계속 후회하고 있는 건. 계속 괴로웠었던 그 원인은.
(한 번도 말하지 못했어.)
「카와카츠,」
이치린은 코코로를 감싸듯 끌어 안았다. 왼 손으로 코코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나도 말이야. 지저에 봉인 되어 있을 때 너무 무서웠어. 언니와 앞으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몇 천 번이나 생각했지. 누군가를 만날 수 없다는 건 정말로 무서운 거야.
얼마나 즐거운 기억이 있어도 마지막은 너무 슬퍼져 버려. 남아버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무서워. 그래도 코코로 양은 계속 눈을 돌리지 않고 있었었네. 그 때 했던 말,
지금 이해 됐어. 가끔은 멈춰 있는 것도 좋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제대로 확인 해야 한 다는 것. 코코로 양은 잘 알고 있었네. 내 미숙함을 반성할 게. 고마워.
내게 이야기 해준 것을 정말로 고맙게 생각할 게.」
「누구보다, 무엇보다 소중 했어.」
「응.」
「말했으면 좋았어. 말했으면 좋았는데.」
「응.」
「카와카츠. 좋아해.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
하지만 이제 슬픈 이야기로는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네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어.」
하타노 코코로라고 이름을 주고 싶었어. 너와 가족이 되고 싶었어.
그것이 하타노 코코로의 천 년간의 족쇄.
전하지 못한 진짜 감정.
겁먹고 있는 건 없어. 부끄러워 하고 있는 것도 없어.
겁을 먹고 있는 마음도 부끄러워 하는 마음도 끌어 안고 나아가는 거야.
하타노 코코로는 임전 태세였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고 희망의 가면을 쓴 채로 1시간 정도 같은 곳에서 우뚝 서있었다.
그녀가 어디서 오는지를 모르기에 이치린이 알려준 지저로 이어진 언덕의 정상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오늘 나타날 것이라는 확증도 없고 언제나 오는 시간도
제멋대로 였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코코로도 상관 없다고 마음 먹었다. 오지 않으면 내일도 기다릴 거고. 내일에도 안 오면 그 다음 날에도 기다릴 거고. 계속 기다릴 생각이었다.
「왔군. ──숙적.」
「어라. 가면을 빼앗기려고 찾아와준 거야? 기뻐라~」
「유감이지만 오늘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응? 뭔가 할 생각이야?」
「그리고 네 녀석도 전력을 다해 덤벼라.」
「오늘은 뭔가 평소보다도 기운이 넘치네?」
코코로는 언월도를 들고 선언 했다.
「나는 하타노 코코로. 네 녀석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오 좋아~」
「이름을 대라.」
「아 그럼 나는 코메이지 코이시야. 잘 부탁해.」
「준비해라. 그럼 정정당당히.」
「너무 빠른데? 좋아 이번엔 진심으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줄게.」
하타노 코코로는 코메이지 코이시라는 요괴의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이치린이 한 말의 대답을 찾아봤다. 자신이 코이시와 어떻게 있고 싶은지 생각했다. 코이시의 말이 떠올랐다.
──언니의 마음은 나를 향해주지 않았어.
향해주지 않는다면 향하게 만들라고. 언니의 마음을!
코코로는 코이시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이렇게 몇 번이나 앞에 나타나서 가면을 빼앗는 장난을 치는 코이시의 진의를 알아낸 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눈치는 챘다.
「네 녀석의 행동은 쓸쓸해서 그런 거지? 코메이지 코이시.」
「뭔 소리야.」
「언니가 봐주지 않아서 떼 쓰고 있는 어린애 같군.」
「뭐야 그게. 재수 없어.」
「언니가 봐주지 않으니까 나한테 관심을 얻기 위해서 가면을 빼앗고 있잖아! 아니냐!?」
「피해망상이 심하네!」
탄막이 날아온다. 탄막의 밀도가 평소보다 5배 정도 밀집해있다. 역시 평소에 하던 행동은 가면을 빼앗는 척이었고, 탄막 놀이도 하는 척만 하고 있었다. 탄막을 피해가면서
다시 외친다. 외쳐도 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닿을 것이다. 외치는 것이다!
「언니가 자신을 봐주지 않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사토리의 눈을 닫았다. 아니냐!?」
순간.
탄막을 맞았다. 오른 어깨에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그래서 뭔데? 지령전의 입구에라도 걸어줄까? 그 머리카락 분홍색이라 이쁘기도 하고 목을 자르면 피에서 빨간색도 나올테니 잘 어울리겠네?」
코코로는 살짝 보인 코이시의 본성에 깜짝 놀랐지만 언월도를 왼 손으로 다시 잡았다.
「불쌍한 녀석.」
「너한테는 듣고 싶지 않거든! 도구 주제에!」
──탄막 끼리 부딪히고 튕겨나가는 소리가 귀에 울려 퍼진다. 장미 가시와 같은 탄막이 코코로를 덮어 버릴 정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코이시가 화나 있어서 평소보다 밀도가 강한 탄막을 펼쳐도. 오늘 만큼은 코코로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코코로는 지면 안 되는 중요한 싸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그래. 나는 도구지. 도구라도 천 년 이상이나 후회 같은 걸 한다고. 네 녀석은 그렇게 되지 마라. 코메이지 코이시.」
코코로는 탄막 사이를 뚫고 나가 언월도를 다시 잡고 말했다.
「떼를 부릴 거면 말로 해라.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네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어진다.」
아무런 기술을 쓰지 않고 말만으로 제압하는 그야말로 라스트 워드. 이제 마지막 말을 전하는 것이다.
「나는 널 제법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코메이지 코이시.」
「언니는 끄떡 안 해.」
코이시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말 했다.
「그 누구의 마음을 읽어도 멀쩡해. 전혀 동요 하지도 않고 상처도 입지 않아.」
「그게 무서운 건가.」
「아니. 믿음직하다 생각했어. 어렸을 적엔 말이지. 하지만 점점 알게 된 거야. 다른 사람의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다는 건 내 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거라고.」
「네 녀석의 언니는 그렇게나 박정한가?」
「엄청 박정해. 굉장할 정도로. 내가 없어져도 평생 돌아오지 않아도 걱정 하나 안 할걸?」
「글쎄. 과연 그럴까. 정 그렇다면 한 번 평생 돌아가보지 말아보던가.」
「엄청 지독한 말을 훅 던지네…….」
「언니를 좋아하지 않나?」
「응? 좋아…… 아니 좋아하던가 그런 게 아니라 언니잖아? 가족끼리 그런 건 좀 그렇지? 물론 나쁘게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좀 곤란한데.」
「엄청 좋아하는구만.」
「응.」
「그럼 그 감정을 전해라. 난 하지 못했으니까.」
「아까부터 뭐야? 계속 경험자가 말하는 것처럼 잘난 체하는 것 좀 그만해줄래?」
「경험자인데.」
「응?」
「엄청 좋아했던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전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이 눈 앞에서 죽어버렸거든.」
「아. 미안해.」
「그러니까 네 녀석은 제대로 말하는 게 좋아. 의외로 네 언니는 그렇게 박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글쎄. 우리 언니는 엄청 박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물러날 생각이 없는 거냐…….」
「그럼 일단 언니한테 보고 해둘까. 불쌍한 미망인 친구가 생겼다고.」
「그런 식의 소개는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럼 근처에 있는 가면하고 친해졌다고 말해둘게.」
「안 돼. 그건 또 너무 비약해서 네 녀석이 무기물과 대화하는 불쌍한 아이가 돼버리잖아.」
「그럼 유기체인 가면을 쓴 미망인이라고 말할게.」
「그걸로 됐어…….」
코이시는 치맛자락을 털어내면서 일어났다.
「이제 가면 훔치는 놀이도 질렸으니까 그만 할래.」
「그래. 그런 건 당장 그만둬야지.」
「그러니까……그.」
「응?」
「아무 볼 일이 없지만…… 그냥 만나러 와도 될까?」
코코로는 한숨을 쉬면서 오뚝이 가면을 바꾸고 대답을 했다.
「그런 걸 말이지. 놀러 온다고 하는 거야.」
「응. 그럼 놀러 올게. 과자 준비 해둬야 돼. 난 물양갱이 좋아.」
「손님이 먹을 걸 정하지 마.」
「이제 가을이니까 밤만두도 괜찮아.」
「웃기지마.」
「코코로.」
「드디어 내 이름을 외웠구만.」
「손 잡아도 돼?」
「거리를 줄이는 순서도 모르는 거냐! 이 소통 장애야!」
어쨌든 저쨌든.
이걸로 한 건 해결.
혼자 있어도 두 사람 몫의 행복을.
「그래서 코메이지 씨네 여동생과는 잘 됐나 보네.」
「잘 된 건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면을 뺏으러 오는 기행은 그만뒀어.」
「코코로 양은 은근히 인맥을 만드는 걸 잘하네. 인덕이 좋아서 그런가?」
「나한테 있을 정도의 인덕이라면 이치린 씨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텐데.」
「아 정말 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한다니까.」
이치린과 코코로가 같이 장을 보라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코로가 「물양갱이랑 밤만두 사러 가자.」고 말했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진지하게 과자를 음미하는 코코로의 모습을 보고는 이치린은 말로는 화를 냈었지만 제대로 준비 하려니까 인덕이 쌓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같이 안 와도 코코로 양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아? 매일 찾아 올 때마다 들고 오니까.」
「응. 뭐 실은 좋은 가게를 알려달라는 건 구실이고 그냥 이치린 씨랑 같이 가고 싶었어. 얘기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래서 같이 와준 거 정말 고마워.」
이치린은 코코로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느새 저런 여자를 꼬시는 발언을 기뢰를 던지듯 말하게 됐다니.
「뭔가 코코로 양 조금 변한 거 같네요…….」
어느정도 예의를 담아서 말했다. 귀여운 여자애가 어느 샌가 멋진 남자가 되어있다.
「언제까지 부끄러워해서 말도 못 걸 수는 없지. 해야할 말은 상대가 있을 때 말 해야 돼. 그걸 깨닫게 해준 건 당신이야. 역시 이치린 씨에겐 머리를 못 들겠네.」
「역시 변했네요…….」
「변하면 안 돼는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치린은 이렇게 코메이지 씨의 여동생 분도 함락 시켰냐며 멍하니 생각했다.
둘은 볼 일을 다 보고 난 후 느긋히 차를 마시고 있다. 삼색 경단과 함께.
「후회해도 내일은 와. 만약이라는 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서 생각하는 걸 그만둬버리면 편하지만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지. 참 어려운 일이야.」
「응. 그래서 난 아직도 수행 부족인 거고.」
「수행인가. 나라도 괜찮다면 언제든지 도와주지.」
「고마워. 마음만 받아둘게.」
「내 이야기는 이번에 들려줬으니까. 언젠가 이치린 씨의 이야기를 내가 듣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
「응? 뭐 들을 것도 없는데? 내 이야기는.」
「듣고 싶은데.」
「뭐 대단한 이야기는 없어.」
「대단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닌데. 그냥 이치린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지.」
「스톱. 이 이야기는 그만 하자. 코코로 양.」
「뭘?」
「그걸.」
「뭐?」
「안 돼요.」
「진짜 뭐야?」
「뭔가 개운해져서 예전의 모습을 탈피 해버렸죠? 그래서 이상한 후광이 나오고 있는걸요?」
「오오. 나도 수행이 된 건가?」
「아니…… 뭔가 저속한…… 그러면서도 눈 부신 뭔가가…….」
「그게 뭐야.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뭐 코코로 양의 안에서 응어리가 없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좋은 일…… 분명 좋은 일인데…….」
「개운해졌다고 하기엔 아직은 좀 아니지. 그렇게 간단한 문제도 아니니까. 그저 바라보는 곳에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했을 뿐인 거고.」
「그래도 그게 중요한 거지.」
「그건 그렇지.」
「아 나도 힘 내야지.」
「응. 응원 할게! 이건 응원하는 가면!」
「그런 마이너한 가면도 있네.」
후일담의 후일담으로서. 코메이지 자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 되진 않았지만 코이시도 기묘한 방랑벽은 조금은 참게 되었다고 한다.
일단 지령전의 애완동물들과 모두 사이가 좋아졌고 주위가 안정 해졌다고 생각한다──는 건 코이시의 대사다.
코메이지 자매의 이야기는 코메이지 자매의 이야기로.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오면 하게 될 것이다. 코이시는 최근 이따금씩 코코로를 찾아 온다. 코코로를 찾는 김에 하쿠레이 신사나 어딘가에서 출몰 하기에 환상향의 여러 사람들 하고도 적지만 교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들은 코코로는 그건 그 것대로 좋은 일이라고 만족 했다.
코코로는 변함 없이 떠도는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어떠한 장소에도 오래 묵지 않는다. 조용하게 사람들의 감정의 미래를 지켜보고 있다.
인간 마을에서 산 꽃다발을 강에 슬쩍 흘려 보내는 모습이 보이게 된 것도 여담으로써 기록 해두자.
지금도 코코로는 환상향을 한 번에 바라 볼 수 있는 언덕의 위에 앉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토지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음을 띄우는 것을 이 후로도 영원히 만끽 할 것이다. 그것은 고독한 것도 고고한 것도 아니다.
행복한 자유를 혼자서 두 사람의 몫만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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