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살난 인형의 파편들이 하나 둘씩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형들은 두번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언제 불러왔는지 벌써 새로운 인형들이 몰려와 부숴진 인형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 중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인형들이 두 세개정도 날아와 들고 있던 길쭉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기계...부품이네?"
-기계 부품이라기 보다는...무기 부품이지-
인형 두개가 서로 가방에 있는 부품들을 꺼내들고 하나 둘 조립하기 시작했다. 많이 낮익은 윤곽이 잡히나 싶더니 1분이 채 되지 않아 완성되버렸다.
"이건...총이네...?"
요우무가 인형들이 완성한 무기를 보고 말했다. 확실히 총이였다. 스코프와 길쭉한 총신과 큼지막한 소음기까지. 어딜 보나 빼도박도 못하게 저격총이였다. 총의 몸체 옆부분에는 금색으로 -(A.M.I (Alice Magatroid Industry))-라고 적혀있었다.
"언제부터 네가 군수산업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거야?"
레이무가 완성된 총을 보고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앨리스의 인형들은 능숙하게 탄창을 홈에 집어넣고 노리쇠를 잡아 당겼다.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보라빛 탄약이 약실에 장전되었다.
-이전에 몽타뉴의 무기를 만들어주면서 겸사겸사 공부해봤어. 이전에 몽타뉴의 무기는 배터리 형식으로 발사되는 무기였다면 이번에는 진짜 탄약이지. 후후후-
인형 하나가 엎드려 쏴 자세로 결계를 조준했다. 총을 조립하던 다른 인형은 탄약 가방을 옆에 내려놓은채 망원경으로 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베어버리는게 훨씬 좋을텐데...굳이 총으로 쏠 이유가 있어?"
요우무가 검을 겨눈채 말했다.
-무슨 소리. 이건 내 회심의 역작이라고. 탄이 결계의 공명수와 일치되는 순간 폭발하면서 결계의 위력을 크게 떨어트릴거야. 너희는 그 틈에 공격해. 요우무가 결계를 있는 힘껏 베어서 겉표면을 벗겨내고 레이무와 마리사가 합동공격으로 날려버리는거야. 어때?-
"나쁘지 않은 계획이네. 그럼 준비되면 쏴버리라고"
앨리스의 인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중히 숨을 죽이고 인형이 조준을 하기 시작했다. 결계의 중심부가 불길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앨리스의 격발음과 함께 수많은 탄막을 버틸 재간은 없었다.
격발음과 동시에 요우무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검을 뽑고 결계를 향해 튀어나갔다. 말 그대로 총알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 총알이 결계에 닿아 폭발하는 순간 결계의 보호막을 잘라내어 박살내버리고 말았다. 요우무는 검을 집어넣고 다시 원래 자리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와 레이무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결계를 향해 엄청난 양의 탄막을 쏟아부웠다. 마치 벌떼와 같은 탄막이 결계의 중심부를 노려 마구잡이로 결계의 중심부를 두들겼고, 결계는 버티지 못하고 박살이 나고 말았다.
보라빛 기운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결계가 내뿜는 생욕또한 서서히 사라져갔다. 생욕이 사라지자 한데 모여있던 영혼들이 하나 둘 학교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결계가 점점 축소되고 사라지며 영혼들의 모습또한 흐릿해지다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
나는 말없이 영혼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끝났네...난 집으로 가서 좀 쉬어야겠어"
나는 레이무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레이무가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끝끝내 말하지 못했다. 레이무의 좋지 않은 표정이 가슴속을 후벼파는듯한 기분이였다. 하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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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늘 그랬듯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이야기를 하던 여동생은 사라져있었다. 다시 자기 자신을 못알아보진 않을까 걱정하던 여동생의 영혼은 집을 떠나 사라져버렸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집을 둘러보다가 그대로 주저앉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 눈물이 천천히 바닥을 적시고 흐느끼는 소리 또한 점점 커져갔다. 어째서 이런 가혹한 운명인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처음 여동생을 잃었을때는 울수조차 없었다.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흘러갔었던데다, 내가 울지 않아도 누군가 이미 여동생을 위해 너무나도 많이 울어주고 있기에 울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동생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이 마을에 존재하고 있었다. 누군가 보느냐 못보느냐의 차이였지만...
"오빠..."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눈물어린 눈을 돌려 방문을 바라보았다. 후유카는 생전 그 모습 그대로 서있었다. 울고있었다.
"나...전부 들었어...오빠 친구에게...그렇구나...그렇게 된거구나..."
나는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후유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와락 끌어안고는 둘이서 마구 흐느끼며 울었다.
앨리스가 말한 눈물의 재회식이란. 이런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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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떠나는거구나"
"응. 죽은 사람은 떠나야 하는 법이니까"
후유카는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걸어갔다.
"다시...다시 만날수 있을까?"
"...언젠가는...때가 되면 만날수 있을거야. 서로 알아보지 못해도. 인연이라는게 우릴 반드시 만나게 해줄거야"
후유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조심해서가.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만날수 있게 노력해줘"
"오빠도...언제 어디서 내가 나타나도 못알아보지 말아줘"
후유카는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붉은 피안화가 후유카의 몸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더니 피안화 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순간 후유카의 몸이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눈 앞에서 피안화 꽃잎이 전부 사라졌을때 후유카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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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결계가 사라졌어. 너희들 짓이지?"
"음...그럴지도?"
아침 일찍 코마치가 나에게 와서 한 소리였다. 밤새 돌아다닌건진 몰라도 초췌한 모습이였지만 결계가 사라지자 다시 몸에 생기가 도는듯한 모습이였다. 코마치는 싱긋 웃고는 숨을 쭉 들이키고 내쉬었다.
"하아...갑자기 결계가 사라지다니.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그러게..."
코마치는 결계를 파괴할 방법을 찾아 밤을 세워가며 도서관과 PC를 들락거리며 관련 자료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으 ㅣ노력이 무색하게도 총질 몇번과 칼질 몇번에 결계는 너무 맥없이 파괴되버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결계가 부숴졌다니 정말로 잘됬어! 이젠 푹 잘 수 있겠는걸! 상부쪽으로 더이상 시말서를 낼 필요도 없고 말이야!"
"자긴 누가 자"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코마치가 비명을 질렀다. 어느샌가 레이무가 코마치 뒤에 서서 딱밤을 날려버린것이다.
"공부나 해!"
"아이 그러지 말고. 오늘 하루만..."
"안돼!"
레이무가 다시 제지하려 했지만 훨씬 키가 큰 코마치는 레이무의 팔을 잡아 번쩍 들어올렸다.
"우와아아! 뭐하는 짓이야! 내려놔!"
"자게 해주면 내려주지"
"시...시끄러! 어서 내려놓지 못ㅎ...으아아아악!"
코마치는 레이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이무를 공중에서 빙빙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계속 비명을 질러대다 결국 항복해버리고 말았다.
코마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책상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오늘따라 매우 평온해보이는 그녀의 얼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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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길 에피소드가 장장 반년만에 끝났습니다!
반년 맞나?
알게 뭐야 일단 끝났습니다! 와아 와아!
아직까지 가을 대단원이 2편정도 남아있습니다.
완결까지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