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들이 몸을 부들거리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다시 되살아난 시체들처럼 넘어지고 일어나고 비틀거리며.
"빌어먹을. 한번에 컨트롤 하는건 힘들단 말이야. 그건 그렇고. 너희들이 원하는거. 저걸 말하는거지?"
이자요이 사쿠야가 손가락으로 뒷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자요이 사쿠야의 뒷쪽에는 아직도 심장이 뛰듯 공명하고 있는 결계의 중심부가 보였다. 인형의 부숴진 얼굴이 기괴한 미소를 띄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저걸 못부수게 막는다면? 그래서 결계가 폭주에 폭주를 거듭해서 겉잡을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크흐흐...이거야말로 완벽하게 너희들을 엿먹이는거지"
인형이 끼릭끼릭 거리며 만연한 웃음을 띄었다. 조각조각난 얼굴의 파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형들은 일제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를 빼들고 천천히 걸어왔다.
"시간을 멈추는건 할 수 없지. 이런 몸이 되고서야.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을 조각조각 분해해주는건 시간 문제야!"
"저 ㅁㅊㄴ...정말 제대로 정신을 놓아버렸구만"
"복수에 미쳐있어...저런 영혼이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지"
요우무가 질색을 하며 말했다. 인형들은 서서히 수를 불려나가기 시작했다. 앨리스가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인형들을 보낸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동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잖아! 정말 이렇게 많은 수를 한번에 해치울수 있겠어?"
인형 하나가 칼을 던졌다. 칼은 쏜살처럼 날아가 벽에 박혔다. 인형이 아쉬운듯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무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부적을 던졌다. 인형들은 부적에 맞고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져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흥...별것도 아닌게...앨리스의 인형과 나라면 내쪽이 한수 앞서거든"
그때 부숴진 인형이 덜걱덜걱 움직이더니 다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부숴진 파편들이 다시 한데 모여 인형이 되었다. 물론 복구가 불가능할정도로 손상을 입은 부위는 복구가 되지 않았지만, 움직이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정도였다.
마침내 부숴진 인형이 수복을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얼굴의 외피가 절반정도 벗겨지고 옷 또한 넝마가 되어있었다. 외피가 벗겨진 부위에서 쓶임없이 스파크와 기괴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소용 없어...내 영혼이 남아있는한 나는 계속 살아나지"
인형들이 우글우글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 이 인형들이 복구 불가해질때까지 두들겨 패대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먼저 죽을까? 아니면 그 전에 너희들이 먼저 죽을까?"
더 이상 듣고만 있을수는 없어 가방에서 마나 폭탄을 꺼내 집어던졌다. 하지만 인형 하나가 공중으로 날아오른 폭탄을 잡아 그대로 천장에 쳐박아 함께 부숴지고 말았다. 물론 부숴진 인형은 다시 살아났다.
"감질나게 한턴 한턴 공격하지말고 한꺼번에 덤벼! 재미없단말이야!"
인형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나와 레이무, 요우무는 망설이지 않고 공격에 대응했다. 사방에서 폭발음과 파편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인형들은 작동 불능이 될때까지 움직였다. 팔을 자르건, 다리를 자르건, 몸을 꿰뚫건 완전히 산산히 부숴져야 다시 일어나 공격했다.
하나 둘 인형이 작동불능이 되어 쓰러질때마다 어디선가 부숴진 인형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의 상처도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자요이 사쿠야의 말이 맞다면...아마 여기서 막힐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쿠야를 쓰러트린다 해도 결계가 돌이킬수 없을정도로 폭주해있을지도 모른다.
-잠깐만 잠깐만-
어디선가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인형들도 낮선 목소리에 공격을 멈추고 우왕좌왕했다. 고개를 들어 확인해보니 자그마한 인형 하나가 날아들어왔다.
-기다렸지? 자료 조사를 위해 파견 보낸 인형들을 모조리 박살내버리다니. 너도 참 대담한 아이구나?-
앨리스였다. 자그마한 인형이 공중을 맴돌다가 내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
"뭐야 저건..."
-저건이라니. 너희를 만들어준 어머니같은 존재에게...그건 그렇고. 엄마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어린이지?-
어깨 위에 앉은 인형이 손짓을 한번 하자 인형들이 우루루 넘어지기 시작했다.
"뭐...뭐지...몸이 말을 듣지 않아...?"
-진짜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너때문에 꺼내게 된거야. 내가 살면서 맨 처음 만들었던 인형. 내가 만든 인형들의 조상격이지-
맨 처음 만든 인형이라 그런걸까. 다른 앨리스의 인형들보다 한층 조잡하고 디자인도 단순했다. 크기라면 말할것도 없고.
-그래도 꼴에 조상격이라고 비상시에는 이 녀석이 통솔하게 되어있거든. 어떤 경우에도 내가 부재시 이 녀석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르게 되있단 말씀이지-
인형이 한번 더 손짓을 하자 부숴진 인형들은 삼삼오오 열을 맞춰 현란한 춤을 춰대기 시작했다.
"이익...! 당장 멈춰! 멈추라고!"
-아니. 안돼. 너가 내 인형들을 가지고 몹쓸짓을 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고 너를 죽이는 방법이 뭐라고? 수복 불가가 될때까지 두들겨 패면 끝이라고? 간단하지-
갑자기 인형 하나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폭발하여 산산히 부숴지고 말았다. 인형은 너무나도 잘게 부숴져 원래대로 돌아오려고 꿈틀대다 멈추고 말았다. 부숴진 인형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듯한 모습이 보였다.
"너...이새끼가...! 이 망할년이!"
-어딜 감히 어머니한테. 우리 엄마도 나한테 그런건 안가르쳤다.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니?-
인형 두개가 펑펑 폭발했다. 물론 파편조차 남기지 않고.
-자 그럼 이제 피날레다. 내 아이들에게 몹쓸짓을 한 네녀석에게 듣고 싶은 말은 없으니까. 단박에 해치워줄게-
"안돼! 멈춰!! 기다려!!"
인형들은 한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창문을 부수고 하늘 높이 날아갔다. 인형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하늘 높이서 이자요이 사쿠야의 분노 섞인 비명과 욕지거리를 들을수 있었다.
"그래. 활활 타라 빌어먹을 자식아"
나는 지금 이자요이 사쿠야가 느끼고 있을 감정에 통쾌해하며 하늘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손가락이 원의 중앙에 닿자마자 인형들은 형형색색의 빛깔을 내며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정말이지...이 부숴진 인형들은 어느세월에 다시 보충한담...-
앨리스의 한탄하는 소리가 나지막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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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요이 사쿠야.
사망.
진짜 사망.
이제 다신 안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