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유키노 지지자분들이 가장 인상깊게 보는게 10권의 양호실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상당히 힘을 줘서 보여주기도 했고, 유이 역시 이 상황을 보고 심경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이거가지고 유키노와 이어질 거라고 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오버고, 그와 별개로 플래그 장면은 맞죠.
아무튼, 원작 기준으로도 임팩트가 상당히 강렬하게 나와서 유키노 지지자분들에겐 중요하게 여기는 장면이죠.
그러니 일단 10권에서 나온 양호실 장면을 보자면 이렇습니다.
10권 中
유키노시타는 휴우 하고 흡족한 듯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숙이고 있던 유키노시타와 내 얼굴이 스칠 듯이 가까워진다.
“…………”
서로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름답게 덮인 겨울 눈처럼 하얗고 고운 피부,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검은 눈동자, 깜빡일 때마다 아련히 흔들리는 긴 속눈썹, 오똑하고 선이 고운 콧마루, 그리고 숨결이 흘러나오는 살짝 벌어진 그 입술.
유키노시타의 가녀린 어깨가 살짝 떨리자 길고 윤기 어린 머리가 아래로 흘러내린다.
허둥지둥 천장이라도 쳐다보는 양 몸을 뒤로 홱 젖히며 거리를 벌린다. 그 바람에 상처 한구석이 따끔따끔 아파 온다.
“……아~ 이거 고맙다.”
“……아니야,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분위기를 얼버무리듯 답례를 하자 유키노시타도 자세를 고쳐 앉고는 고개를 휙 돌린다.
그것을 끝으로 양호실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게 되었다.
가만히 있는 것도 무료한 탓에 아까 전에 감아 준 붕대를 힐끔 본다. 그랬더니 리본 모양으로 앙증맞게 묶여 있는 매듭이 눈에 들어온다. ……다 됐다고 그랬던 건 이걸 말하는 거였나. 아니, 붕대 고정시키는 그 묘한 클립 비슷한 거 있지 않나? 그거 쓰라고 그거. 이렇게 리본을 묶어 놓으면 어떡하냐? ……귀엽게시리.
그 리본 매듭을 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오고 만다. 기분도 다소 편안해진다.
전체적으로 하치만의 눈에는 얼마나 유키노를 아름답게 보이고, 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장면.
하치만이 유키노의 아름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는 독백이 인상적입니다.
그리나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하치만의 감정이 요동치는 듯한 독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쉽겠네요.
그러나 11권 이후 무려 2년만에 나온 12권을 읽고 저는 꽤 놀랐는데
이런 10권 양호실 장면과 상당히 유사한 장면이 12권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12권의 장면은 이렇습니다.
12권 中
이 발소리는…… 하고 머릿속으로 예상해 보며 뒤돌아봤더니, 상대편도 마침 얼굴을 내밀고 나를 들여다보듯 고개를 기울여 오고 있던 참이다. 그 바람에 서로의 얼굴이 딱 붙을 만큼 가까워진다.
“흐어억! 깜짝 놀랐네…….”
“아, 미, 미안!”
동그랗게 묶인 흔들리는 당고머리, 복숭앗빛이 도는 갈색 머릿결, 천진난만하게 크게 뜬 커다란 눈, 숨결이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입술, 몸을 뺀 반동으로 크게 젖혀져 강조되는 가슴, 마주치고 만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돌리던 순간 은은히 퍼지는 시트러스 향.
그 모든 게 코앞에 있었던 탓에 심장이 크게 요동친다.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유이가하마가 이쪽을 힐끔 살핀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놀라잖아.”
못 참겠다는 듯 푸풉 웃음을 터뜨리더니, 유이가하마는 내 어깻죽지를 찰싹찰싹 때리며 킥킥 웃는다. 어떡해… 이래저래 너무 민망스러워서 막 일백 번 고쳐 죽어버리고 싶어……. 큰 소리 내는 바람에 뭔가 사람들 시선도 엄청 모여들었다구……. 일단 내 팔부터 좀 건드리지 말아 줄래? 그거 진짜 효과 끝내주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힘 딱 주고 허세 부리게 될 거 같거든.
“부활동, 갈 거야?”
“……아, 응. 일단은.”
아직도 아까 놀란 것 때문에 벌렁벌렁 고동치는 심장을 진정시켜 가면서 당혹감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더니,
유이가하마는 무언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구나. 잠깐만 있어 봐.”
전체적으로 하치만의 감정이 크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그리고 10권 장면과 비교해도 전체적으로 대칭되며, 비슷한 연출이라는게 느껴지는 장면이죠.
이게 11권 들어오면서 꽤나 강조되기 시작한 재밌는 부분인데
유키노에게만 강조되던 외모 묘사가 유이에게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물론 유키노만큼 절세의 미녀로 묘사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하치만입장에서 충분히 이쁘다는 느낌이 강조되고 있음.
그리고 그와 함께 강조되는 부분이 하치만의 감정 상태입니다.
오죽하면 유이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놀란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깜짝 놀라서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진정을 못 하고 있죠.
두 장면을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면 이렇습니다.
먼저 첫 부분. 유키노를 보고는 서로 굳어버렸지만, 유이를 보고는 감정을 숨기지 못 할 정도로 깜짝 놀랍니다.
아무래도 유이는 진짜 갑자기 얼굴이 앞에 있어서 깜짝 놀란 점도 감안을 해야하겠지만
처음의 감정적인 동요가 더 강한 건 유이쪽.
그리고 외모쪽의 묘사를 본다면 전체적으로 비슷해보이지만
유키노에게 아름답다는 감상을 더 강하게 느끼는 듯 합니다. 굳이 유이쪽에서 강조되는 게 있다면 향수 향이 종종 언급되네요.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유키노쪽인 듯.
그리고 상황이 정리된 다음에 하치만의 감정 상태가 꽤나 큰 차이를 보이는데
유키노와의 일이 있고 나서는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하치만이 이걸 자기기만을 위해 언급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가만히 있으니 무료하다는 언급이 나오죠.
(참고로 무료하다는 말은 심심하고 지루하다는 의미.)
상식적으로 이성적으로 의식하고 연애 상대로 보고, 그리고 정말 아름답다 느끼는 이성과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저렇게 빨리 안정을 찾을 수가 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그런 부분이 다른 건 맞고, 하치만이 그렇지 않은 부류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12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12권에서 유이를 상대로 비슷한 장면이 나왔죠. 그리고 하치만의 반응을 보세요.
유키노를 보고도 얼마 안 있어서 바로 진정된 것과는 달리
유이를 보고는 유이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놀랐고
하치만 본인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진정이 안 되어서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하는 추측이 맞냐 틀리냐를 떠나서 두 상황의 차이는 비슷하면서도 반응의 차이가 확실합니다.
2년만의 발매라 작가가 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볼때는 의도적으로 대조되는 상황을 작가가 만든 거고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제가 볼땐 하치만이 유키노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감정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고
그 이후에 보이는 반응도 연애대상으로 봐서 연애적인 의미의 애정을 느낀다기 보단
귀여운 아이가 귀여운 행동을 했다는 느낌의 반응이지만
반면 유이를 볼 땐 하치만 본인의 감정을 추스리기 바쁘고 유이가 팔을 툭툭 건드니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하죠.
이게 무슨 차이냐 하면
유키노-하치만 사이의 장면은 전체적으로 하치만이 유키노를 관찰하고, 귀엽다던가, 아름답다던가 하는 '평가'를 내리고
유이-하치만 사이의 장면은 하치만 본인이 민망하다, 부끄럽다, 놀랍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같은 자신의 '감정'표현이 많다는 겁니다.
이게 결정적인 차이죠.
유키노때에는 하치만의 심리상태가 꽤 안정적이라 차분하게 이렇다, 저렇다 하는 평가와 감상을 말하지만
유이때에는 앞의 유이에 대한 묘사를 빼면 자기 감정을 진정시키기 바쁘고 자기 상태가 어떻다는 이야기밖에 못 합니다.
이게 차이가 크죠.
대놓고 비슷하게 만든 듯한 장면에서 하치만이 히로인을 상대로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나 다릅니다.
그래서 제가 유키노보다 유이를 더 가능성 크다고 보는 거고
적어도 하치만이 유이를 연애적인 의미로 더 좋아한다고 보는 거예요.
무려 최종장이라는 12권에서 이 모양인데, 2권만에 바뀌어도 얼마나 바뀌겠냐는 겁니다.
유이가 정말로 크게 실망 시키거나 하는게 아니면 어렵죠.
뭐, 제가 와타리는 아니니까 제 예상을 완전히 깨버리는 전개로 갈 수도 있겠지만 12권까지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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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맞는말
ㅎㅎ.. | 18.09.13 16: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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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수도 있지만요. | 18.09.13 16: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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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징조는 전부터 계속 있어왔어서요ㅎㅎ(제가 9권까지 봤었을겁니다) 유키노는 코마치가 대놓고 찬스를 만들어줘도 못먹고 계속 내뱉는데 비해서 유이는 잘 받아먹고 하치만 포인트를 하나씩 적립해가고 했어서 유이엔딩으로 봤었습니다. 그러다가 특전외전에서 유이루트로 가서 본편에서 유키노한테 기회가 생긴건가 했는데 12권에서도 변한게 없으니, 아니 오히려 본문반응이 나오고 있다면 뭐 거진 유이엔딩 아니면 열린엔딩으로 끝나겠죠ㅎㅎ | 18.09.13 17: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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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 18.09.13 18: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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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게임판은 원작이랑 상관없다고 봐서.. | 18.09.22 19: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