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야이치 따위 미워."
---내 기분을 알아주지 않으니까.
장기를 둘 때는 내 머릿속따위 전부 꿰뚫어 보는 주제에, 그렇지 않을 때는 내 마음은 읽으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나는 야이치가 밉다. 나를 바라봐주지 않으니까.
나는 야이치가 밉다. 나를......좋아해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서투른데다 성격도 나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야이치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야이치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햇빛에 닿기만 해도 고장나버리는 한심스러운 몸과, 장기판을 또렷이 떠올리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고물덩어리 뇌.
그것이 내가 가진 전부.
그러니까 나에게는 장기밖에 없다.
야이치를 뒤돌아보게 할 수 있는 것은 장기밖에 없다.
지금은 그것조차 불충분하지만.
프로 기사가 된다면......공식전이라면, 진심으로 장기를 두게 할 수 있다.
진심으로 나를 바라보게 할 수 있다.
비록 장기를 둘 때 뿐이지만, 나만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
...
내가 좋아하게 된 남자아이는 장기별의 왕자님이었다.
나는 그 별을 지구에서 동경하며 올려다보는 평범한 지구인.
이렇게 그의 가슴에 안겨 있을 때조차 몇천광년이라는 거리를 느낀다.
장기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별은 굉장히 먼 데다가, 그 별의 공기는 지구인에게 독이다. 다가가면 틀림없이 죽어버린다.
그렇지만......나는 그 곳에 가고 싶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슴이 찢어져버릴 정도로 그렇게 생각한다.
부디 신이시여.
저를 야이치와 같은 장소에 설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장기를 두게 해주세요.
그러기 위해서라면----------죽어도 상관없어.
최종보스도 씹어먹을 것 같았던 1권의 포스 넘치는 긴코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건지(...)
지금까지의 긴코는 야이치의 입장에서 바라본 모습, 냉정한 승부사로서의 면모만 부각되었지만
사실 그건 전부 야이치의 착각이었을 뿐이고(...)
6권에서 드러난 긴코의 본모습은 그저 사랑에 빠져서 어쩔 줄 모르는 소녀 그 자체.
그저 야이치를 향한 짝사랑 하나만으로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장려회에서 꿋꿋하게 버텨왔을 뿐인데다
그마저도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무너지고 말았죠.
그런데도 끝끝내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역시 사저는 강하구나!' 하는 야이치를 보면...정말 암이 암에 걸릴 것 같더군요.
앞으로 3단 리그의 지옥을 헤쳐나가는 동시에 여류 타이틀 방어전도 치뤄야 하는 데다
연애 전선에서도 강력한 라이벌들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으니.
현 시점에서 긴코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케이카의 목표가 순수하게 장기를 두고 싶어서 여류기사가 되려고 하는 어린 시절 꿈의 연장선이었다면
긴코의 목표는 장기가 아니라 그저 야이치를 돌아보게 만들고 싶은 것 뿐.
이런 집착은 사춘기 소녀의 푸풋한 연애감정이 아니라 성인 여성의 사고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이는 케이카보다 긴코가 훨씬 더 연하임에도 불구하고, 긴코의 갈등이 훨씬 더 괴롭고 절실하게 느껴지죠.
뒤집어 말하자면 야이치가 그럴 마음만 먹으면 그냥 그 시점에서 다 해결되고 긴코 해피 엔딩 확정인데...
아니 밥상을 다 차려서 입에 떠밀어주는데도 왜 그걸 못 받아먹니...
개인적으로는 긴코가 여류 타이틀은 결국 더블 아이에게 빼앗기지만 야이치 쟁탈전에서는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시합에는 졌지만 승부에서는 이기는 그런 전개였으면 좋겠습니다만
메인 히로인이 아닌 이상 그것조차 요원할 뿐.
정말로 답이 없는 상황인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어떤 식으로든 긴코가 보답받았으면 하네요.
라노벨 보면서 히로인에게 이렇게까지 감정이입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건 그렇고 긴코의 마지막 독백도 과연 무슨 의미일지 신경쓰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6권에서 몸이 약하다는 설정을 유난히 강조했는데, 어쩌면 이게 진짜 사망플래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애초에 등장인물들의 모티브도 현실의 프로기사들에서 따온데다 실제 장기계에 일어났던 일들을 소재로 많이 사용하니만큼...
古무라야마 사토시 9단의 에피소드를 긴코에게 써먹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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