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어리석은 나그네가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나 어리석었냐면 너무 쉽게 남한테 잘 속는다는 거였죠.
'약값이 없다', '동생이 아프다', '밭에 뿌릴 씨앗을 살 돈이 없다'
이런 식으로 마을 사람들은 나그네에게 거짓말을 했고
거기에 속은 나그네는 돈, 옷, 구두, 모자 하나하나 가진 것을 전부 주고 말았죠.
하지만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 리 없는 나그네는 이제 안심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거짓말에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로 인해 모든 걸 잃고 벌거숭이가 된 나그네는 사람들을 보기가 부끄러워져서
인적이 없는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숲에 사는 무시무시한 괴물들과 마주 친 나그네,
괴물들은 나그네를 잡아먹으려고 온갖 거짓말들로 나그네를 속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그네는 거기에 또 속아서
팔 하나, 다리 하나, 차례차례 자기 몸을 괴물들에게 주고 말았습니다.
(그건 좀 아니지, 인마!)
결국 나그네는 머리만 남게 되었고 마지막 한 마리에게 두 눈을 주고 말았죠.
나그네의 눈을 먹은 괴물은 선물이라며 뭔가를 두고 갔습니다.
그것은 딱 한 마디의 말이 적힌 종이쪽지,
바보
하지만 나그네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고마워, 고마워!
첨으로 받아보는 선물이야!
너무 기뻐, 너무 기뻐!
고마워, 고마워!'
이렇게 말하며 없어진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습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그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후르츠바스켓 11화, '발렌타인 데이는 당신을 위해'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토오루가 모두에게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을 주기 위해
수학여행 대금으로 냈어야 했던 돈까지 날렸다는 사실에 쿄가 화를 내자
모미지가 들려준 이야기죠.
자신이 설령 손해를 본다 해도 그저 남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혼다 토오루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이야기겠지만
과거도, 지금도 제가 보기에 나그네는 그저 바보일 뿐입니다.
모미지는 그 나그네가 사랑스럽다고 했지만
저한테는 바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네요.
(따지고 보면 나그네는 바보를 넘어서 호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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