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작하기에 앞서, 몇 가지 전제를 설정하겠습니다.
1. '용왕이 하는 일!'에서 나오는 로리콘 네타나 섹드립의 경우, 애니보다 원작이 더 수위가 강하다.
2. '용왕이 하는 일!' 원작이 페도필리아 소리 듣는 오타쿠 집단을 겨냥한 원작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3. 미디어믹스가 아닌 독립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가정했을 때, '용왕이 하는 일!'의 짜임새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4. 본 글의 내용은 야이치가 로리콘인지 아닌지와 전혀 상관없다.
5. 본 글에서 비판하는 관점은 '미디어믹스로서의 용왕이 하는 일!이 가지는 문제점'이다.
6. 본 글은 다음 화를 포함한 원작 5권까지의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스포를 피하고 싶으시면 뒤로가기를 추천한다.
유게나 애이게 쪽에서 나온 의견들을 보고 제 의견에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불식시키기 위하여
미리 전제를 깔아두는 바입니다.
그럼, 리뷰 시작하도록 하죠.
6화에서 애니메이션이 진행한 분량은 원작 3권의 대략 2/3정도인 200여 페이지입니다.
수많은 장면들이 스킵되었고, 그것을 일일히 다 언급하는 것은 나무위키의 몫이므로 패스하죠.
중요한 것은 야이치와 긴코의 누나 역할인 키요타키 케이카의 분량이 통편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본격적으로 케이카 분량에 대해서 언급하기 전에, 3권의 주요 캐릭터들의 '포지션'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히 '진지한 분량'이라느니, '이것이 이 라노베의 작품성의 핵심'이라느니 이전에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하거든요.
쿠즈류 야이치는 '주인공'이자 '용왕'입니다.
현재 C급 리그에서 발버둥치는 8단임과 동시에 최연소 타이틀 홀더죠.
누구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으로도 순탄한 길을 걷지는 못했습니다.
연수회 때 강등점인 'B'를 경험하기도 했고, 장려회 때는 연수회보다 더한 지옥을 맛봤죠.
데뷔전에서는 평생 남을만한 트라우마를 나타기리 진 당시 7단을 통해 뼈에 새겼고,
히나츠루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쓰레기 용왕이라는 멸칭의 소유자였습니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인식보다 미숙하다는 인식이 앞서기에 아이의 제자 입문을 처음엔 주저했고,
프로기사이기에 '재능'의 존재를 아주 중시합니다.
명실상부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임과 동시에 성장하는 소년만화형 주인공이 바로 야이치입니다.
히나츠루 아이는 '용왕 jr.'입니다.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작중 재능만으로는 no.1이고,
자신의 스승인 쿠즈류 야이치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 걷는 아이입니다.
야이치처럼 스승의 모습을 보고 쇼기의 세계에 뛰어들었으며,
천부적인 재능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스승에게 긴코처럼 야샤진 아이라는 라이벌을 만납니다.
그리고 아이가 처음으로 맛본 승리의 씁쓸함에 스승은 어렸을 적 자신의 스승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아이에게 들려줍니다.
히나츠루 아이는 연수회 시절 쿠즈류 야이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종의 거울입니다.
나타기리 진은 '노력' 그 자체입니다.
가까운 사이인 오이시 미츠루 옥장이 언급하길 '재능없는 녀석'인 그는
오직 노력만으로 야이치가 아직도 해내지 못한 A급 서열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죠.
장려회때는 망루밖에 가지고 있지 않던 그는 프로가 되어서 더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 장려회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통해 그는 결국 올라운더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 이후에도 더욱 연구를 거듭해서 명인과 연구회를 하는 데까지 이릅니다.
(데뷔전 패배 이후 야이치 상태. 왼쪽은 소설 3권 中. 오른쪽은 코믹스 6권 中)
그런 나타기리의 입장에서 쿠즈류 야이치는 증오와 질투의 대상입니다.
30대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8단이 되었지만 아직 무관(無官)인 자신에 비해
10대에 8단과 용왕을 차지한 야이치를 나타기리는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죠.
그래서 야이치를 데뷔 때 만나서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만한 조롱의 말을 던졌고,
현왕전 예선에서 다시 만났을 때 벼락치기식 몰이비차로 자신을 이기려는 야이치에게
말투는 평소처럼 능글맞게 해도 확실하게 분노를 내비쳤습니다.
그 동안 자신이 해온, 야이치보다 몇 배는 많은 노력의 양을 언급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기적적으로 야이치에게 졌을 때, 그는 패배의 분노와 열등감을 모두 자신에게 돌리고
지금보다 더한 정진을 다짐하는 오뚜기와도 같은 정신을 보여줍니다.
쿠즈류 야이치라는 쇼기 기사의 정반대편에 나타기리 진이 서있다고 할 수 있죠.
키요타키 케이카 역시 '노력' 그 자체입니다.
9살도 늦다고 평가받는 쇼기계에서 고등학생 떄 본격적으로 시작한 케이카는
어렸을 때 쇼기를 아버지 따라서 시작했지만 그만둔 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긴코와 야이치가 아버지의 내제자로 들어오자 그녀는 큰 자극을 받고,
다시 연수회에 뛰어들어서 25살인 지금, 연수회 C와 D 사이를 헤매고 있습니다.
평소에 싱글벙글 웃는 좋은 누나 혹은 언니는 사실 연옥을 헤매는 승부사였던 것이죠.
(어렸을 적 케이카와 긴코. 개인적으로 꼽는 3권 제일의 명장면. 코믹스 6권 中)
케이카가 긴코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녀는 긴코를 매우 싫어했습니다.
쇼기를 그만둔 케이카에게 아버지가 데려온 이 아이는
쇼기도장에서 과거에 자신이 있었던 자리를 꿰차고 앉은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러한 질투는 이후 긴코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전부 녹아 없어지고,
그 길로 연수회에 케이카는 다시 뛰어듭니다.
거기서 히나츠루 아이라는 신동을 만나고, 뒤이어 야샤진 아이라는 아이에게 패배를 하죠.
10년 가까이 되는 노력을 쌓아올린 케이카가 경력이 채 1년도 안 되는 아이에게
오직 재능이 부족해서 그저 뒤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연수회 연령제한이 목을 조이는 와중에 느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야이치의 반대편에 나타기리가 있듯, 히나츠루 아이의 반대편엔 키요타키 케이카가 서있습니다.
이 4명의 포지션을 종합했을 때, 원작 3권의 구도는 간단히 이러합니다.
[쿠즈류 야이치]----------vs----------[나타기리 진]
|
[히나츠루 아이]----------vs----------[키요타키 케이카]
기본적으로 이 '용왕이 하는 일!'의 세계관은 재능이 '본질'이고, 노력은 '기본'입니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코 일류의 자격을 얻지 못하며,
아무리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도 재능이 부족하면 정상에 설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재능이 부족한 노력파들이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나타기리 진은 어쨌든 50대인 명인에 비해 아직 한참 젊어서 노력을 계속하면 정상을 차지할만 하고,
케이카는 5권에서 결국 자신이 그 오랜 세월 꿈꿔왔던 목표를 쟁취하니까요.
(왼쪽은 코믹스 4권 中, 오른쪽은 소설 5권 中)
그래서 3권에서 케이카의 분량이 중요한 것입니다.
바로 직전인 2권에서 야이치가 말한 "쇼기에선 실력이 전부다. 실력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어."라는 말을,
5권에서 케이카가 "보답받지 못하는 노력은 없다."라고 부정하기 위한 분기점이 3권입니다.
야이치와 아이가 2권에서 말한 '실력'의 대변자고, 나타기리와 케이카가 '노력'의 대변자일 때,
승패에서는 '실력'이 이기지만 승부에서는 '노력'이 이기는 이야기가 원작 5권까지의 이야기이고,
3권은 그 '노력'의 대표주자를 소개하기 위한 내용이라는 겁니다.
근데 이번 애니 6화는 어땠나요? 어땠을까요?
케이카의 분량은 잘 나왔나요? 증발했습니다.
야이치의 과거 트라우마는 나왔나요? 소멸됐습니다.
나타기리 8단은 잘 나왔나요? 그건 다음화를 기대해야 될 듯 합니다.
긴코 분량은 잘 나왔나요? 케이카와 함께 대부분 증발했습니다.
그럼 뭐가 남았나요?
4+1 안마
물론 6화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권 분량에서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던 쇼기 해설도 6화에선 눈에 띄게 좋아졌고,
실제로 야이치와 오이시 9단과의 대국은 나름 흥미진진하게 나왔으니까요.
아이가 미오와 대국하고나서 승리를 망설이게 되는 내용도 잘 재현되었고,
츠다 겐지로의 나타기리 진 연기는 라노벨에서 튀어나온 듯한 연기였습니다.
그래도 이번 애니화는 너무나도 미흡합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쇼기 로리콘과 4+1인의 로리들'이지,
'용왕이 하는 일!'이라고 보기는 지나치게 힘듭니다.
케이카의 분량이 이대로 사라질 지는 다음화에서 판단해야겠지만,
아무리 봐도 전망이 밝지는 않네요.
다음화에서 뵙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지금까지 입덕술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3권 첫 장면과 마지막 구절을 남기고 가겠습니다.
[스무 살이 된 저에게]
열 살이 된 기념으로, 10년 후의 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스무 살이 된 저는 어떤 사람인가요?
결혼은 했나요? 이미 아이가 있나요?
사부님은 여전히 힘차게 쇼기를 두고 있나요? 아직도 같이 살고 있으려나요?
여류기사는, 되었나요?
혹시......타이틀을 땄나요?
쇼기 공부는 너무 어려워서, 열 살인 저한테는 좀 버거워요.
사부님은 정말 엄격하고, 항상 화만 내요.
혼나는 것도 싫고, 지는 것도 싫어서, 저는 항상 울기만 해요.
그럴 때마다, 쇼기를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는 쇼기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건 많지만, 그중에서도 쇼기가 가장 좋아요.
쇼기를 공부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사부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서 정말 기뻐요.
그러니, 여류기사가 되고 싶어요.
여류기사가 되어서, 사부님과 함께 쇼기 쪽 일을 하는 게 제 꿈이에요.
스무 살이 된 저에게,
제 꿈은 이루어졌나요?
열 살인 나에게,
스물다섯 살인 나는, 지금도 꿈을 좇고 있어.
(IP보기클릭)121.184.***.***
저는 이 작품 1권 보고 이걸 계속 봐야 되나 고민했었는데, 넷상에서의 평이 너무 좋길레 일단 2권까지 봤죠. 2권에서 회장과의 쇼기를 보고 희망을 가졌고 3권의 케이카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공감하는 이야기여서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죠. 까놓고 말해서 이 작품의 개그의 99% 차지하는 섹드립이나 로리 부분은 걸러내고 진지한 부분만 봐도 충분히 좋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애니는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싹 빼고 별로 관심 없는 부분만 조명했네요. 안보길 잘했습니다.
(IP보기클릭)218.239.***.***
6화의 시작을 케이카가 10년후의 나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와 고뇌를 보여줘어야 했습니다 케이카가 없었다면 이작품은 정말 재능충에 의한 재능에의한 쇼기판이 되겠죠 케이카라는 범재를 상징하는 케릭이 있었기에 용왕이 하는 일은 히트칠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5권의 최고의 명장면아니 작중 최고의 명장면은 글에 나와있는 케이카가 눈물을 흘리면서 보답받지 않는 노력은 없었입니다
(IP보기클릭)220.120.***.***
변마금이나 최약무패도 생략과 폭풍전개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원작이 이런작품이다라는 본질자체는 유지했다는느낌. (애초에 크게 복잡한 내용보다는 판타지 액션물이었으니...) 다만 용왕의 하는일은 원작이 아무리 로리요소가 진하게 있다해도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이야기나 주제가 확실히 있는데 애니는 그런 중요한 요소를 대다수를 쳐낸지라 매우 아쉬운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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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을 느끼면서도 그럭저럭 재밌게 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정성 들인 글에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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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마금이나 최약무패도 생략과 폭풍전개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원작이 이런작품이다라는 본질자체는 유지했다는느낌. (애초에 크게 복잡한 내용보다는 판타지 액션물이었으니...) 다만 용왕의 하는일은 원작이 아무리 로리요소가 진하게 있다해도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이야기나 주제가 확실히 있는데 애니는 그런 중요한 요소를 대다수를 쳐낸지라 매우 아쉬운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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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이 합쳐서서 5권의 명인과의 대결은 그만큼 무게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잘려나가는 이상 큰 기대는 못할듯.. | 18.02.13 2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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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작품 1권 보고 이걸 계속 봐야 되나 고민했었는데, 넷상에서의 평이 너무 좋길레 일단 2권까지 봤죠. 2권에서 회장과의 쇼기를 보고 희망을 가졌고 3권의 케이카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공감하는 이야기여서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죠. 까놓고 말해서 이 작품의 개그의 99% 차지하는 섹드립이나 로리 부분은 걸러내고 진지한 부분만 봐도 충분히 좋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애니는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싹 빼고 별로 관심 없는 부분만 조명했네요. 안보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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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공감..... 저도 송작자님 처럼 1권에서 하차할뻔했다가 2권 후반부 부터해서 5권까지 하루만에 다봤습니다 ㅋㅋ.. | 18.02.13 22: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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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의 전작인 농림도 비슷했습니다 애니화 하니 쓰잘데기 없는 베키 아줌마 생쇼만 나오더군요 | 18.02.14 03: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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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을 느끼면서도 그럭저럭 재밌게 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정성 들인 글에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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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의 시작을 케이카가 10년후의 나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와 고뇌를 보여줘어야 했습니다 케이카가 없었다면 이작품은 정말 재능충에 의한 재능에의한 쇼기판이 되겠죠 케이카라는 범재를 상징하는 케릭이 있었기에 용왕이 하는 일은 히트칠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5권의 최고의 명장면아니 작중 최고의 명장면은 글에 나와있는 케이카가 눈물을 흘리면서 보답받지 않는 노력은 없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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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래놓고 7화에서 샤를이 갑툭튀해서 짱끼뚤래? 이러면 하차할겁니다. | 18.02.14 1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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