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불릿. 전격문고가 한때 자랑했던 간판 라이트노벨 시리즈입니다.
어두운 세계관에 대비되는 성장형 주인공, 그리고 뛰어난 액션 묘사로
전격문고 클라이막스에까지 출전할 정도로 인기를 몰았죠.
그러나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프로젝트가 종료되자마자 원작 작가가 7권 이후로 잠수를 타면서,
3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오와콘 확정이 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비운의 시리즈의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둘 다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애니메이션: 별점 10점 중 7점
2014년 2분기 방영된 라이트노벨 블랙 불릿의 애니메이션은
총 13화 분량에 소설 4권을 넣은 작품입니다.
'가스트레아'라는 초진화 생명체들의 침공에 맞서서
'바라늄'이라는 특수한 물질과 가스트레아의 능력을 지닌 소녀들, '저주받은 아이들'과 함께
인류가 투쟁하는 것이 본 작의 기본적인 시놉시스입니다.
(블랙 불릿 세계관의 3박자. '에어리어', '저주받은 아이들', 그리고 '가스트레아)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로서 블랙 불릿의 배경은 정석적입니다.
적의 힘을 빌려 적들을 물리치는 존재인 '저주받은 아이들'이라던가,
살아남은 자들이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거주구인 '에어리어'.
그 외에도 이것저것 '진격의 거인'이나 '레지던트 이블' 등등을 떠올리게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흔한_카지유우키_롤링주인공.jpg)
반면에 주인공 '사토미 렌타로'는 염세적이고 차갑고 겪을 일 다 겪은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주인공과는 달리, 소년만화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물론 겪을 일은 다 겪었지만, 저주받은 아이들 중 하나인 '엔쥬'를 만나면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열혈 주인공이 됩니다.
(이 3장의 스샷으로 1권의 클라이막스 정리.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렇게 한 것입니까, 빌어먹을 제작진씨.)
애니메이션 블랙 불릿은 방영 당시에도 방영 이후에도 호평과는 거리가 멉니다.
밀도 높은 원작 네 권을 13화에 때려박은 대가로 지나친 스킵 발생,
그리고 그에 따른 원작 가장 큰 장점인 액션씬의 약화.
(노력을 한것 같긴 한데...그래도 '그' 4권을 3화 안에 압축한다는 건 지나친 무리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서, 블랙 불릿 애니메이션은 완전한 실패작은 아닙니다.
물론, 원작 팬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죠.
소설에서 보였던 비장한 장면들(특히 4권)이 너무 가볍게 묘사되거나,
빠르면서도 처절한 액션들이 그저 빠르기만하고 싱거워졌습니다.
(3권 마지막 이야기. 그래도 이 부분 묘사는 정말 눈물 날 정도로 훌륭했다.)
그렇지만 블랙 불릿 애니메이션도 성과는 거뒀습니다.
글로만 묘사되던 가스트레아의 외관을 3D와 2D의 적절한 혼합으로 훌륭히 묘사했고,
우카이 사키의 날카로운 원작 일러스트들을 최대한 애니메이션에 적합하게 어레인지했습니다.
캐릭터들에 대한 성우 캐스팅도 원작 팬 입장에서는 전혀 아쉬울 것 없이 잘 됐습니다.
물론, 야나기나기가 부른 토코하나가 2014년 최고의 곡 중 하나인 건 말할 것도 없죠.
(사람들이 블랙 불릿 애니를 '블랙 불릿'이라 기억하지 않고 '스킵 불릿'이나 '로리 불릿'으로 기억한 시점에서, 이미 실패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 불릿 애니메이션은 절대로 성공작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어두운 정서가 지나치게 희석되었다는 점입니다.
매니악한 요소를 줄여서 진입장벽을 낮추려 한건지, 아니면 그냥 돈이 없는건지는 몰라도,
소설 속 엉망진창 피투성이 렌타로가 어떻게든 때리고 또 때려서 이기는 모습은 없어지고,
그저 깔끔한 디자인의 사이보그 로보캅이 적들을 차근차근 쓰러뜨리는 모습만 남았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저의 결론은,
'원작에 대한 반푼의 이해도. 세계관과 캐릭터는 살렸지만, 그곳의 처절함은 가져오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4권을 단 3화만에 압축하고, 1권의 전투를 4화 A파트에 압축한 건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건지 모를 뿐입니다.
코믹스: 별점 10점 중 10점
2012년부터 연재한 코믹스 판은 전 4권 완결로, 소설의 1권 분량만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코믹스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원작과도 상당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위부터 디플래그의 하루노 토모야, 남고일의 야마우치 야스노부,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의 미사키 쿠레히토. 동방 판=마소굴 입증)
코믹스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코믹스 작가인 모리노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도록 하죠.
모리노혼은 과거 모리노 무시라는 서클에서 동방 관련 동인지를 내던 작가입니다.
알 사람은 아시다시피 예대제(동방 온리전)나 코믹 마켓에서 동인지를 내다가
정식으로 메이저 데뷔를 하는 사람들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디플래그'의 하루노 토모야도 그랬고, '남자 고교생의 일상'의 야마우치 선생님도 그랬죠.
(맨 위는 이번에 나오는 오모이토 총집편 신장판 표지. 정말, 오모이토는 동방 동인지계에 내려온 하나의 축복이다.)
모리노혼은 현재 c91기준으로도 최고로 인기 많은 동인지 작가 중 한 명입니다.
2008년부터 픽시브에서 4컷만화를 업로드, 이후 '야쿠모가'와 '방울소리'등으로 이름을 알리고,
2010년부터 장장 4권에 걸친 시리즈 '오모이토'를 연재합니다.
지금도 '영제조', '카제나키시'와 함께 최고의 동방 동인지 중 하나로 뽑히는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귀엽다'는 인상이 강하면서도 '모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아주 바람직한 그림체)
오모이토의 연재 종료와 동시에 블랙 불릿의 코믹스에 참여한 모리노혼.
그는 오모이토 때 앨리스-호라이-상하이 처럼 블랙 불릿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합니다.
우선 다소 차가운 인상의 원작 등장인물들을 좀더 부드럽고 친근하게 만드는 대신,
원작 그 이상으로 감정 표현을 두드러지게 합니다.
(4권에서 렌타로 자문자답은 필자가 왜 10점 만점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원작 1권에서는 없던 요소도 대거 추가됩니다.
맨 처음 나오는 가스트레아화된 인간의 회상이라던가, 엔쥬의 소꿉친구에 대한 묘사.
그리고 엔드리스 스크림에 삼켜진 직후 렌타로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문자답 연출.
최대한 원작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원작이 보여주지 못한 감정 연출들은
소설에서 보여준 서술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아, 그리고 쇼겐의 성격 개변과 더불어 카요의 진히로인화 역시 빼놓을 수 없죠.)
(요즘은 메이린x사쿠야 동인지 같이 훈훈한 일상물 그리는 모리노혼. 언젠가 다시 시리어스한 내용으로 돌아와서 그 액션 작화를 보여주기만 바랄 뿐.)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건 원작 그 이상을 보여주는 강렬한 액션.
오모이토에서도 보였지만, 모리노혼의 액션 작화는 점프나 소년 썬데이의 메이저 작가들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편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원작에서 계속 강조하는 의안 묘사는 애니에서도, 코믹스에서도
거의 부각되지 않고 사실상 초인들끼리의 개싸움 형태로 보인다는 것.
그래도 액션씬 자체의 역동성과 처절함은 '이게 블랙 불릿이다!'라고 외치는 듯 합니다.
코믹스에 대한 저의 결론은,
'원작 작가가 생각했던 모든 것을 지키면서도, 만화가가 생각한 원작까지 전부 담아낸 역작'
이번 c91에서도 여전히 열심히 동인지 그리고 있는 모리노혼.
앞으로도 좋은 동인지 그리기를 바라면서도, 다음 잡지 데뷔는 언제일까 그저 바랄 뿐입니다.
(이왕이면 코게코로케라던가, 조우노세라던가, 카라아게 타로와 창공시장도 언젠가 메이저좀...)
이번에도 다음 작품 추천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당부드리지만, 너무 똥애니 추천은 삼가드립니다.
리뷰 전에 항상 정주행하고 리뷰하는 제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어쩌면 당장 다음 글은 리뷰보다 먼저 2분기 맛보기 글이 될 수도 있겠네요.
(IP보기클릭)220.121.***.***
애니는 솔직히 소설 1~2권으로 끊는게 적절했는데 4권까지 억지로 쑤셔넣어서 망했고. 코믹스는 1권만 다뤘을지 언정 전개를 자연스럽게 바꾸고, 소설에서 어정쩡했던 캐릭터를 재해석을 통해 각인시켰죠. 코믹스를 더 높이 치고 싶습니다.
(IP보기클릭)119.201.***.***
원작자가 7권 끝으로 잠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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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진짜 엥 3화만에 1권끝? 이런 충격적인 스킵
(IP보기클릭)121.144.***.***
만화책이 수작이라는 점에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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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원작 안봐도 스킵 막 한게 느껴져서 초반에 벙쪄서 하차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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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솔직히 소설 1~2권으로 끊는게 적절했는데 4권까지 억지로 쑤셔넣어서 망했고. 코믹스는 1권만 다뤘을지 언정 전개를 자연스럽게 바꾸고, 소설에서 어정쩡했던 캐릭터를 재해석을 통해 각인시켰죠. 코믹스를 더 높이 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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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가 7권 끝으로 잠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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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 수작이라는 점에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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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원작 안봐도 스킵 막 한게 느껴져서 초반에 벙쪄서 하차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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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진짜 엥 3화만에 1권끝? 이런 충격적인 스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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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鈴薯
상처줄 수준이죠. 스토리가 1화당 48분도 아니고 24분짜리 되는거 (그마저도 오프닝 엔딩 자르면 더 짧고) 13화에 4권까지 집어넣었는데. 애니보고 후에 소설 사서 읽으니 정말 잘려나간게 한 두개가 아니었습니다. | 17.04.20 21:17 | |
(IP보기클릭)2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