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프랑스맛 스팀펑크"
스팀펑크를 다루는 많은 작품이 증기 문명을 일종의 과학의 낭만처럼 다루는데 반해
이 작품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에서는 가상 역사 속의 제국주의, 전쟁, 정체되어 퇴보한 문명의
상징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의문의 실종과 그로인한 기술의 정체가 중요하게 다뤄지기에 이 작품은 언뜻 과학에 대한
찬가로 보이기 쉽습니다.
그리고 과학 찬가를 하는 것도 맞긴 합니다.
하지만 "다윈"이라는 말하는 고양이의 존재가 또 다른 주제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불노불사의 약..... 말하자면 거의 연금술의 엘릭서에 해당하는 약을 만드는 과성에서 부산물로
탄생한 말하는 고양이.
말하고 글을 읽을줄만 알지 강력한 힘과 생명력이 없는 보통의 고양이 피지컬이라 스스로를
실패작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자기비하적 성격은 아니죠.
다만 어린 아브릴이 부모님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에만 관심을 주고 놀아주지 않아 부모님 디스를
돌려 말한 것일뿐.
이후 화학자 가문의 외동딸 아브릴과 독서 좋아하는 고양이 다윈은 둘만 남는 상황에
처합니다.
소매치기로 근근히 살아가는 아브릴이지만 아픈 몸에 독서는 해롭다 하면서도 항상 책을 구해다주는
츤데레 집사로 성장하죠.
* 샤를 페로[1628~1703] : 새로운 문학 장르 "동화"의 기반을 다진 프랑스 작가.
빨간 두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푸른 수염 등의 주요 작품을 남겼다.
한 눈에 봐도 장화 신은 고양이가 모티브임을 알 수 있는 다윈은 화학, 즉 아브릴이 미친
과학에 정 반대의 분야를 좋아하는 이른바 문과 고양이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뉴턴의 만유인력이 물리학계에 준 것 만큼의 영향을 자연 과학계에 미쳤습니다.
말하고 책 읽는 고양이는 말 그대로 지능의 진화를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진화론의 자연도태, 생존경쟁설은 사회학과 윤리 등 인문학적 발전사에 있어 인종차별, 제국주의,
군국주의에 적극적으로 이용되어 식민지에 의한 유럽 열강들의 각축, 전체주의 출현에 큰 공헌[?]을 했다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대체 역사물로 제국주의적 사상이 팽배한 디스토피아 세계입니다.
이런 부분은 많이 스킵되고 순화되어 표현되지만 그럼에도 절대 인간이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은 잘 보여줍니다.
지리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지만 인문학 쪽의 "역사"와 결부되면 인문학적 지리학으로 읽힌다
할 정도로 인문학과 잘 어울리는 학문입니다.
콜로세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옥좌, 모두 역사적, 예술적 의미가 큰 문화제이며 특히 "로마"는
서양의 문명에 있어 모태와 다를바 없는 지리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의 급사로 뒤바뀐 역사, 실종된 과학자들로 인해 증기문명 속에 갇혀버린 인류.
고갈되고 오염되어가는 자연은 그야말로 죽어가는 다윈의 상태와 완벽히 오버랩 됩니다.
말하는 고양이 다윈은 과학기술로 탄생했지만 그는 예술과 역사와 철학, 문학을 사랑합니다.
망가져가는 세상과 그 좋아하던 책을 읽기 힘들어할 정도로 쇠약해진 고양이는 동일선상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다윈을 일으켜 세운 것은 책을 타고 흘러내린 약물이었습니다.
나중에 나오길, 다윈의 부활은 다른 비밀이 있지만 그가 한 "아브릴, 나 목말라...."라는 대사,
그 목을 축여준 물이 미스테리 주제의 책을 타고 흘러내린 점을 보면 그의 갈증은 문학에의 갈증으로도
연결이 됩니다.
사실 불로불사의 비약은 현재 과학계의 꿈이지만 원류는 문학적인 상상력 기반의 중세 철학이었습니다.
연금술사들의 삽질이 화학계에 역사를 가져다 주었듯 인문학의 발전은 과학의 발전과 함께 해왔죠.
상상력은 과학의 원동력이 되고 과학은 그 상상력을 실현시켜온 인류 발전의 순환구조는 작중의
"잠수함"과 "우주 로켓"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 쥘 베른[1828~1905] :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리, 지구에서 달 까지, 달 세계 탐험,
지구 속 여행, 15소년 표류기 등 집필.
지하세계 탐험까지 가면 이 작품은 상당부분이 "잃어버린 세계"의 원작 "지구 속 여행", 원작자 쥘 베른에 대한
헌사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 확연해집니다.
화학자 아브릴과 진 히로인.... 아니, 진 히어로 고양이 "다윈"의 행보를 보자면 이 작품이 단순히 과학의 중요성만이 아닌
과학과 인문학의 올바른 상호발전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과학의 정체와 문학 고양이의 쇠약, 그리고 제국주의로 인한 윤리 발전 저해와 환경의 파탄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기에
과학을 통한 다윈의 회복과 환경의 회복은 자연스레 동치의 의미가 부여됩니다.
뛰어난 과학자인 아브릴의 부모들이 실패한 약을, 아브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고양이 "다윈"이었습니다.
아브릴의 부모는 그저 막연한 이상을 위해 연구했지만 아브릴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연구를 했다는 차이점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다윈은 아브릴에게 "화학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셰익스피어와 호메로스를 찬양하고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합니다.
역사 속 다윈은 그 과학이 사회학과 윤리사상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음을 증명한 인물인 동시에
"진화"라는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을 인류에게 알려줘 과학계를 진일보시킨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고양이 다윈은 과학자 아브릴에게 낭만과 사랑을 말하는 문과 친구로서 함께하며 종국에는 과학이 목표로 해야할 일종의
목표이자 이상으로 까지 도약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이 작품은 생물의 지능과 기술 "진화"의 명암을 다윈과 다른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고양이에게 이렇게까지 고차원적 상징을 부여하고 활용한 작품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양이 귀여워요, 고양이.....
※ 왜곡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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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길게 쓰긴 했지만 유럽식 애니를 좋아한다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 17.03.25 02: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