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분기 시작하고 대부분의 작품이 3화쯤 나왔을 때 그때까지 보여준 것을 토대로
'신작'(분할시즌제 작품 포함, 지난 분기에 이어 방영중인 2쿨애니 제외)애니들에 랭킹을 매겨 본 적이 있습니다. (링크)
이후로 시간이 흘러 벌써 2분기 방영작들 대부분이 3화쯤 나온 시기가 되었습니다.
2분기 신작에 대한 랭킹을 매겨보기 전에, 먼저 1분기 '방영작'(1분기에 종영한 2쿨애니 포함)들의 총평을 한 번 적어보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글 쓰기 시작한 게 2분기 시작 전이었는데 대학 들어오니 자유시간이 별로 없더라고요...
신작애니 보기도 바빠서 이 글 완성하는데 좀 오래 걸렸습니다 ㅠㅠ
1. 작품의 순서는, 저번의 신작애니 랭킹때는 방영요일 순으로 했지만 이번엔 점수 순으로 나열해 보았습니다.
2. 하차한 작품들은 글 마지막 부분에서 간략한 리뷰 적어두겠습니다.
3.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4. '작은' 스포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마 없을겁니다. 물론 있을수도 있어요. 하여튼 '최대한 없도록' 노력해볼게요.
(1화에 소개되는 내용들까지는 스포로 간주하지 않고 그냥 적어놓았습니다. 참고하시길.)
스포라고 생각되는 문장 말씀해주시면 해당 문장 지우겠습니다.
5. 점수는 10점 만점입니다. 대략 1~4점=부정적, 5점=보통, 6~10=긍정적 으로 여기면 되겠습니다.
6. 같은 점수라면 순위가 높은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7. 이 글에 있는 거의 모든 하이퍼 링크는 제가 루리웹 애갤에 작성한 다른 게시글로 연결됩니다.
이상한 글로 연결되는 것 같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나만이 없는 거리 (10/10)
이 작품에 한해서는 반론을 제기할 분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분기의 명실상부한 최고존엄 명작이죠.
일단 노이타미나라 작화가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초고퀄리티까지는 아니지만 그림도 세밀하고 그 유지도 안정적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기본 그림체도 개성있고, 등장인물들 모두 각자 개성넘치면서
모에스러운 느낌 없이 담백해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카요짱 핰핰!
연출도 과거 시간대에서는 영상 상하단에 레터박스를 삽입하거나
과거 사건을 돌아볼 때, 주인공의 기억을 방대한 필름의 뭉치로 보여 주는 등 굉장했습니다.
오프닝, 엔딩영상의 연출도 정말 끝내줍니다. 영상미는 물론이거니와 노래와의 싱크로율도 좋아요.
음악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주제곡으로는 OP/ED 각각 Asian Kung-Fu Generation과 Sayuri가 참여했는데
곡 자체도 좋지만 작품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프닝곡은 타이업임에도 가사가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고,
엔딩곡은 가사도 좋지만 특유의 소름돋는 미쳐돌아가는 광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BGM은 카지우라 유키 씨가 참여했는데, 그 분만의 환상적인 현악기 사운드가 이 작품 특유의 굉장한 연출력과 결합해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해 줘서 정말 좋았습니다. 덕분에 몰입도가 진짜... 초 집중해서 보다보면 벌써 엔딩임... ㄷㄷ;
이런 몰입도에 더해 끊기 신공도 대단히 노련해서, 매 주 이 작품 기다리는 맛에 살았습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 원작의 내용을 12화 분량으로 줄이느라 세세한 설명이 잘려나갔습니다...
(전 원작 보지는 않았지만 보신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 사실 애니만 봤을 때 어색한 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개에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하는 실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전개속도도 끝까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했습니다!
(애니가 중후반부에 접어들었을때 원작 보신 분들이 앞으로의 전개속도 많이들 걱정하시던데 이렇게 나온 거 보면 정말 대단...)
최근에는 전개속도 조절도 제대로 못 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이건 솔직히 박수를 쳐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화입니다.
범인의 범행동기와 사토루의 갑작스러운 관대함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다는게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뭐, 하여튼 이런 소소한 불만이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부분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서
저는 이 작품을 이번 분기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 까먹을 뻔 했네요. 카요가 정말 귀엽습니다!
제가 종종 공상에 빠질 때 고난에 빠져 있는 여자아이를 제가 구해내는 내용을 떠올리곤 했는데
카요가 딱 그런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더더욱 잘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작중에서는 거의 시한부 인생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주인공이 그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하는게 작품의 주요 내용인데,
그래서 이 아이가 과연 끝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주요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애갤 돌아다니다가 스포 표시 안 돼 있는 글의 덧글란에서 그걸 스포당해가지고...
아니 인간들아 스포 표시도 안 돼 있는 글에 들어가서 댓글로 스포질하지좀 말라고...;
뭐... 하여튼 끝까지 잘 봤습니다.
2.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 (10/10)
나만이 없는 거리, 아인과 함께 2016년 1분기 쓰리탑 작품으로 치는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입니다.
처음엔 그냥 흔한 드라마물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애초에 라쿠고가 뭔지도 몰랐고...
그런데 1화(이미 나온 OVA 두 편을 1시간짜리 분량으로 편집해 만든 것)를 보자마자 이거 물건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작화, 성우 연기, 연출, 모든 면에서 완벽했어요. 넋 놓고 감상하다가 1시간이 순식간에 가 버리더라고요.
그리고 이 작품은 이후로도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러한 완성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사실 1화만 본 당시에는 스토리가 그렇게 재밌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 때는 다른 것 보다도 연출이랑 성우 연기의 역할이 컸어요.
그런데 계속 보니 스토리도 은근 구수하고 깊이가 있더라고요. 특히 12화, 13화는 정말 보다가 울컥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작화는 매우 안정적이고, 여기에 끝내주는 연출이 더해져 제대로 볼 맛 납니다.
연출은 정말이지... 등장인물들이 라쿠고를 할 때에 대부분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데요, 전혀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가끔씩은 소름이 돋을정도로 현장감 넘치고 빠져드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출이 끝내줍니다.
물론 이런 연출은 성우들의 명연이 있었기에 빛을 본 것이겠죠.
전 평소 성우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누가 누군지 이름도 모르고 목소리로 성우 구분도 못 합니다.
당연히 그런 성우들의 연기에도 별 관심이 없어서 어지간히 연기 못 하는 거 아니면 그냥저냥 다 봅니다.
그런데 이런 저도 이 작품의 성우들이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 한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그냥 쩝니다.
오프닝/엔딩곡, 오프닝/엔딩 영상 모두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1화부터 13화까지, 매 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잘 만든 작품입니다. 그냥 보세요.
참고로, 맨 처음에 같은 점수라면 순위가 높은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는 했지만 이 작품은 예외입니다.
이 작품이 2위인 이유는, 1위인 '나만이 없는 거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순위를 매기다 보니 불가피하게 2번을 부여하게 된 겁니다. 사실상 공동 1위나 다름없는 겁니다.
3. 재와 환상의 그림갈 (9/10)
3화쯤 보고 리뷰 올릴때도 엄청 기대하던 작품인데 다행히도 끝까지 안정적으로 잘 뽑아 준 것 같습니다.
다른 이고깽물과는 다르게 (물론 주인공 일행이 깽판 치는 건 아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적절한 용어가 없네요...)
주인공 일행이 말 그대로 바닥부터 시작해서 죽도록 노력해 점점 성장하는 스토리가 묘하게 현실적인 독특한 작품입니다.
갑자기 처음 보는 세계에 내던져져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터라 자금난에도 시달리고,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다른 생명체를
죽여 본 적도 없는데다가 무기를 들고 싸워 본 적은 더더욱 없어서 고블린 한 마리 잡는데에 여섯 명이 달려들어도 쩔쩔맵니다.
특히 이 장면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억지 신파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전 전혀 이해를 못하겠네요...
필자부터가 처음으로 칼을 사용해 생고기를 잘랐을 때 징그럽다고 느꼈는데,
하물며 '살아 있는 생명체'를 칼로 찔러 본 경험이 전무한 애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이 정말 좋습니다.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모에 요소를 쫙 뺀 채로 담백하고 수수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피로감이 덜 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색감도 수수하고, 선도 날카로운 부분 없이 둥글둥글해서 보는 내내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수수한데도 각 캐릭터마다 개성은 뚜렷하게 살아 있다는 점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캐릭터들은 분명 수수하게 생겼는데 감독의 신념으로 인해 신체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고 섬세하게 되어 있어,
남캐들의 잔근육과 여캐들의 몸매가 정말 세세하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여캐들의 몸매 묘사에서는 색기가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것이... (관련글)
중요하니 두 번 말합니다. '은은하게' 입니다. 절대로 대놓고 나오지 않습니다!!! 바바라 센세...읍읍
배경작화도 끝내줍니다.
투명한 느낌의 수채화 풍으로, 경계선의 구분이 흐릿하도록 채색되어 있는데다 색채도 여러 색이 다채롭게 섞여 있어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발산합니다. 또 배경작화가 다중 레이어 처리가 되어 있어 깊이감이 느껴지는데,
계속 보고있으면 마치 내가 작중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 좋습니다. 이 작품에 사용된 모든 곡들은 프로젝트 그룹인 (K)NoW_NAME이 담당하고 있는데요,
특히 오프닝곡 도입부의 현란한 현악기 사운드가 인상적입니다.
엔딩곡과 삽입곡 또한 모두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 주는데다가
삽입곡의 경우 한 화당 무조건 한 곡 이상씩 넣어 주어 귀가 정말 즐겁습니다.
다만 작품 초반에서는 삽입곡과 연출이 잘 어울리지 않아 괴리감이 느껴지는 장면들도 종종 있었는데,
이것은 화가 거듭할수록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보컬이 일본인이다 보니 영어 발음을 일본식으로 하는데,
가사 전체가 영문으로 되어 있는 곡은 들을 때 솔직히 좀 깹니다.
보컬이 뭐라 열심히 부르고 있긴 한데 당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 작품은 작품 내내 느긋한 연출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 점은, 작품의 세계관을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있어 이점이 있고
잔잔한 연출로 은근한 치유 효과도 노릴 수 있지만, 취향이 맞지 않으면 매우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느린 연출은, '전개속도를 늦추는 대신 세부 묘사를 강화한다'기보다는 그냥 주변풍경 많이 보여(훑어)주고
등장인물들의 대사 치는 속도나 대사 간 간격을 길게 늘여 놓은 것에 가깝습니다.
(물론 다른 전개 빠른 작품들보다는 세부 묘사가 확실히 더 많이 들어가 있긴 합니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이라 생각됩니다.
작화 면에서는, 1화는 퀄리티도 좋고 움직임도 수준급이었지만 (관련글)
이후로의 작화 유지는 안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약간 불안합니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전투씬에서
주인공 파티원 간의 연계를 잘 보여 주고 있고, 연출도 긴박하고 역동적으로 잘 풀어냈 점은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여러 모로 이번 분기의 기대작 중 하나였는데,
전개속도와 연출 스타일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점만 제외하면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4. 빨강머리 백설공주 (9/10)
분할 2쿨로 방영되어 이번에 완결된 빨강머리 백설공주입니다. 장르는 순정물이지만 저는 치유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분명 연애장면이 없는 건 아닌데, 애초에 마지막화 전까지는 엄밀히 말하면 사귀는 것도 아니고
24화 내내 썸타는 장면만 나와서 순정물을 기대하고 보면 솔직히 말해서 지루합니다.
그에 비해 치유물로 생각하고 보면 등장인물간의 드라마도 소소하게 재미있고 캐릭터 디자인도 다들 둥글둥글한 게 귀엽고
배경작화 색감도 공기와 빛의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서 말 그대로 치유되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관련글)
작중 세계관이 현실과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현실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
이러한 치유물 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작사가 본즈인 만큼 작품 곳곳에서 칼싸움이나 몸싸움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액션이 들어갈만한 여지가 없어보이는 작품을 본즈가 잡는다고 해서 의아해했는데, 작품 감상한 결과 갓본즈 인정합니다.
(사실 본즈는 액션물만 만든다는것도 편견이긴 하죠)
액션도 자주 나오고 작붕도 없어요. 인물작화도 예쁘고, 배경작화도 예쁘고,
스토리도 잔잔하고, 연출도 좋고, 오케스트라 풍의 BGM도 달달하고, 이 얼마나 완벽한 치유물이란 말입니까!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24화 내내 썸만 타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면도 있어요.
분명 포옹도 하고 키스도 하는 등 할 건 다 하는데 젠이랑 백설이 이 둘은 자기가 상대방이랑 사귀고 있다는 인식이 없어요.
서로의 손이 조금만 닿아도 둘 다 얼굴 붉히면서 미안하다 하고 막 그럼.
어떻게 보면 이런 것도 다 귀엽고 순수하다고 볼 수 있는데(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24화 내내 이런식이니까 솔직히 질리네요.
그나마 2쿨 와서는 여러 화에 해적 에피소드 덕에 분위기가 환기되어서 좀 견딜 만 했습니다.
주역 두 명이 연애면에서 서툰 것만 제외하면 등장인물들 모두 너무 매력적입니다. (관련글)
특히 백설이는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만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좋아요.
물론 거주하는 장소가 장소인데다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사람들인지라 '휘말리는' 사건의 스케일은 엄청 큰데,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기가 해결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합니다. 게다가 예뻐!!!
하여튼 그림도 좋고 음악도 좋고 캐릭터도 좋고 이야기도 좋은 치유물, 빨강머리 백설공주 보세요.
5. 아인 (9/10)
나만이 없는 거리,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과 함께 개인적인 이번 분기 탑쓰리인 아인입니다.
저도 원래는 풀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부감을 좀 갖고 있었는데,
폴리곤 픽쳐스가 만든 시도니아의 기사를 보며 많이 적응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 효과로 인해 느끼게 되는 3D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어느정도 상쇄할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었거든요.
그 폴리곤 픽쳐스가 신작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정말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일단 시도니아의 기사와는 달리 현대 일본이 배경인지라,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그냥 실사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부 3DCG로 만든 덕에 작붕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각 캐릭터들의 모델링도 어색하지 않게 잘 되었어요.
움직임이나 표정묘사도, 솔직히 말해 목각인형을 보는 듯했던 시도니아의 기사와는 다르게 매우 풍부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동분기 방영작인 부부키 부란키도 풀 3D 애니메이션이었기에 비교를 피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아인은 3D 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둔 것 같고 부부키 부란키는 3D를 최대한 2D처럼 보이도록 노력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부부키 부란키는 아인에 비해 움직임도 적고,
적은 프레임을 가지고 박력 넘치는 효과를 이끌어내는, 소위 TRIGGER 스타일의 움직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인의 이런 전략이 극대화되는 장면들은 역시 검은 유령이 날뛰는 장면이나 사토씨가 무쌍을 벌이는 장면일 것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박력과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인물작화는 완벽하게 3D로 대체했지만 배경작화는 여전히 손그림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게 너무 형태를 뭉개트리고 흐릿하게 처리해서 인물 모델링과의 괴리감이 컸습니다.
물론 배경까지 3D로 만들어 버리면 돈이 너무 들기에 손그림을 이용했다는 건 알겠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흐릿하게 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참고로 부부키 부란키는 배경작화에서 킬라킬처럼 거칠고 선명한 붓터치가 살아 있는 박력넘치는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쓰리탑이라는데 왜 별 다섯개가 아닐까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이 놈 주인공. 초반에는 그 판단력 뛰어난 모습에 호감을 느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 놈의 진짜 성격이 드러납니다. 냉철해도 너무 냉철해요.
거의 싸이코패스 급임ㄷㄷ 작중에서도 동생이 계속 오빠는 쓰레기라고 강조하고요.
두 번째 이유는 중반부 전개가 좀 늘어진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마을로 숨어 든 이후로는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느낌이 없어요. 주인공은 할머니랑 가족놀이 하고 있고,
성격이나 발언만 보면 오히려 진주인공 급인 나카노 코는 싸이코패스 주인공에 의해 줄창 감금당해 있습니다.
그나마 사토랑 토사키가 뭘 좀 진행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리 부각되지가 않아서... 하여튼 여기서 점수가 좀 깎였습니다.
오프닝곡과 엔딩곡은 노래 자체도 굉장히 좋고, 영상미도 뛰어납니다. 특히 엔딩영상은 묘하게 중2병스럽긴 하지만
실루엣으로 표현한 작중 주요 사건들의 연출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노래가 맞물려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아인은 안 보시더라도 엔딩영상 만큼은 한 번쯤 보시길.
이제 결론! 이 작품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겁니다.
일본판 할아브
6. 오소마츠 상 (8/10)
이건 최근 일본에서 사회현상이 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라 제가 딱히 할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몇가지 언급을 해 보자면, 우선 바뀐 오프닝곡의 중독성이 굉장합니다. 지금 몇십번째 돌려듣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바뀐 엔딩곡은 이전 것의 열화판 짜깁기 느낌이 강해서 좀 별로입니다.
내용 면에서는 갈수록 쌍둥이 위주의 에피소드만 나와서 시청자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좀 나왔던 걸로 아는데,
다행히 18화에서 지금까지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총출동시키고
미친 작화와 개그를 선보이며 이러한 불만을 어느정도 해소시켰습니다.
그래도 이 이후로도 소재가 고갈된건지 그렇게 빵 터진 에피소드는 없었던 것 같네요.
절정은 단연 마지막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4화에서 각잡고 나름 시리어스한 전개로 가는 줄 알았는데
25화에서 그딴거 바로 때려치고 초월전개가 진행됩니다.
뭐 오소마츠 상 제작진들의 지금까지의 기행을 보면 마지막화 기대하던 시청자들 엿먹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지만,
문제는 이 초월전개가 재미가 없어요. 말 그대로 초월만 열심히 해대다가 끝났습니다.
어쩌면 이 노잼도 시청자들을 엿먹이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림수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여튼... 겁나 쎈 수위의 미친 개그들과 쌍둥이들의 캐릭터성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아, 그리고
오리지널 여캐들과
방귀쟁이 냐짱이 귀여웠습니다♥ 중간에 스파이가 한 명 있는 것 같지만 무시합니다
※ 하시모토 냐짱 모음 (18화) (21화) (24화) (25화)
7.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8/10)
PV 나오고 제작진 공개되고 할때만 해도 다들 엄청 작화 걱정했는데 막상 나오고 보니 대단한 꿀잼애니로
루리웹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코노스바입니다. 저도 별 생각없이 1화 봤다가 너무나도 상큼한 개그에 빵 터져서
바로 2016년 1분기 상위권에 랭크시켰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게 아무리 개그를 강조한다고는 해도 완전한 개그물이 아니라 오히려 이세계 일상물에 가까워서
막 오소마츠 상이나 부르잖아요 아자젤씨 같은 각잡고 만드는 개그물 보다는 확실히 웃긴 포인트가 적습니다.
물론 그 웃음 포인트에서 정말 빵빵 터트려 주긴 합니다만 하여튼 저는 이것때문에 점수 좀 깎았어요.
작화. 이 애니의 방영일만 되면 애갤과 애이게가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 원인 중 하나였는데요,
제가 보기엔 작화 질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프닝 영상도 그렇고 본편도 그렇고
자세히 보면 움직임의 생동감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움직임을 많이 넣는 대신 그리기 편리하도록 캐릭터 디자인의 디테일을 많이 줄이는 전략을 취한 것이지요.
그 움직임을 넣는 장면도 역동성을 위해 형태를 의도적으로 뭉개고 있습니다. 나루토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되실듯.
이런 장면은 일시정지해서 캡쳐해가지고 작붕이라 하는 게 이상한거죠.
하다못해 현실의 사람도 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사진찍으면 한 장 이상씩은 엽사 나옵니다. 같은 이치라고 보시면 돼요.
카메라로 찍었을때 사람 얼굴의 형태가 뭉개지는 것과 같은 원리를 애니메이션에 구현해서
더욱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또한 장르가 어쨌든 개그물인 만큼 좀 더 망가지기에 적합한 모습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변형한 듯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원작팬들은 원작 일러스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불만 가지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제가 보기엔 원작 일러스트와 똑같은 모습을 한 캐릭터들이 애니 속에서 어떤 웃긴 짓을 벌인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웃기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다른 분들 의견도 존중합니다. 하여튼, 작화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작붕이라는게 화면 멈춰놓고 가만 보기에 이상하면 다 작붕인 게 아닙니다. 오히려 코노스바는 이목구비 위치도 제자리에 잘 있고
캐릭터 디자인 잘 유지시켜 주는 등 작화 자체로만 보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닙니다.
제발 '역시 스튜딘 그럴 줄 알았다.' 같은 말 하면서 작붕 운운하지 맙시다.
그리고 작붕 말하면서 스튜딘 언급하기 전에 일단 닥치고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 보고 오세요.
다른 특이한 점을 꼽자면, 엔딩곡과 영상이 독특합니다. 일단 노래는 느긋한 분위기가 흐르는 게 정말 마음에 듭니다.
많은 애니송들이 빠른 리듬에 자극적인 일렉 사운드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것저것 오래 들으면 귀가 피곤한데
코노스바의 엔딩곡은 이런 귀를 편히 쉬게 해 주는듯한 매력이 있습니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본작의 여캐들이 오두막 밖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다가
주인공이 일을 마치고 오는 걸 보고 반겨주는 장면도, 엔딩곡의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도 곡의 분위기에 맞게 매우 느긋하고 평화로운데요, 특이하게도 디지털 카메라의 미니어쳐 기능을 적용해 놓은듯이
심도가 매우 얕고, 타임랩스 기능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듯이 사람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합니다.
이런 실험적인 연출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아이캐치가 너무 자주 나와서 템포를 자꾸 끊어먹는게 좀 거슬렸습니다.
1화에서는 장면을 일시정지 해 놓은듯한 연출로 때우는 게 참신하고 깔끔해서 보기 좋았는데 왜 바꿨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한 화 내에서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내내 한 사건이 쭉 이어지는데
왜 자꾸 중간에 아이캐치가 튀어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보통 4컷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에 적용하는 거 아닌가요?
종합하자면, 기존 이고깽물의 클리셰를 비틀면서 개그성도 갖춘 좋은 킬링타임용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1기가 10화로 끝나서 아쉬웠지만 2기가 확정되어 참 다행입니다.
8. 액티브레이드 -기동강습실 제8계- (8/10)
1쿨인 줄 알았는데 분할 2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왠지모르게 이득본듯한 기분이 드는 액티브레이드입니다.
스태프가 공개됐을 때 제작사가 아임즈라 다들 엄청 걱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타니구치 고로 총감독, tosh의 캐릭터 원안, 3DCG 파트 제작으로 참여한 오렌지 등 쟁쟁한 제작진들로 보아
꽤 각잡고 만든다는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작화도 엄청 처참하게 뭉개지는 장면은 거의 없어요.
다만 조금씩 뭉개지는 장면은 많습니다 ㅠㅠ 오프닝영상도 처음에는 짜깁기였다가 후반부에 완전판으로 방영했어요.
스케줄 혹은 예산이 빡빡한지 작품 여기저기에서 새로 그리는 장면을 줄이기 위한 창의적인 연출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거 하나하나 찾아보는것도 재미있습니다ㅋㅋㅋ (관련글)
위의 움짤은 적이 쿠로키와 세나가 착용한 윌웨어의 배터리를 분리시키는 장면입니다 ㅋㅋㅋㅋ
주제 면에서는 감독 성향 때문인지 노골적으로 일본의 관료주의를 까고 있는데요, 이건 한국에도 적용되는 점이 많아서
애니를 보고 있으면 왠지모르게 사이다 들이키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애니는 메카물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실상 특촬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트나 메카닉 디자인은 최신의 세련된 모습보다는 투박하고 정감가는(나쁘게 말하면 유치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아
의도적으로 고전 특촬물에 이것저것 섞은 분위기를 내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전 작품의 오마주는 6화에서 절정에 이르렀는데요, 무려 거대 로봇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 거대 로봇이 3DCG가 아니라 고퀄리티의 2D 손작화로 그려져서 움직입니다!!!
※ 손작화 움짤 모음 (6화) (7화) (8화) (9화)
나중에 알고 보니 오오바리 마사미, 야마네 마사히로 등 유명 메카닉 애니메이터분들이 참여했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아임즈의 진심작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화였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매 에피소드 방영 후, 작중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각종 설정들의 해설이 공홈에 올라오는데요,
부부키 부란키는 이것 좀 보고 배워라
특히 6화의 설명이 진국입니다. 뭐만 하면 로망이라 하는데 이게 또 납득이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따로 설정 설명을 해 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애니 본편에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는거잖아요.
특히 애니 초반에 각종 설정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전개도 산만해지고 저도 좀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스토리는 분명 재밌거든요? 분명 스토리도 재미있고 전개도 안정적이고 캐릭터들도 다들 개성넘치는데
뭔가 10%정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아마 1쿨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스토리라인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분명 매 화마다 떡밥투척도 착실하게 되고 있고 빌런의 계획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 와닿질 않아요. 그나마 후반부 가서는 본격적으로 악당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계획이
수면위로 드러나서 몰입도가 더 올라가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남아있습니다.
이제 1쿨이 끝났는데, 깔끔하게 끝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쿨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네요.
9. 슈발체스마켄 (7/10)
사실 진짜 별 생각 없이 본 작품입니다.
이게 마브러브인가 뭔가 하는 시리즈의 외전이라던데 마브러브가 우익 논란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애니화됐던 토탈 이클립스라는 작품이 거의 흑역사급 망작이라고 해서
그냥 신작애니 훑어보는 마음으로 1화를 봤어요. 그런데 어?
우려했던 우익스러운 내용도 없고, 작화도 엄청 구리진 않고, 메카도 멋있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밌더라고요.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된 작중 상황이 묘하게 현재 대한민국의 실정과 맞물리는 점이 있어서 그런지
여주가 우리나라로 치면 월북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슈발체스마켄은 애초에 원작부터가 우익적인 색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여튼 이런 계기로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아까 작화가 엄청 구린 편은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좋다는 건 아니에요.
무려 오프닝 영상에서부터 움직임 딱딱한 게 보이고, 본편에서는 이목구비 위치도 불안해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특히 테오도르...)
메카닉이야 뭐 3DCG라 작붕도 없고 퀄리티도 좋았습니다. 특히 그 육중한 움직임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전 항상 손그림을 선호하기에 메카닉도 손그림이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이게 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작업강도 자체도 굉장히 빡세다는 걸 알아서 그냥 넘어갈 수 밖에 ㅠㅠ
왜 굳이 로봇씩이나 타고 나가서 총만 쏴갈기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이건 거대로봇물의 불문율이니 그냥 넘어갑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토리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일단 작중 분위기는 굉장히 어두워요. 일단 세계관부터가 인류멸망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는 상황인듯 해 보이고,
동독에서는 슈타지가 활개를 치고 있으며, 그냥 풍경 자체도 하루종일 우중충한 하늘에서 눈이 끊임없이 내리는 등,
밝은 면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적 외계생명체인 BETA들도 겁나 그로테스크하게 생겼고, 주역급 등장인물들은 마구 죽어나가고...
하지만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는 등장인물들의 노력이 큰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유...유열...?
또, 초반에는 장르가(메카물인건 당연하고) 슈타지의 존재로 인한 등장인물간의 심리싸움에 가까웠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정치/사상의 싸움으로 스케일이 확대되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방대한 소설의 내용을 12화 안에 구겨넣으려다보니 설명이 부족하고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은 매우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분기에 제가 본 메카물이 슈발체스마켄, 부부키 부란키, 건담 철혈의 오펀스 총 세 편이었는데,
(액티브레이드는 파워드 슈트에 가까우니 제외)
철혈은 폭망하고 부부키 부란키는 너무 애매해서, 2016년 1분기 작품 중에서는 슈발체스마켄이 가장 잘 만든 것 같습니다.
10. 하루치카 ~하루타와 치카는 청춘이다~ (7/10)
시청자들은 빙과 + 유포니엄 생각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1화에서부터 여러 의미로 굉장한 충격을 준 하루치카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남주와 여주가 취주악부에서 꽁냥꽁냥하며 추리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맙소사...
이것때문에 꽤 많은 시청자분들이 떨어져 나간 걸로 압니다. 물론 이 이후로도 많이들 하차하셨지만...
이런 사실때문에 애이게에서 동성애 관련 떡밥으로 불판도 좀 열리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이건 계속 보니까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네타는 아니라, 한 번 익숙해지니 그냥저냥 볼 만 했습니다.
자, 그래서 이 작품은 빙과 + 유포니엄을 기대한 시청자들을 충족시켰을까요? 제 생각엔 아닙니다.
빙과로 보기엔 특히 작품 초반에서 추리과정이 너무 생략되었으며,
그나마 묘사된 추리과정도 굉장히 작위적이고 쌩뚱맞은 느낌이 있습니다.
주인공 혼자 몇초간 골똘히 생각하다가 앗! 합니다; 이나호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MK.II
그래도 작품 후반부 가면서는 제작진이 감을 잡은건지, 연출가 혹은 각본가가 바뀐건지, 하여튼 꽤 개선되긴 했습니다.
(물론 계속 좋았던 건 아니고, 10화에서 추리가 시작되는 계기가 좀 작위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울려라! 유포니엄은 됐을까요? 음... 그것도 아닙니다.
취주악부 관련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끝에 가서는 대회도 나가지만, 작중에서 취주악부 활동이 그렇게 부각되진 않습니다.
부실의 역할은 추리가 진행될 때 다같이 모여서 토의를 하는 장소에 가깝습니다.
취주악부 활동 자체도,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흐름을 넣으려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느낌이고요.
결국 이 작품은 빙과도, 울려라! 유포니엄도 되지 못했는데요, 제가 이런 말 하긴 좀 꺼림직하지만
사실 이 부분은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혹은 방향성이 달랐던)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 그냥 추리요소가 가볍게(빙과보다도 더욱. 그러니까 말 그대로 정말 가볍게) 가미된
좀 독특한 일상물로 여기며 보면 그냥저냥 볼 만 하거든요. 물론 그렇기에 점수도 높게 주진 않았지만요.
작화는 대체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중간중간 불안한 화가 있습니다.
P.A.WORKS가 쿄애니와 더불어 작화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제가 보기엔 쿄애니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작화가 좋다기보다는, 기본 캐릭터 디자인이 좋고 중요 장면의 정지화상이 이쁘장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전엔 여기에 더해 움직임도 딱딱한 편이었는데, 하루치카에서는 그래도 공들인 장면들이 꽤 보이네요.
(이후로 2분기 방영작인 쿠로무쿠로 와서는 정말 좋아졌습니다)
하여튼, 캐릭터 디자인은 진짜 좋아요. 주역들도 다들 선남선녀고, 심지어 단역캐릭터들도 정말 예쁩니다. (관련글)
이것만큼은 쿄애니급...ㄷㄷ
※ 치카 모음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특히 눈 모양이 독특한데요, 눈 옆의 Z 모양도 신선하지만 눈동자가 다들 너무 영롱합니다.
이색적인 여러 색들을 섞어 놓았는데,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한 차원 높은 세상에 사는 존재를 보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다만 눈동자 채색을 제외하면 다른 전반적인 부분은 색감이 좀 우중충해서,
제목에서 주장하는 '청춘'이라는 느낌은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남주인 하루타는 툭하면 치카 깎아내리기 바빠서 치카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정말 화가 나는 캐릭터인데요,
그나마 우리 활동적인 치카가 그때그때마다 응당한 처벌을 가해줘서(엉덩이를 발로 뻥 찹니다) 최소 사이다급입니다.
폭력 여캐가 아닙니다. 정의구현입니다.
이 작품만의 특징적인 연출이라면, 취주악부인 만큼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진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한데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때 각자 할 말 툭툭 던지면서
어떨때는 그냥 흘리고 어떨때는 다른 사람이 던진 말 잡아서 대화 이어나가고 하는데, 이게 너무 좋습니다.
진짜 현실에서 볼 법한 절친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왜, 애들 모여있는거 보면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애는 열심히 자기 이야기 하고 있는데 옆에서 다른 애들은 다른 곳 보고 있다가
가끔씩 혼자 말하는 애 말 받아쳐주고 그런 거요.
사실 여러 명이 모여있는데 대화가 일대일로 성립한다는게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건담 G의 레콘기스타에서도 이런 연출이 사용되었죠.
하여튼 이런식의 연출이 사용되어서 그냥 대화 지켜보는것도 흥미롭고,
캐릭터들이 툭툭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에 그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 있어서 이것도 즐겁네요.
결론을 말하자면, 빙과 + 울려라! 유포니엄은 절대 아닙니다.
취주악부에 '속해 있는' 아이들이 펼쳐 가는, 추리요소가 정말 가볍게 가미된, 좀 독특한 일상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 홍각의 판도라 (7/10)
공각기동대와 같은 세계관인데다가, 무려 그 원작자분이 원안을 담당하셨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막상 1화를 봤더니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해졌습니다.
분명히 전신의체나 광학미채 같은 SF적인 설정들이 가득한데 전혀 무겁지가 않아요.
오히려 한없이 가볍습니다. 공기보다도 가벼워서 둥둥 떠다니는듯한 가벼움입니다. 최소 헬륨 수준입니다.
캐릭터 디자인도 동글동글 귀엽고, 배경음악도 통통 튀는 가벼운 전자음악이 시도때도 없이 흘러나오고
주역 캐릭터 2인방은 시도때도없이 부비부비하고 있습니다. 하앜
분명히 심각한 장면인데도 주인공은 언제나 웃고 있고 배경음악도 처음의 밝은 분위기에서 바뀌질 않아요.
그래서 보던 작품을 잠시 내려놓고, 이걸 하차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작품 속 각종 설정들과 등장인물/단체들의 이름을 한 번 듣는 것 만으로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서
(럭앤로직과 디바인 게이트도 이랬음... ㅠㅠ)
일단 그것들부터 제대로 머릿속에 각인시켜놓고 평가하자는 생각에 다시 몰아보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이 작품의 본질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애초에 진지해질 생각이 없던겁니다.
이 작품은 그저 (하드SF적인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미소녀 둘의 달달한 사랑일상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깨닫고 나자 작품이 갑자기 재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작화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괜찮습니다.
간간히 나오는 클라링 단독샷만 예쁘게 그려지면 돼요.
그런데 진짜 얜 3DCG에 카툰렌더링 효과를 씌운 것마냥 작붕이 전혀 없어요. 제작진들의 애정이 정말 잘 와닿습니다.
배경음악으로 가벼운 전자음악이 쉴세없이 흘러나와도 괜찮습니다.
연출이 헐렁해서 한없이 가벼운 느낌이 나도 괜찮습니다. 원래 이럴 작정으로 만든 애니거든요.
덕분에 힐링 잘 했습니다.
오프닝곡이랑 엔딩곡은 모두 ZAQ가 만들어서 좋으니까 꼭 한 번 찾아들어보세요.
특히 엔딩곡은 초딩시절에(20대 기준) 선생님이 컴퓨터로 틀어주시던 플래시 동요(우유송 같은 거) 듣는 기분입니다.
12. 디멘션 W (6/10)
개인적으로 SF 장르를 매우 좋아해서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라던가, 코일이라던가, 양자학 같은 과학적인 내용들이 많이 나와서 마음에 들었고,
액션씬도 움직임이 좋아서 볼 맛 났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90~00년대 느낌이 많이 나는 분위기도 취향저격이었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들이 좀 있었는데요,
먼저 캐릭터 디자인... 분명 더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애니상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좀 이상합니다.
특히 미라나 루와이같은 눈 큰 캐릭터들... 미라는 미간 좁은 점만 빼면 그나마 괜찮은데
루와이는 진짜 심할때는 보기 징그러울 정도로 캐릭터 디자인이 좀 괴랄합니다.
루와이나 마부치 포함해서 머리카락 뾰족한 캐릭터들은 그 뾰족한 걸 너무 강조해서 과해 보이기도 하고요.
음영 표현도 좀 많이 단순화되어 있어서 그림을 보면 그리 공들였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
오프닝 영상 도입부에 나오는 그림 퀄리티였으면 완벽했을텐데... 뭐, 마지막화 가서는 그나마 좀 나아지긴 합니다.
하여튼 이게 애니 본편 들어가서는 전반적인 색감과 배경작화 스타일과 맞물려서 가벼운 느낌이 좀 많이 드는 원인이 됩니다.
배경작화에 자글자글한 터치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 정말 싫어하는 터라...
같은 이유로 신강철도 보는 내내 거슬렸습니다.
이게 잘만 들어가면 위의 캡쳐샷(잔잔한 내일로부터)처럼 배경의 질감을 살리는 데 유용하긴 한데,
디멘션 W처럼 거칠게 들어간 건 오히려 산만해 보이더라고요. 뭐, 질감 살리기보다는 그냥 분위기 내려고 넣은 듯 하지만...
뭐,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 분도 계실테니 취향은 존중해 드립니다.
또, 중간중간 배경을 이런 식으로 단색이나 단순패턴으로 때우거나 효과선을 넣는 등
만화적 연출도 많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제가 보기엔 너무 산만해 보입니다.
뭐, 애초에 진지한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라 어느정도의 가벼움은 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건 너무 가벼워서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연출 나올때마다 감정이입이 깨지더라고요.
이제 비주얼적인 면 밖의 것을 보자면 그 놈의 전개속도... 야소가미 호수 편에서 빵 터져 버렸죠.
저는 애니메이션만 파는 부류라 원작에 비해 스킵이 심하다 하는 건 애초에 비교를 못하니 크게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이번 경우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중인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심했음.
뭐, 그래도 이 에피소드를 희생하면서까지 애니메이션에 담으려던 이스터 섬 에피소드는
단역 조연들의 괴랄한 캐릭터 디자인(원작도 이런 스타일이었다면 할 말 없다만)과, 여전히 좀 부족했던 설명만 빼면
떡밥도 많이 해소하고, 스토리도 어느정도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겠네요.
주제곡들은 다 좋았고 엔딩영상은 에바타 료마 씨의 원맨쇼 작화가 인상적이었는데, 오프닝 영상은 좀 묘했습니다.
우선 마부치가 까딱까딱 춤추는 모습이 멋있다기보다는 좀 어정쩡했고,
자동차 추격씬도 오프닝용 영상이라기보다는 그냥 본편 내용 짜깁기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찾아보니 진짜로 애니화 되지 않은 부분인 모양이네요)
작화 퀄리티만 따지자면 분명 상급이지만 그래서 더욱 아쉬운 부분
이건 번외지만, 제가 차덕인지라, 오렌지가 작업한 토요타 2000GT나 렉서스 LFA가 나온 것도 좋았습니다.
항상 강조하다시피 개인적으로는 손그림을 선호하긴 하는데,
이번 경우는 디테일이 너무 ㅎㄷㄷ해서 칭찬 안 할수가 없겠네요. (관련글)
13. 푸른 저편의 포리듬 (5/10)
3화까지 보고 쓴 지난 리뷰글에서는 '다들 곤조라 걱정하지만 막상 보면 평범하게 잘 만든 애니'라고 평가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걸 마지막화까지 다 본 뒤 내린 결론은...
스포츠물로서도, 연애물로서도, 학원물로서도 그리 특출나지 않은 작품이라는겁니다.
우선 작화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초반에는 정말 평범하게 좋았습니다. 움직임 딱딱한 게 걸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평균 이상은 찍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작붕의 향연이더군요;
솔직히 저는 그림의 움직임에는 주목해도 작붕같은 건 그닥 안 따지는데다 애초에 잘 캐치해내지도 못하는 편인데,
이 작품의 작붕은 정말이지 너무 노골적이라 보자마자 알겠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디자인도 좀 아쉽습니다.
작화 좋았던 초반에는 섬세한 머리카락 표현 덕에 눈치채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화려한 헤어스타일에 비해 얼굴,
특히 눈이 너무 단조롭게 생겼더라고요. 뭐, 원작 게임 일러스트 찾아보니까 원작 단계에서부터 그렇게 생겼던데,
하여튼 애니만 파는 저로서는 좀 아쉬웠습니다.
장르가 스포츠물인데다가 그 종목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포츠인 만큼,
손이 많이 가는 비행장면들은 전부 3DCG로 처리했습니다.
뭐, 예상했던 거긴 한데, 그래도 주요 장면은 다 손그림 작화로 처리했고,
(사실 후반부 가서 작붕 터질 거 생각하면 그냥 아예 전부 다 3D로 처리하는 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하하...;)
3D인 만큼 카메라 앵글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니 이걸로도 충분히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뽑아내 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온 물건은 일단 연출도 힘이 빠지거니와, 3D임에도 무려 뱅크씬이 난무합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정말 똑같은 특정 구도(위의 움짤 참조)가 튀어나와요.
아니, 물론 3DCG라고 모델링만 만들어 놓으면 장땡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손그림을 대체한 만큼 일은 해 줘야지요...
그렇다고 3DCG가 사용되지 않은 장면을 잘 만든 것도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장면에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고
이로 인해 스포츠물로서의 매력이 매우 반감됩니다.
그렇다고 연애물로 보기에는 연애가 없어요. 진짜 하나도 없어요. 다들 정직하게 운동만 열심히 하고 대회만 열심히 뜁니다.
연애요소가 얼마나 없었는지 엔딩영상에서도 아스카랑 미사키가 엮입니다.
각본을 담당한 분의 발언에 의하면 주인공이 너무 유유부단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데,
연애요소를 안 넣을거면 스포츠물로서의 매력을 잘 살려 줘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학원물로서도 별 매력이 없어요. 애초에 교실 장면도 몇 없고 부활동을 한다지만 그냥 스포츠에 가까운 터라...
결국 이 작품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포츠물로서도, 연애물로서도, 학원물로서도 별 매력이 없습니다.
캐릭터 설정도 덤벙대는 메인 히로인(처럼 보이는 여캐1), 선배를 사모하는 후배 등 좀 진부한 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날아다닐 수 있는 신발, 그라슈가 존재하는 세계관은 진짜 마음에 들거든요?
그런데 애니에서는 그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말 아쉬운 작품입니다.
14. 무채한의 팬텀 월드 (5/10)
원작이 어떻건, 어쨌든 쿄애니 신작이라 굉장히 기대했던 무채한의 팬텀 월드입니다. 결과는 물론 실망...
뭐, 일단 작화는 진짜 좋아요. 거의 모든 장면에서 타 애니보다 프레임레이트가 높고,
개인적으로 업계 원탑으로 치는 쿄애니의 일상적 움직임 묘사력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작품 끝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캐릭터 디자인도 다들 예쁘장하고(쿄애니스럽게 생겼고) 캐릭터성도 잘 살아 있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바스트 모핑도 들어가서 서비스 제대로 해 줍니다.
(사실 바스트 모핑은 아주 예전부터 들어가긴 했는데 최근에 딱 한 번 안 들어갔다고 겁나 까이는 듯)
이렇게 해서 일상물 하나 만들었으면 또 대박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채한의 팬텀 월드는 단순한 일상물이 아닙니다. 팬텀이라는 가상의 존재가 등장하는 만큼 판타지물이며,
그 팬텀들과 육탄전이나 이능력을 사용한 배틀을 벌이기 때문에 액션물, 그 중에서도 이능력 배틀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일상씬에서 캐릭터들의 매력을 뽑아내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팬텀월드는 뽕빨물(+ 서비스물...?)의 요소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이능력 배틀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능력 배틀이죠. 팬텀월드는 이런 면에서 많이 아쉽습니다.
쿄애니가 지금까지 만든 배틀물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애니메이터들이 개인만의 실력(기교)을 뽐낼 수 없는 사내 분위기가 원인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액션씬에 들어가면 움직임에 박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분명 프레임 많이 써서 움직임도 부드럽고, 작붕도 없지만 뭔가 좀 아쉽단 말이죠.
제 생각에 그 원인은 일상씬 그리던 감각으로 액션씬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씬에서는 움직임이라고 해 봐야 펜을 돌리거나, 필기를 하거나, 종이를 접거나,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거나,
대화를 하며 몸짓을 하는 정도의 가벼운 수준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액션씬에서는 치고 받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이동, 무게중심의 이동, 관성 등등 많은 요소들이 작용합니다.
그런데 팬텀 월드의 액션씬은 이런 게 없이 일상씬 움직임 묘사하듯이 가볍게 그려 버려서
무게감, 그리고 그로 인한 박력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물 흐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화에서는 그나마 좀 나았음)
위의 움짤에서 보여지듯이 카메라 앵글이 너무 단조로운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듯 합니다.
※ 작화씬 움짤모음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11화) (12화) (13화)
액션을 제외하고 스토리만 보더라도 그닥 재미있진 않아요.
초반에는 등장인물들 간의 인간관계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고 드라마라고 할 만한 내용도 없어서 진짜 재미없었는데,
후반부 가서는 반대로 쿄애니의 고질적인 급 시리어스 전개가 튀어나와서 '어휴 또?!' 뭐...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가벼운 분위기에 적응했던 것도 있고, 어차피 다 좋게좋게 풀릴 걸 알아서 그런지 긴장감도 못 느꼈고요.
등장인물들의 개별 에피소드들도 별로였고. 특히 쿠루미 마법소녀 편은 진짜... 어휴...
그나마 좋았던 캐릭터인 미나세 코이토는 한 번 조명된 이후로는 쭉 공기화돼서 참 아쉬움...
그리고 그녀는 분함에 못이겨 갑철성의 카바네리에 유키나 라는 배역으로 다시 출연하게 되는데... 그런데 다시 공기
나름 개그씬이라고 집어넣은 장면들도, 그걸 보고 있자면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아니라 오히려 내려갑니다.
떡밥 활용도 제대로 못 했어요.
초반에 얻은 아라야식의 단말기는 하루히코가 1쿨 내내 붙잡고 끙끙대는 장면만 나오다가
막판 가서 공돌이 곰돌이가 순식간에 수리하는 거 보고 벙쪘습니다.
처음엔 이 단말기가 이야기 전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거의 맥거핀 수준으로 전락해 버려서,
당장 가장 중요한 중심 줄거리가 없어요.
쿄애니가 만든 최근의 액션물인 경계의 저편은 그래도 이야기의 핵심을 관통하는 흐름의 방향성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팬텀월드는 그런 게 없어서, 그냥 동료들 몇 명 모은 뒤, 여기 가서 팬텀 때려잡고, 저기 가서 팬텀 때려잡고,
마지막에는 존나 쎈 팬텀 때려잡고 메데타시 메데타시 거든요.
이런 '구성'(때려잡는다는 '내용' 말고)은 일상물에나 적합한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렇듯 이야기에 재미가 없는데 바스트 모핑이 뭔 상관이겠습니까.
여느 양산형 일상물과 다를 바 없이 캐릭터성과 비주얼만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15. 집주인씨는 사춘기! (5/10)
이번 분기의 초단편 애니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오프닝에 크레딧 띄우는 연출이 좀 특이했던 것만 빼면, 사실 내용이랄 것도 없어요.
(등장인물의 뺨이나 그릇에 크레딧이 적혀 있습니다)
그냥 귀여운 로리랑 어른이 두 명이서 일상물 찍는 거...
그런데 이 치에라는 아이가 너무 귀엽습니다!!! 치에 보는 맛에 봤습니다.
눈이 너무 큰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귀여우니 넘어가도록 합니다.
의외로 작화도 좋은 편입니다. 가끔씩 터지는 초 고퀄리티 움직임을 보고 있지만 내 심장도 터집니다.
이 작품의 단점이라면 초단편 애니라는 겁니다.
안그래도 너무 짧은데 오프닝까지 껴 있어서 본편 스토리 진행하기 너무 벅찹니다.
성우들이 매 화마다 랩을 하고 있을 정도니 말 다했죠. 뭐, 여가시간에 힐링용으로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16. 부부키 부란키 (4/10)
이번 분기에 아인과 함께 방영된 풀 3D 애니입니다.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를 제작하기도 했던 제작사, '산지겐'의 10주년 기념 오리지널 작품이라네요.
그래서인지 1쿨 분량 방영 후 2기 제작도 바로 발표때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2기가 나올 만한 물건인지 생각해 보면, 개인적으로는 아닙니다.
우선 작화. 아인에서도 설명했지만 미리 만들어 둔 모델링을 굴리는 거라 작붕은 절대 없습니다.
다만 그 움직임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아인과 차이를 보입니다.
아인은 신체의 자잘한 움직임들을 최대한 많이 표현해서 마치 일반 실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면,
부부키 부란키는 움직임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최소한의 프레임으로 최대한의 박력을 이끌어 내는,
2D 애니 제작사로 치자면 TRIGGER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3D를 최대한 2D처럼 보이도록 노력한 것 같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단역들만큼은 손그림으로 대체했습니다. 이런 거 찾는것도 은근 재밌어요. (관련글)
배경작화나 효과선도 킬라킬처럼 거친 붓터치가 살아 있는 유화풍 그림을 사용하는 것 보니 이건 확실히 노린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연출들을 너무 남발해서 보기 산만하고, 좀 유치한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애초에, 연출이나 캐릭터들이 치는 대사들은 기합이 팍팍 들어가 있는데,
(특히 적으로 나오는 어른들은 반쯤은 미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냥 기 싸움에 가깝습니다. 말만 떵떵 뱉고 툭툭 털려 나가는 모습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실속 없이 센 척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주인공은 특히 더 심합니다. 으레 주인공이라면 적극적인 성격으로 작품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설정상 상대방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못 줘서
동료들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동안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고뇌하거나 가끔씩 기합 외쳐주는 일 밖에 없습니다.
거의 오우부 셔틀 수준.
복장도 남자놈이 반바지에 레깅스가 뭐야...
저 주인공만 제외한다면, 다른 애들 캐릭터 디자인은 굉장히 개성있고 매력있게 잘 뽑은 편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부부키전이라는 요소 때문에 재미는 더더욱 반감했습니다.
부란키의 같은 파츠를 담당하는 사람끼리 일대일 싸움을 한다는 개념인데,
애초에 적 세력들은 주인공 세력을 죽일 생각이 없는데다가
부부키전이 벌어지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 그 전투에 개입할 수 없어 그냥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작중에서는 동료가 부부키전을 하고 있는데
나머지 애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실내로 들어가 버리기도 합니다.
애초에 장르도 뭔지 모르겠어요. 이능력 배틀물이라고 보기엔 전투가 너무 싱겁고,
메카물이라고 보기엔 주먹만 툭툭 주고받다가 한쪽이 날라가서 부란키 형태 해제되고... 이도저도 아닌 것 같습니다.
연출도 구려요. 중반부에 부부키전이라는 개념이 막 등장했을 즈음
교차편집을 이용해 세 사건을 동시에 오가며 전개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너무 난잡해서 보는 입장에서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관련글)
스토리 전개도 불만입니다. 뭔가 진행되는 것 같긴 한데, 진행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도중에 인상적인 사건 하나 없이 적 세력이랑 몇 번 싸우다 보니 최종 목적지에 가 있던...
진행되는 느낌도 없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작중 등장하는 고유명사가 이해 안 되는 문제점은 초반 3화 정도를 두세번 돌려 보니 이해되긴 했는데
(애초에 두세번은 돌려 봐야 이해된다는 것 부터가 문제지만)
후반부에는 아예 상황 이해가 안 돼요.
갑자기 다른 세력들이 불쑥불쑥 나타나고 각자 뭔가 음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대부분 허당인 듯 하지만)
그게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서 왜 이런 일이 터지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렇게 뭐가 진행된 것 같지도 않고 뭐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모르겠는데 순식간에 1쿨 종료, 2기 확정.
참... 아쉬운 점이 너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아,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드네요. 등장인물들 나이 현실적인거...
요즘 애니에 나오는 애들은 아저씨처럼 생기든 유딩처럼 생기든 다 중딩 아니면 고딩이라;
무메이가 그 몸매에 만 12살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그러니까 더 좋은거라고? 집어치워!!!
17. 마법소녀 같은 건 이제 됐으니까. (4/10)
이것도 초단편 애니입니다.
딱히 적은 없지만 어쨌든 열심히 마법소녀를 양산해 눈요기한다는 굉장히 편리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마스코트 캐릭터인 미톤이 모 작품의 개X끼와 너무나도 닮아서 '혹시나?!' 했는데
다 보고 나니 그런 거 없고 오히려 미톤이 매 화마다 고통을 당하는 게 아주 찰진 맛이 있었습니다.
1화 때는 분명히 미톤이 주인공 성희롱도 하고 팬티도 보고 하여간 아주 주인공 갖고 놀았었습니다.
변신씬도 노출이 굉장해서 처음에는 평범한 서비스물 애니인줄 알았습니다. 뭐 완결난 지금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몇 화 지나니까 쇠수세미로 박박 밀기/후라이펜으로 지지기/단순 물고문 등으로 고문도 당하고
'이런 놈이랑은 친구 아니다' 라는 말도 허구헌 날 들어 가며 수많은 신체적/심적 고통을 받습니다. 이것이 유열인가!!!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캐릭터 디자인입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해서... 게다가 딱히 귀엽지도 않고...
뭐 하여튼 마스코트 캐릭터 괴롭히는 맛이 있는 애니이니 유열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 찾아보시길.
18. 여행길 레이트 쇼 (3/10)
이것도 초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이건 이미 방영분량 중 3/4 가 끝났을 때 평가 써 놓은 것 있으니 그것 일부분 가져오겠습니다.)
1화 딱 보고는 오랜만에 보는 여행 치유물이 되는 건가...! 하고 기대했는데
막상 2화 보니까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애니 컨셉 자체가 '"이별"을 돌아보는 네 가지의 옴니버스' 였습니다.
사실 1화 내용도 거의 이야기의 발단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1화 끝난 뒤 느낌이 똥싸다 만 느낌이었는데,
2화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와서 싸다 만 똥을 마저 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론 2화 내용도 똥싸다 만 느낌입니다.
아니, 2화는 한 번 봐서는 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인간관계와 심리묘사를 쓸데없이 모호하게 표현해서 그냥 이상해요.
그런데 3화는 꽤 볼만했습니다.
일단 전형적인 감동물 스토리의 정석대로 흘러가는데, 마지막에 소소한 반전을 가미해서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감동도 배가 되더라고요.
그림체는 보시다시피 둥글둥글 소박하고 귀엽습니다.
그런데 동화매수를 최대한 아끼느라 움직임도 별로 없고 그 움직이는 장면도 저렇게 잔상효과로 때워 버립니다.
연출도 너무 느긋해서 초단편 애니메이션임에도 보다보면 졸려집니다. 지난 분기의 카게와니와 비슷한 경우네요.
4화 완결인 작품이었는데요, 마지막화까지 본 결과, 제가 내린 총평은 딱 'TV동화 행복한 세상 초(超) 열화판'입니다.
초 단편인데다가 4화 완결이지만, 딱히 찾아 볼 가치는 못 느끼겠네요.
19. 칭송받는 자 (3/10)
하... 막 1쿨째 방영하던 2015년 4분기때는 분명 상위권에 랭크시켰던 작품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망가졌는지...
인물작화 정말 좋거든요? 배경작화도 실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고퀄리티거든요?
Suara가 담당한 주제곡들도 전부 끝내주거든요? 전통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BGM도 OK거든요?
무엇보다 동물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등장인물들 정말 사랑하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스토리랑 연출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가 원작 게임을 해 본 적도 없는데도 애니가 개판이라는 걸 느끼겠는데
원작게임 해 보신 분들 기분이 어떨지는 상상도 안 갑니다 ㅠㅠ
1기때는 작화가 나빴지만 스토리는 좋았는데 2기는 나머지 모든 것이 완벽한데 스토리가 똥입니다...
이미 원작이 있음에도(물론 거짓의 가면은 원작도 말이 좀 있지만) 왜 멋대로 스토리 바꾸고 생략하는지 1도 모르겠습니다.
1쿨 내내 일상물 분위기가 지속됐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완성도는 충분히 높았고
사람들이 다들 2쿨때부터 쉴세없이 전쟁하니 기다리라고 하시길래 잔뜩 기대하고 기다렸더니 나온 물건이 ㅠㅠ
Suara 노래는 좋으니 이거나 들어야지...
20. GOD EATER (3/10)
분할 1쿨의 전설적인 갓-이터입니다. 이거 사실 작년 3분기작이었대요(소근)
뭐, 초반부의 문제는 제가 예전에 작성했던 글(관련글1, 관련글2)에서 세세하게 공을 들여 깠으니
여기서는 그 부분은 요약만 하고 넘어갑시다.
빈약한 표정묘사, 인물작화와 배경작화 간의 괴리, 실험적인 채색기법 도입 초기에 나타난 제작진의 미숙함,
지나치게 정적인 연출, 2D와 3D 간의 괴리, 전투씬에 부재하는 무게감, 지나치게 남발하는 슬로우 모션 등이 있겠네요.
그래도 몇 분기나 건너뛰며 일정에 여유가 생기긴 한 건지,
이번 분기에 마저 방영된 분량에서는 이 중 몇 개는 해결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우츠기 렌카 과거편은 등장인물들이 대화할 틈을 넉넉히 주는 신사적인 아라가미만 제외한다면
갓이터 애니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도 드러나고 해서, 꽤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갓 에피소드를 좀 더 앞에서 보여줬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에피소드 이후에야 작품의 중심 주제가 드러나서 그제서야 각 화 간에 뭔가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거든요.
또한, 역시 제작진들의 실력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건 아니라 그런지,
전투씬에서는 여전히 무게감 없이 허공에 무기를 휘두르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슬로우 모션 연출도 많이 줄긴 했어도 남발하는 경향이 보였습니다.
중간중간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전환도 여전히 뜬금없었고요.
마지막 장면도 좀 어이없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끝나서 '희망을 다음 사람에게 맏긴다'는 메세지가 희석된 것 같습니다.
세계관 자체는 정말 흥미로웠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물건이 이래서야 애니메이션판이 더 나올 것 같아보이진 않아서 많이 아쉽네요.
그래도 이 작품 덕에 맹목적인 유포테이블 추종은 많이 준 것 같아 다행
21. 디바인 게이트 (3/10)
게임 원작 애니인 디바인 게이트입니다.
럭 앤 로직과 함께 1화에서 게임의 각종 설정들과 고유명사들을 죄다 쏟아놓는 바람에
제대로 이해하려고 두세번 돌려 본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낸 결론은, 어차피 몇 번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른다는겁니다.
그냥 게임 속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봐야 하는 물건이에요.
일단 1화에서 안그래도 겁나 작위적인 사건을 통해 그렇게도 폭풍처럼 각종 설정들과 고유명사들을 풀어놓았는데,
애니를 끝까지 봐도 그 설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일단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디바인 게이트'라는 개념조차 이게 어떤 원리로 무슨 일을 발생시켰고
그로 인해 작중 시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뭔가 설명이 나오긴 하는데 너무 두루뭉실해서 이해가 안 갑니다.
작품 제목에 대한 설명이 이 모양이니 당연히 세계 평의회니 크리스마스니 원탁 기사단이니 신이니 요정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등장인물들의 행동원리도 주인공 삼인방만 제외하면 거의 제대로 묘사가 안 됩니다.
나오는 등장인물들(나와서 한 마디라도 하는 애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아마 20명은 가뿐히 넘을거고, 거의 30명은 될 걸요.
그런데 얘네들이 무슨 이유로 그 행동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특히 아서...
어째서, 그리고 뭘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얘네들은 우루루 몰려나와서 제대로 해 놓은 것도 없이 모조리 광탈해버립니다.
애니 보신 분들은 제가 무슨 말 하시는지 아실듯. 캐릭터 활용 진짜 더럽게 못합니다.
하여튼 모르겠는 거 천지인 애니입니다. 안그래도 설정도 모르겠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원리도 모르겠는데
내래이션으로는 뜬금없이 중2병 돋는 시를 읊고 있어서 더욱 혼돈의 카오스입니다.
이 애니는 매우 중2중2한 애니입니다. 한 화가 시작하면 무조건 내래이션이 튀어나오는데 그 내용이 실로 중2병 돋습니다.
내래이션만 이 모양이면 그래도 나아요.
등장인물들 마저 죄다 중2병에 걸려서는 듣는 내가 쪽팔리는 대사들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영어단어 철자까지 틀리고... 이쯤되면 제작진도 그냥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뭐... 지금까지는 계속 까기만 했는데,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일단 캐릭터 디자인. 게임 일러스트를 그대로 옮겨 온 모양인데(전 게임은 해본 적 없습니다) 꽤나 스타일리쉬합니다.
검은색으로 처리된 강한 음영이 매드하우스의 킬링타임용 극장판 애니, 레드라인을 떠올리게 하는 게 좋아요.
전부 3DCG로 처리한 배경도 신선합니다.
아인이나 부부키 부란키처럼 풀 3D 애니같은 경우는 캐릭터는 한 번 모델링 만들어 놓으면 계속 써먹을 수 있지만
배경은 매 장면마다 새로 만들어야 해서 그냥 2D로 대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인물작화는 다 2D인데(배틀씬은 3D로 만들었으니 제외) 배경작화가 무려 3D입니다.
인물이랑 배경 간의 괴리감은 둘째치고서라도, 3D만이 구현할 수 있는 입체감과 깊이감,
그리고 이 작품 한정으로 특이한 색감이 초현실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아, 인물작화도 전투씬 돌입하면 3DCG로 전환되긴 합니다. (이건 하차한 작품인 럭앤로직도 마찬가지)
다만 그 전투씬이 워낙 적고 그리 잘 만든 편도 아니라 별로 눈에 띄진 않습니다.
주제곡들도 좋아요.
오프닝곡은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 모두 연주하기 재밌을법한 사운드가 조밀하게 들어차 있어서 소리가 찰집니다.
영상도 스타일리쉬합니다.
아, 저 짤에 보이는 애들 전부 주역입니다.
주인공 세 명 외엔 워낙 활약도 없고 조명도 안 되서 공기화 돼 버린 터라 잊고 있었네요. 하여간 캐릭터 활용 진짜 더럽게 못함...
엔딩곡은 '뭔지 모르겠지만 존나 장대한 느낌이 드는' 디바인 게이트라는 개념이 어렴풋이 떠오를 법한
장대한 소리를 들려 줍니다. 영상은 3D 배경을 십분 활용해 꽤 볼 맛 납니다.
좋은 점은 이게 끝이네요.
설명을 제대로 안 해주는 각종 설정과 고유명사들, 역시나 묘사를 제대로 안 해주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원리,
더럽게 못하는 캐릭터 활용, 실종된 개연성, 중2병 돋는 내래이션과 대사...
하... 내가 이걸 왜 끝까지 봤지
그런데 이거 2기 나온다면서요?
22. 철혈의 오펀스 (2/10)
알드노아 제로 재평가의 계기가 된 물건이죠.
이거 진짜 원자 단위로 세세하게 분석해서 공들여 까고 싶긴 한데,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은 전부 이미
나무위키의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평가 항목에 올라와 있어서 그걸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1화 마지막 장면은 지금 봐도 존나 쩌는 것 같거든요?
이후로도 화성에서 빔병기 없이 몸으로 싸우는 액션씬들은 박력이 끝내줘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다 본 지금 와서 돌아보면 1화부터 배경설정에 구멍이 있는 게 보여서...
뭐, 그런 세세한 거 제외하고서라면 저는 브루어스 편까지는 볼 만 했어요.
그런데 콜로니 편부터 본격적으로 망삘이 들더니 지구 강하 이후에는 그야말로
지들 꼴리는대로 막나가다가 흐지부지 끝맻고 메데타시 메데타시 엔딩...
안그래도 공동체주의를 혐오하는 저로서 올가의 칩 드립은 정말이지 역겨웠습니다.
제작진도 아무 생각 없더만요? 건담은 전통적으로 반전을 부르짖던 시리즈인데
감독이랑 각복가가 지들은 전쟁에 대해 모른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사나 공부도 없이
그냥 대충 알고 있는 야쿠자 싸움을 베이스로 깐데다가 오히려 전쟁과 자폭공격을 옹호하게 되다니 이게 무슨 개그도 아니고...
'철화단처럼 출세할 길 없는 놈들이 모인게 현대의 소년병이라는 이미지여서
그런 놈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판타지안에서 출세하는 석세스 스토리!
같은게 재미있을것 같아서 최초의 설정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 발언은 진짜 어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하여간 2기 제작 발표가 이렇게 ㅈ같은 애니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들 머리스타일!!!! 캐릭터 디자이너는 캐릭터 머리로 무슨 조형학 연구라도 하는 것인가!!!
그런데 사실 제 건담 입문작이 이거에요. 우주세기가 아니라 진입장벽이 충분히 낮았다는 게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사실 선라이즈와 반다이의 높으신 분들의 진짜 계획도 이거였는지 몰라요 ㅋㅋㅋ
1. 진입장벽 낮은 물건으로 건담 입문자를 늘린다.
2. 어이없는 속알맹이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다른 건담 작품들을 찾아 보게 만든다.
3. ???
4. PROFIT!
저도 철혈이 워낙 똥같아서 G레코도 찾아 보고 지금은 퍼건 보는 중입니다 ㅋㅋㅋㅋ
23. 게이트 (0/10)
개쓰레기
어휴 드디어 다 썼네요. 저는 잡식성인데다가 아직 개강하지 않았던 때라 놀 시간이 많아서 감상한 애니가 많긴 했지만
역시 전반적으로 볼 만한 작품 별로 없던 분기였던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스포라고 생각되는 문장 말씀해주시면 해당 문장 지우겠습니다.
링크도 이상한 글로 연결되는 것 같으면 말씀해 주세요.
중간에 하차한 작품 언급하며 마치겠습니다.
가르쳐줘! 갸루코짱 -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 가지고 영양가 없는(이거 중요) 섹드립만 치고 있길래 하차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 신카이 마코토 스타일은 역시 신카이 마코토만이 다룰 수 있는 모양.
그림체도 너무 개성없고 연출도 그닥이고 스토리도 재미없고 감성적으로 자극되는것도 없어서 하차.
럭앤로직 - 디바인 게이트와 같은 게임 홍보용 애니. 따라서 이것도 초반에 설정 이해하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사실 하차할 거라면 디바인 게이트를 떨굴 줄 알았는데 럭앤로직을 하차했네요.
매 화마다 너무 똑같은 패턴만 반복되고 내용도 좀 유치하고
안그래도 불안한 작화가 액션씬에서 안좋은 의미로 폭발하는거 보기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주연애들 숙소에서 노는 장면이나 좀 많이 담아주지...
아저씨와 마시멜로 - 기본 컨셉부터가 너무 작위적이고 애니에서까지 배 나온 아저씨 보긴 싫어 하차
석고 보이즈 - 기대한 것은 푸콘가족이었는데 나온 애니는 노잼... 오히려 웹에 짤막하게 올라오는 실사 드라마가 더 본편같더라
다가시카시 - 막과자에 대한 추억팔이는 역시 공감 못하겠음.
그런데 이거 제외하고서라도 연출은 뭔가 본격적인 개그물로 만들려는 의지가 적나라하게 보이는데
정작 완성물은 심하게 노잼이라 괜히 미안해져서 하차
너스위치 코무기짱 R - 1기 시절 키 비주얼 보고 취향저격이라 2기 1화 한 번 봤는데 죄다 갈아엎어서 실망감에 하차
소녀들은 황야를 향한다 - 작화/연출 전반적으로 묘하게 촌스러워서 못참고 하차. 다른분들 하는 말 들어보면 하차하길 잘한듯
판타시 스타 온라인 2 The Animation - 1화 보고 잠시 하차했다가 애니 후반부 갈수록 괜찮아진다길래 다시 보려 했는데
수작 아닌 이상 지나간 애니 굳이 볼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냥 넘겨야겠다 생각해 하차
자 이제 2016년 2분기 애니 첫인상 모음 글을 쓰러 ㄱ....
(이미 죽은 회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보기클릭).***.***
엄청 많이 보셨는데 리뷰도 정성들여 쓰신 거 같네요
(IP보기클릭).***.***
디멘션W는 원작과 초카와이 미라를 알린 점 빼고는 많이 아쉽고. 쿄애니는 앞으로는 애니를 볼지 말지 고민할 레벨로 저랑 안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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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성을 보고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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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없거밖에 안봤지만 정성에 감동해서 다 읽었네요 ㅋㅋㅋ 추천박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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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많이 보셨는데 리뷰도 정성들여 쓰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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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션W는 원작과 초카와이 미라를 알린 점 빼고는 많이 아쉽고. 쿄애니는 앞으로는 애니를 볼지 말지 고민할 레벨로 저랑 안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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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없거밖에 안봤지만 정성에 감동해서 다 읽었네요 ㅋㅋㅋ 추천박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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