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공장’ 협약 건설비 5000억원 전액 투입 시는 ‘부지·세제 혜택’ 지원 동종업계 수준 연봉이 특징 협약식 참석한 문 대통령“일 수출규제 속 자신감 확인”
지방자치단체가 기업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는 ‘구미형 일자리’가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1월 투자협약이 체결된 광주형 일자리에 이은 노사 상생의 두 번째 일자리다. 구미는 지난 2월 정부가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방안을 발표한 이후 첫 지역이 됐다.
경북도와 구미시, LG화학은 25일 오후 구미시 산동면 구미코(구미컨벤션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지사, 장세용 구미시장,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를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협약식’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협약식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성장이 예상되는 이차전지 소재 공장을 유치해 구미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해졌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구미형 일자리가 상생형 일자리의 또 다른 모델이 되어 제2, 제3의 구미형 일자리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영감을 주었다면, 구미형 일자리는 이를 큰 흐름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협약에 따라 LG화학은 구미 국가산업5단지 6만여㎡(약 2만평) 터에 2020~2021년쯤 공사를 시작,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게 된다. 이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공장 가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첫해 배터리 양극재 2만t을 시작으로 매년 생산량을 늘리게 된다.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면 구미에서 연간 6만여t이 생산될 예정이며, 1000여명의 직간접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형 일자리는 광주형 일자리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광주시가 현대차보다 더 많은 지분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주도했다. 반면 구미형 일자리는 LG화학이 투자금 전액을 조성하고 지자체는 부지 및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각종 유인책으로 기업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투자촉진형’에 가까운 셈이다.
임금 체계 역시 다르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임금격차 해소라는 명분으로 노동자 임금을 동종 업계보다 낮은 3000만~4000만원대로 책정했지만, 구미형 일자리는 동종 업계와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구미형 일자리를 임금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상생형 일자리’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대기업의 해외 투자 계획을 국내 투자 계획으로 전환, 유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초 LG화학은 폴란드 등에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한 바 있다. 상생형 일자리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5000’ 역시 당초 헝가리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국내 투자로 전환한 것이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번 투자협약을 계기로 구미 국가산단을 이차전지 생산거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역 대학에 관련 전문학과를 신설하고 노동자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기관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 다듬기’에 나선다. 경북도는 구미형 일자리 모델을 바탕으로 한 ‘포항형 일자리’의 골격을 다듬어 내년 초까지 내놓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