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자작 번역 & 펌]
SCP-2303 "침묵의 탑" (자작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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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2798 "이 죽어가는 세상" (재단 한국지부 번역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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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01: 칼리닌의 제안 - 서장 (재단 한국지부 번역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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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요약]
SCP-001을 격리하던 SCP-2798 '프로젝트 세피라스'가 그 효력을 다하고
SCP-001이 영향을 끼침에 따라재단 지도부인 "O5" 등급의 회의가 재개됩니다.
회의 내용인 '전 세계에 청산가리 배포'는 부결되었습니다.
청산가리 배포는 왜 부결되었을까?
이번에 이야기는 O5등급 회의 얼마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원본 출처는
http://ko.scp-wiki.net/harbinge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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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5-2는 조심스레 일회용 천으로 된 수술 마스크를 쓴 상태로 이쪽저쪽으로 잡아당기며, 입과 코를 제대로 보호하도록 하였다.
그러고는 몸을 기울여 검은 펌프스를 벗어서 살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옆에 있는 책상에 장갑과 일회용 캡이 있었다.
"사백 살 먹은 노인네랑 만나는데 이 정도의 프로토콜이 필요한가요?"
감독관 (O5-2)은 자신의 새 신발을 내려다보고는 넌더리를 내며 말했다.
"이런 시기에 프로토콜에 관해 신경 쓰고 계십니까?"
장Zhang 박사는 손에 든 태블릿PC를 들여다보며 안경을 고쳐 썼다.
"이런 시기라. 이 시기에 대해 도대체 뭘 알고 계시죠?
당신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세상에 살고 있어요.
존재 격리 시설 베타의 목적이 그거라고요."
O5-2가 기다란 은빛 머리카락을 한가닥 한가닥 이마에서 떼어내 캡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감독관들은 이곳에 와서는 안 됩니다. 오늘 어째서 규칙을 무시해야 하는지 여쭤봐야 할까요?"
"아뇨. 안 그러셔도 됩니다."
그는 라텍스 장갑을 손에 끼면서,
문장의 마지막을 장갑이 당겨졌다 놓이면서 나는 착 하는 소리로 강조하였다.
"할 생각도 마시고요."
감독관과 기지 이사관은 남은 시간을 침묵 속에서 준비하는 데에 할애했다.
이사관의 태블릿에서 은은한 벨소리가 나고 녹색 아이콘이 깜빡거리면서 대상이 준비되었음을 알려왔다.
장 박사는 말하기 시작했다.
O5-2가 대신 말했다.
"녹음 장비는 치우세요. 다른 분도 들어오지 마시고요."
O5-2는 완전히 밀봉된 문에 달린 리더기에 보안 출입증을 가져다 대었다.
카드가 인식되면서 걸쇠가 딸칵거린 뒤 열렸고, 정압 대기실로부터 공기가 빠르게 빠져나왔다.
그는 장 박사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전 여기 없었던 겁니다. 아시겠어요?"
기지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O5-2는 그 반응을 볼 새도 없이 주 격리실로 들어갔다.
두 번째 문이 등 뒤에서 자동으로 잠겼다.
그의 눈앞에는 수많은 관과 전선, 작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게 설계된 특수 리프트들 한가운데에 놓인 병원 침대에 누운 남자가 있었다.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파일을 읽어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머리카락은 거미줄처럼 얇은 데다가, 피부가 반투명하며 곳곳에 점이 나 있는 쪼글쪼글한 껍질에 불과했다.
기계에는 호흡과 심장 박동이 표시되어,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O5-2는 연구 직원이 고대인 옆에 가져다 놓은 의자에 앉았다.
남자 옆에 있는 침대 철책에는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SCP-411."
쇠약한 노인이 입술을 움직이자, 희미한 소리가 쌕쌕거리며 나와 입 옆에 외과용 테이프로 고정된 작은 마이크에 잡혔다.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재구축되고 해석되어, 몇 초 후 스피커를 통해 모노톤의 음성으로 나왔다.
"자네는 태평성대의 첫 시작이라네. 마침내 평온과 고요함이 왔군."
O5-2는 대답을 분석했다. 물어볼 만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인과 문제는 아직 없었다.
단조로운 목소리가 말을 계속했다.
"고통. 잔인함. 세계에 지급한 통화지. 그대들의 모든 것이 이를 반영한 것이라네. 그대는 곧 잔인함의 진정한 면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네."
이제 조심해야 했다. 무언가 있는 것 같은 말이었다.
준비해뒀던 질문 목록을 훑어보며, 대본에서 벗어난 말을 하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대답에 가장 맞는 것 같은 질문을 큰 소리로 읽었다.
"그 대가로 무엇을 지급해야 합니까?"
대화의 부자연스러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O5-2는 411이 입술을 움직일 때 한 줄기 침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스피커에서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자네들이 느닷없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닐세. 그대들의 얼굴을 알아보니까. 한평생 자네들과 같은 얼굴을 봐왔지.
내 과거처럼 공포와 자포자기, 증오로 가득 찬 얼굴이 아니라, 환희로 가득 찬 얼굴 말일세.
다른 항성이 빛을 비추는, 평온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 그대의 미래는 내 과거에서 분명하다네.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일세."
다른 항성. 최신 확정된 묶음을 검토하여 얻어낸 데이터와 맞아 떨어졌다.
SCP-2003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으나,
001에서 탈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확률은 지난 몇 주 동안 뚜렷해질락 말락 하였다.
어쨌든 미래가 있었다.
그는 답변에 대한 질문을 말하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단조롭고 끊어져 있는 웃음소리에 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웃음소리 안에 든 무언가 때문에 오한이 느껴졌다.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411, 당신의 과거에서도 인류가 존재했나요?"
안도감이 대화의 비정상적인 흐름과 상충했다.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데에서 온 기쁨이 뭔가 내면의 독 같이 느껴지는 것에 의해 끊어지고 있었다.
지금 하는 면담의 무엇 하나 옳은 것 같지 않았다.
많은 개체가 미래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모두 앞으로의 일들을 인간이든 아니든, 창조주의 광적인 시야를 통해 뒤틀어 보였다.
미래는 중앙 계획 과정에서 금지되어 있었지만, O5-2는 내일 투표가 있기에 예외 상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피커가 다시 한번 지직거리며 그의 생각을 흩어놓았다.
"황량한 암석이야.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의 근원지고. 생명체들이 도망쳤다는 게 다행이지.
생명이 여기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계속된다면 더욱더 다행이고."
허. 그렇다면 이다음 할 말은 간단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야 하는 이 규칙에 짜증이 났다.
"지구에서 인류에게 미래가 있습니까?"
그것이 이 노쇠한 인간에게 질문하려던 마지막으로 인사치레가 아닌 말이었다.
내용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 정도로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면 더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도 죽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진짜로 망한 일이 된다.
그는 이 수명이 다 된 남자가 아주 천천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헐떡이는 동안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하였다.
내일 투표에 관해서는 지금 결정을 내렸다.
O5-2는 동료들에게 주장할 말의 첫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조정할지도-
"손의 행성.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바로 그거라네.
난 그곳에서 왔다네. 그대 또한 그러하듯이 말이네.
곧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거라네.
내가 그 대신 지금 여기에 있어서 다행일세."
O5-2는 한숨을 내쉬었다.
파일에 노망에 관해서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어찌 보면 몇 세기나 살아온 사람에겐 당연한 현상일지도 몰랐다.
411의 다른 답변들도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생각은 바로 지워버렸다.
아무리 사소한 기회라도, 내일의 제안보다는 나았다.
그는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환영하오, 탕아여. 나와는 달리, 그대는 곧 집으로 다다르겠구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오래된 얼굴이 비틀리더니 예의 바른 미소와 같은 것으로 바뀌었다.
마치 그가 막 방으로 걸어들어온 것 같이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것이 그가 기다리던 신호였다.
"안녕하세요, SCP-411."
O5-2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서는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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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O5등급 구성원 중 한명인 O5-2와 SCP-411의 대화입니다.
SCP-411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뭔가 대화의 흐름이 어색하다고 느꼈을겁니다.
SCP-411은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400살이 넘은걸로 추정되는 노인으로
일반적인 미래를 과거로 인식하며 나이를 먹으면 먹어갈수록 젊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남들과 반대"인 겁니다.
따라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과거의 일로서 이미 알고있으며
때문에 물어보기도 전에 질문에 답을 하기 때문에
그가 말한 답에 맞춰서 질문을 역으로 해야하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하는겁니다.
따라서 이 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래서부터 위로 다시 읽어봐야합니다.
그럼 역순으로 대화 내용만 정렬해보겠습니다.
기울여진 글씨체가 O5-2, 기존과 같은 글씨체가 SCP-411의 대화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SCP-411"
"환영하오, 탕아여. 나와는 달리, 그대는 곧 집으로 다다르겠구려."
"손의 행성.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바로 그거라네.
난 그곳에서 왔다네. 그대 또한 그러하듯이 말이네.
곧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거라네.
내가 그 대신 지금 여기에 있어서 다행일세."
"지구에서 인류에게 미래가 있습니까?"
"황량한 암석이야.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의 근원지고. 생명체들이 도망쳤다는 게 다행이지.
생명이 여기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계속된다면 더욱더 다행이고."
"411, 당신의 과거에서도 인류가 존재했나요?"
"자네들이 느닷없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닐세. 그대들의 얼굴을 알아보니까. 한평생 자네들과 같은 얼굴을 봐왔지.
내 과거처럼 공포와 자포자기, 증오로 가득 찬 얼굴이 아니라, 환희로 가득 찬 얼굴 말일세.
다른 항성이 빛을 비추는, 평온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 그대의 미래는 내 과거에서 분명하다네.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일세."
"그 대가로 무엇을 지급해야 합니까?"
"고통. 잔인함. 세계에 지급한 통화지. 그대들의 모든 것이 이를 반영한 것이라네. 그대는 곧 잔인함의 진정한 면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네."
"자네는 태평성대의 첫 시작이라네. 마침내 평온과 고요함이 왔군."
"안녕히 계세요, SCP-411."
이상입니다. 대충 요약한다면
'희망찬 미래가 있지만 고통을 겪게될거다'
뭐 이런 내용이겠죠
한편 글 도중에SCP-2003에 대한 언급이 한차례 나옵니다.
SCP-2003 은 타우미엘 등급으로 대충 재단이 만든 미래 여행장치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미래 여행 조건이 까다롭기에 이용이 극히 제한적인데다가
하나의 미래만 있는게 아니라 수많은 것으로 갈려나갑니다. 평행우주처럼요.
이 항목 자체는 재단 전체 항목을 통틀어서도 가장 평이 좋은 것 중 하나입니다.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럼 오늘 오후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