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지금과는 다른 어떤 형태로 나왔건간에, 냉정히 말해 프레데터라는 캐릭터의 카리스마라는 것은
이미 약빨이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만약에 2편이 나온 이후 2000년이 되기 전에 3편이 나왔더라면,
그 한편 정도는 카리스마를 더 유지할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B급인 AVP시리즈가 나오고, 이도저도
아닌 프레데터스가 나오면서 이 캐릭터로는 더 이상 예전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더 이상 열감지 시야나 증강현실 디스플레이, 클로킹 기술 등은 신기하지도 않을 뿐더러 프레데터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 정체를 파헤쳐 볼만한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죠. 얘들이 구체적으로 뭐하는 애들인지
새로운 설정과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여줘봤자 '아, 이렇게 만들었구먼'하는 정도 선에서 끝나지,
온갖 컨텐츠에서 별의별게 다 나오는 요즘에 딱히 뭐 놀랍거나 신기할게 있겠습니까?ㅎ
도리어 그 정체를 너무 까발릴 경우 그나마 남아있는 미스테리한 면도 사라지고 심드렁해지기 십상이죠.
즉, 이 캐릭터로는 이제 무게잡고 영화 만드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이테크 기술을 가진 야수
(전사라느니 어쩌니 하기엔 너무 치사하죠. 싸움에 지면 승복하는게 아니라 자폭하잖아요!)라는 점은
확실히 흥미로웠지만 딱히 그 이상의 속내나 은유라 할만한게 있는 캐릭터도 아니고
거기에 새로운 무기나 설정 몇개 더 붙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죠.
그런 면에서, 지금 이 영화가 취한 선택은 이해가 됩니다. 1,2편이 가지고 있던 묵직함을 무리하게
되살리려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여타 크리쳐물 마냥 그 정체를 찔끔찔끔 보여주는 전개를 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대놓고 달려요. 그와 동시에 개연성도 신나게 날아갑니다. 상쾌할 정도로요. 개연성 같은건 아예 대놓고
무시했거든요.ㅎ 올해 봄에 나온 레디플레이어원도 개연성 따위 무시하고 달리면서 8,90년대 오락영화같은
느낌을 선사했었는데, 이 작품은 그보다 몇배는 더 합니다. 마치 코만도 같은 80년대 영화를 보는거 같다는
감상이 그래서 나오는거겠죠. 뭔가 정신나간 전개에다 필요이상으로 잔혹한 장면도 나오지만 어쨋든 영화의
방향성은 확고하며 각 캐릭터는 적어도 자기 역할은 하고 죽든지 살든지 하는겁니다. 그런면에서 대놓고 80년대
B급 액션영화의 분위기로 만든 마셰티 같은 영화도 생각나고, 의도적으로 무게감을 벗어던진 터미네이터3도
떠오릅니다. 터미네이터의 경우 2편에서 이미 완결된 것을 순전히 돈때문에 무리하게 속편을 만들었고, 그런
상황에서 진지빨고 스토리 만들어봤자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있던 감독이 대놓고 약빤 연출들을 집어넣었죠.
대다수의 관객은 그걸보고 깠지만 적어도 전 쫓고 쫓긴다는 시리즈의 기본틀은 부셔놓고 쓸데없이 무게만 잡은
4편보단 훨씬 이해가 가는게 3편의 태도였습니다(물론 아놀드가 차앞유리에 철썩 들러붙거나 탄환을 씹어 뱉는
장면 같은건 좀 너무 나갔습니다만.ㅎ;). 말하자면 더 프레데터는 개연성 따위 쌈싸먹었다는 점에선 코만도를,
무게감잡는것 따위 엿바꿔먹은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선 터미네이터3를 닮은 그런 영화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 영화의 개연성문제를 마이클 베이 깔때 마냥 각본이나 연출의 능력부족 문제로 보기보단
일부러 그런거라고 보는 큰 이유가, 다름아닌 셰인 블랙 감독 때문입니다. 이 양반은 리쎌웨폰 시리즈나
마지막 보이스카웃 등의 90년대의 수작 액션영화들의 각본을 쓴 액션영화 전문 각본가로도 유명한 사람이에요.
이번의 더 프레데터 각본도 이 양반이 직접 썼고 말이죠. 영화를 보다보면 '아, 이건 논리적으로 따지면 지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진행이 되는데, 그게 마감독 영화 마냥 보다가 지치는 느낌이 아니라 소소한건 대충
넘어가면서 시원하게 진행되는 느낌이라, 같은 개연성 무시라도 그 맛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습니다.ㅎ
다만 더 프레데터의 이런 태도는 요즘의 트렌드에는 분명히 역행하는 것이고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네요. 이건 뭐 등급만 청불이지 담고있는 정서는 옛날 청소년용 SF액션 영화인데, 이런 영화라면 한국에선
예상컨대 100만 넘기는 정도가 고작일듯 합니다.ㅎ 여튼 영화가 끝나고선 웃기기까지 했는데, 프레데터를 보고
웃으면서 영화관을 나올수 있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네요.ㅎ 물론 프레데터들이 웃기게 묘사된다거나
하는건 아닙니다만, 그런 웃기는 역할을 하는 요소들이 따로 있어서...ㅎ
여튼 뭐 그런고로, 이 영화는 추천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보지마...라고 냉정하게 얘기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영화가 취하는 태도가 워낙에 뻔뻔한데 그 뻔뻔함이 적어도 저한테는 좀 먹혔거든요.ㅎㅎ
따라서, 보실분은 코만도나 터미네이터3 보는 기분으로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고 되살리기도 힘든 프레데터의 묵직함을 연출하느라고 용쓰느니,
이렇게 하는것도 한가지 방법이었다 라고 편들어주고 싶네요. 다만 흥행이라는 측면에선 굉장히
용감한 태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리즈의 장렬한 마지막 불꽃이 될 가능성이 커요.ㅎㅎ
팬이시라면 팝콘 던지면서 그 순간을 극장에서 함께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요?^^
(써놓고보니 완전 쌈마이 영화라고 오해할수도 있겠는데...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3가 그랬던것처럼 명백히 블럭버스터입니다.ㅎ)
한마디 더 추가.
이 닝겐이 나의 프레데터를 모욕해? 라고 분노하는 분이 혹시나 계실거 같아서 말씀드리지만,
저도 프레데터를 대단히 멋진 크리쳐라고 생각하는 팬의 한명입니다. 정말로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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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도살(.)하는 센스라서 사람마다 차이가 클 듯. | 18.09.13 08: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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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혹평일색이긴한데 전 좋았음. 임산부씬은 좀 나아간 느낌이긴한데 그걸 제외하면 인간은 지나가다 발걸린 벌레취급하고 시크한 울프프레데터도 너무 좋았음. 사냥꾼이다 란 느낌도 잘살렸고...오히려 단점이라하면 예산이 좀 적다고해도 프레데터의 전투씬이 극 후반부빼고 너무 안보임 | 18.09.13 11: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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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AVP 시리즈 자체를 별로 좋게 생각하질 않는 편입니다. 프레데터 시리즈는 물론이요 에일리언 시리즈도 AVP때문에 타격을 받았거든요. 특히 에일리언은 5편에 해당하는 기획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참여하고 있다가 AVP시리즈 때문에 완전히 손을 뗀바 있었고... 영화 자체로만 보면 만듦새에 대해선 할말없고(;), 다만 윗분들이 말씀하신 도살 센스나 임산부 씬 덕에 개인적으론 그나마 그런 임팩트라도 있어서 눈요기는 되지않았나 생각합니다.ㅎ | 18.09.13 12: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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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1,2편 외엔 관심이 적지만 일단 보기는 봤었습니다.ㅎ 그나마 특수효과를 CG로 도배하지 않아서 그 점은 나름 좋았어요.ㅎ | 18.09.13 12: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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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갈데까지 가버린 시리즈를,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승부수를 건 느낌입니다. 흥행해서 프렌차이즈를 이어가거나, 아니면 블럭버스터 예산을 들인 장례식이 되거나...ㅎ | 18.09.13 12: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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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할인쿠폰 등을 이용해서 싸게 보시길..^^ | 18.09.13 12: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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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이맥스...ㅎ 저도 아이맥스 참 좋아합니다. | 18.09.13 12: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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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당시 기준으로 영화적 평가는 어쨋든 그걸 다 무시할만한 임팩트가 있었죠.ㅎ 2는 그 후에 나온 시리즈들에 비하면 수작이지만 역시 1편만한 임팩트를 가질수는 없었지요^^ | 18.09.13 12: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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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포인트죠.ㅎㅎ | 18.09.13 1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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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개연성을 상쾌하게 날렸다는 본문의 제 표현은 궤변에 불과하게 느껴지시겠군요.ㅎ 개연성이 없으면 없는거지, 일부러 그러면 괜찮은거냐! 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힘드니까요.ㅎ 이건 그야말로 어떤 맘으로 보느냐에 달린거 같습니다^^ | 18.09.13 16: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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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일본은 보통 헐리웃 영화 개봉이 늦던데 더 프레데터는 꽤 빨리 개봉하는군요. 한국은 어제 개봉이었습니다. 여튼 저도 제목에서 뭔가 간결한 포스를 느꼈는데... 역시나 이제와서 살리는건 늦은 모양입니다. 너무 늦은 속편이었고... AVP가 에일리언이고 프레데터고 다 싸구려 잡몹화 시켜버린 감도 있구요. 여튼 잼나게 보시길 빌어드립니다^^ | 18.09.13 22: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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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에일리언도 나름 좋아하시는거 같더니 프레데터도 그렇게 좋아하셨었군요. 뭔가 미오님의 몰랐던 심연을 본 느낌?ㅎ 인형탈이라...ㅎ 스토리는 뭐 산으로 가는 것도 좋은데 가는 와중에 신호 무시하고 비포장도로나 인도로도 막 들어가고 하는 느낌이라 그게 골때린달까요.ㅎ 여튼 미오님도 잼나게 보시길 빌어드릴께요^^ | 18.09.13 22: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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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번 영화는 많은 팬들이 아마 배신감에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ㅎㅎ 2편은 90년에 나왔을 당시만 해도 근미래가 배경이었죠. 작중 시간대가 97년이었으니까요. 2편은 뭐니해도 기억에 남는게 쇠고기 써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여줬던 스마트 디스크, 그리고 헌터가 지하철에서 난동을 부리자 터미네이터1과 에일리언2에서도 죽었던 빌팩스턴이 프레데터2에서도 또 죽는 장면이 나왔던, 뭐 그런 부분이네요.ㅎ 여튼 잡문이지만 영화 보시기전에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길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8.09.13 22: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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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레데터도 나중에 한번 찬찬히 보시는 것도...ㅎ 전개가 빨라서 지루하진 않거든요.ㅎ | 18.09.13 22:43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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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R만세
에일리언이건 프레데터건 1편에서 등장한 시간이 별로 길지는 않았죠.특히 에일리언은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해서 등장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연출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었고... 프레데터에서 주지사님이 확고한 쥔공이었다면, 에일리언에선 에일리언의 알이 있던 우주선이나 노스트로모 호 내부 등 그 음습하고 폐쇄적인 배경자체가 하나의 주인공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등장시간도 가장 길고 말이죠.ㅎ ..이렇게 말하면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여전사인 우리 리플리 누님이 화내시려나...ㅎ | 18.09.13 22: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