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uffingtonpost.kr/kenji-ando/story_b_13926174.html (허핑턴포스트jp의 단순 번역 기사입니다. ㅁㄱ턴 거부감 있는 분들 유의)
0.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대참사가 신카이 감독 자신과 그의 작품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초속 5cm와 언어의 정원 같은 일상적이고 현실주의적인, 보통은 좀 우울한 경향성을 띄기도 하는 세계관에서 벗어나 좀 더 참여적이고 구원을 말하는 작품 성향으로 변했는지를 가장 함축적이고 잘 드러내는 인터뷰라고 생각해서,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번 더 공유하고자 하는 생각과 개인 의견을 약간 보태보고자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써봅니다.
1.
개인적으로는 신카이 자신에게 영향을 지대히 끼치기도 했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세기 말에 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 도쿄 지하철 사건을 겪고 나서의 작품세계 변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무라카미의 초기 작풍은 주로 전공투 운동의 좌절과 그뒤 고도경제성장에 영향을 받은 개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세계관을 그리고 있죠. 인터뷰에서 신카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 그때는 내 작품에서도 변하지 않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편의점에서 오고가는 행동이나, 너무 늦어버린 기차 같은 설정 말이다. 그렇게 사소한 일상에서도 풍부한 의미를 더하려 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는 이야기보다 '첫사랑을 잃고 살아간다'는 느낌이 더 중요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비록 신카이 감독땐 성장기에 거품경제가 이미 망해 있었던 세대라 무라카미옹의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일상계 작품이든 세카이계 판타지 작품이었든 결국은 변하지 않은 일상에서 나오는 개인주의적 정서에서 나오는 작품 세계였다는 게 비슷했다는 겁니다.
2.
하지만 무라카미는 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린 테러에서, 그리고 신카이는 도호쿠 대지진에서 그 '일상'이 사실은 너무도 약한 모래성 위에 자리한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 마을은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마을로 남을 수 없다.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 극중에서 타키는 입사 면접에서 "도쿄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제 그런 감각 속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그리는 이야기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 마지막으로 생을 획득하는 것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반이 사실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것, 삶의 지속성에 대한 확신이 무너진 것, 언제 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를 경계해야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그들의 작품 세계를 완전히 바꿔 놓는 추동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21세기 작품세계는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달라져 '어둠의 저편'과 '1Q84'같은 사회비판적이고 참여적 메세지를 던지는 성향으로 변화했죠. 신카이 또한 태도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년 전 작품의 캐릭터와 비교하면 확연합니다.
'초속'에서 첫사랑이자, 영혼의 반을 나눴다고 해도 될 만큼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이기도 했던 시노하라 아카리를 잃은 토노 타카키는 그저 삶을 계속 살아가며 그 상실을 감내해가고, 그 상실감으로 인해 타인의 마음을 무심코 짓밟다가 후회도 하는 수동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졌지만, 이번작의 두 주인공인 타치바나 타키와 미야미즈 미츠하는 이제 운석이 떨어져 죽어야 하는 운명에, 황혼의 시간 이후 찾아오는 소중한 것의 필연적인 망각에, 둘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에 - 이 모든것들에 저항하는 적극적인 인물로 선회합니다. '아름답게 발버둥쳐주지'라는 노래 가사처럼요.
이제 그의 작품은 상실을 체감하고 받아들이던 것에서, 이제는 순순히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쟁취하고 지켜내려는 태도와 함께 그 노력의 성취를 획득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삶과 관계에 대한 관객들의 태도 변화를 은근히 바라는 듯한 분위기로 선회한거죠.
3.
그래서 저는 세간에서 신카이가 대중성과 상업성에 타협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커플브레이커라는 비판에 대한 반성으로 이번 엔딩을 만들었다 등의 의견들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감독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싶은 걸 그렸다는게 본질적으로는 맞다는 의견입니다. 다만 대재해를 겪은 신카이가 '그리고 싶은 것'은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지평을 바라보고 있고, '너의 이름은.'은 그 시작을 고하는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죠.
아마도 '언어의 정원'까지의 작품은 어쩌면 미래 윤곽이 잡힐 신카이의 전체 커리어 구조에서 '초기'로 분류되고, 앞으로의 우리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그의 세계를 목도하게 될 가능성이 꽤 높으며, 만약 그렇다면 '너의 이름은.'은 어쩌면 그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뭐 이래놓고 별의 목소리나 초속5cm같은 세계로 회귀하는 것도 감독 맘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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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인데 댓글이 없네요~^^ 최근 읽은 분석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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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최근 인터뷰에서 밝혀진거지만 자기의 변화중에 하나가 타키 미츠하 말고 또다른 커플의 탄생. 츠카사 오쿠데라 커플....둘이 히다 다녀오고나서 연인이 되었고 약혼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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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인데 댓글이 없네요~^^ 최근 읽은 분석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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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해피로 갔다면 황혼에서 혼자만 주는게 아니라 교환을 했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 암시를 주려했다면요... | 17.01.17 23: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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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부분에서 배드앤딩의 가능성이 산제해서 더더욱 해피엔딩 가려했다는걸 못믿겠어요 ㅜㅜ | 17.01.18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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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토리아
근데 최근 인터뷰에서 밝혀진거지만 자기의 변화중에 하나가 타키 미츠하 말고 또다른 커플의 탄생. 츠카사 오쿠데라 커플....둘이 히다 다녀오고나서 연인이 되었고 약혼까지 했습니다. | 17.01.18 0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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