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 보이는건 다 집어넣은 영화입니다. 다른 토르 영화들이 너무 평이하거나 딱히 뛰어난 점이 없었지만 라그나로크는 확실히 보는 사람들의 인상에 남을 그런 영화입니다.
다만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내세운 80년대 사이버 펑크스러운 음악말인데...생각보단 영화에 그렇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극 중에서 그런 음악들이 잘 어울렸던 순간들은 타이틀 뜰 때랑 엔딩 크래딧의 인포그래픽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sf우주 배경도 사이버 펑크 특유의 칙칙한 배경과 그 배경을 수 놓은 분홍과 하늘색의 네온 불빛같은게 아니라 스타워즈스럽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런 분위기여서 딱히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었네요. 오히려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이 이 영화랑 더 잘 어울렸습니다. 애초에 이 노래가 예고편에도 나오고 영화 오프닝과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니...
스토리도 괜찮았던기 오프닝 부터 라그나로크 때문에 아스가르드가 멸망될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토르도 그런 악몽에 시달립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들은 멸망을 막기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식인데 이와 반대로 토르는 오딘을 통해 진정한 아스가르든 땅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아라는 깨달음을 얻고 아스가르드 땅이 힘의 원천인 죽음의 여신 헬라를 무찌르기 위해 스스로 라그나로크를 일으켜 아스가르드를 파괴하고 헬라를 골로 보냅니다. 파괴를 막는게 아니라 (원하든 원치않든) 파괴를 통해서 오히려 진실된 가치를 찾는다는 반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웠던게 헬라관련 부분입니다. 헬라는 토르와 로키의 누나로 과거 오딘과 함께 세상을 정복하는 악명높은 신이였으나 오딘이 토르를 얻으면서 더이상 파괴와 정복이 아닌 반대되는 삶을 살아가기로 하면서 헬라를 유폐시키고 파괴와 정복의 과거를 묻어버립니다. 오딘이 죽자 오딘의 힘으로 봉인되어있던 헬라가 풀려나면서 주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즉 헬라가 아스가르드로 돌아와 깽판치게 된건 오딘의 업보인데 그 업보를 청산한다던지 그걸 다루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던거 같습니다. 물론 진정한 아스가르드는 사람들이라는 메세지가 오딘이 정복의 과거를 반성하고 아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주려는 것이니 업보에 대한 청산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많이 약했던 것 같았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는 정말 즐거운 영화입니다. 어벤져스2도 그렇고 마블 영화들 중엔 탄탄한데 그렇다고 확 끌리는게 없는 작품들이 꽤 있었는데(특히 닥터 스트레인지는 독특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평범해서 실망이였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를 보면 때론 밑도 끝도 없이 즐거운걸 다 밀어넣어보는것도 괜찮지 않은가 합니다. 물론 밀어넣는것도 잘 밀어넣어야 하지만...
쿠키영상이 두개 있던데 하나는 별거 아니였고 나머지 하나는 '무승부로 하지 않을레?' 이걸로 요약 가능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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