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붙잡은 범죄자 중에 ‘마츠키’라는 좀도둑이 하나 있었는데, 빈집털이 전문이었다.
뭐 이것저것 해서 꽤 오랫동안 얼굴을 봐온 놈이다.
잡혀 들어오고는 다시 출소하고… 그 반복.
몇 번이나 마츠키 입에서 “이제 마음을 고쳐먹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는지 모른다.
그렇지, 마츠키의 아버지는 아주 심각한 주정뱅이였다고 한다.
술만 마시면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최악의 인간이었다지.
그걸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가출했고,
남겨진 마츠키는 아버지와 단둘이서 가난한 생활을 했다.
그때 마츠키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아버지는 일도 안 해서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츠키는 도둑질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비참한 유년 시절이었고, 동정할 만한 사연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환경을 핑계로 범죄에 손을 댄다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
그건 내가 몇 번이나 타이르기도 했고, 마츠키 본인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하지만 사람은 한 번 편한 길에 익숙해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법이다.
그런 마츠키가, 단 한 번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온 적이 있다.
자기가 빈집을 털었다고 자백하러 말이다.
그 시기가 마침 우리 관할 구역에서 빈집털이 사건이 잇따르던 때였다.
수법을 보고 처음부터 마츠키가 의심스러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건이 뚝 끊기더니 한 달쯤 지난 뒤에 마츠키가 스스로 나타난 것이다.
그때 조사를 맡은 건 나였는데, 마츠키의 태도가 평소와는 달랐다.
원래는 조사에서 슬슬 빠져나가려는 타입이었는데, 왠지 불안정해 보이고 침착하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뭔가에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마츠키는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쿠로다 형사님, 전 이제 도둑질은 그만둘 겁니다. 분명 벌을 받은 거예요.”
이 자식, 이런 말은 입버릇처럼 해왔기 때문에 또 그 소리인가 싶었다.
어차피 이번에도 겉치레겠거니 했는데, 그 겁에 질린 모습이 너무 달라 보여서
‘이번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서 마츠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쿠로다 형사님…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 근처에서 제가 저지른 빈집털이는 5건… 아니 6건입니다.
그건 정말 제가 한 짓이고, 거짓 없이 인정합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말씀드릴 이야기는 정말 황당하고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믿어달라고 해도 무리일 거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절 붙잡아 주신 쿠로다 형사님이라
꼭 들어주셨으면 해서 자진해서 온 겁니다.
그 마음만큼은 이해해 주세요.
…불과 한 달 전의 일입니다.
전 여기서 조금 떨어진 시골에 있었습니다.
이 일도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좀 눈치가 생기더라고요.
슬슬 경찰의 추적이 미칠 것 같아서,
어느 촌마을에 몸을 숨기고 있었죠.
피신처 같은 거죠.
그 마을에서 한 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살고 계셨죠.
제가 조사한 바로는 분명 독거였고,
리폼업자 행세를 하면서 주변에 떠봤는데
그 집에는 정말 할머니 혼자 산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집에 구급차가 왔습니다.
할머니가 쓰러졌다고 하더군요.
그날 하루 종일 집 주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해가 져도 할머니가 돌아오는 기색이 없었죠.
‘그럼 오늘 밤에 들어가자’ 하고 집에 돌아와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밤 10시쯤, 일을 시작했죠.
현관 뒷편으로 돌아가서 부엌 문을 따고 들어갔습니다.
부엌은 넓었고, 안쪽엔 거실이 있더군요.
할머니가 먹다 남긴 듯한 센베이랑 과자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손전등 불빛이 밖에 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옆에 있는 선반을 뒤지니 금방 값나가는 물건들이 나왔어요.
그걸 챙긴 뒤, 옆에 있는 미닫이를 열었더니 거긴 불단방이었죠.
불단방 치고는 꽤 넓었고,
들보에는 조상들의 영정사진이 여러 개 걸려 있었어요.
제가 이 짓 오래 했지만, 영정사진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더군요.
괜히 보고 있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건 그렇고 불단이랑 여기저기 뒤져보니
제법 노릴 만한 물건들이 나왔습니다.
‘오늘 재수 좋은데’ 하며 방을 나왔습니다.
그 방을 나서면 긴 복도가 있었고, 양쪽에 방들이 있었어요.
현관 쪽을 바라보니 오른쪽에 계단도 있었고요.
시간이 많지는 않으니 1층을 전부 샅샅이 훑고 계단까지 왔습니다.
무인 집이라도 소리 안 내게 조심조심 2층으로 올라갔죠.
그쪽에도 양쪽으로 두 방씩 있었고,
앞쪽 방부터 차례로 들여다봤는데, 2층에는 별게 없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오른쪽 안쪽 방에 들어가 보려는데…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닫이에 손을 대는 순간,
“띵동…” 현관 초인종이 울린 겁니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죠.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실례합니다”
이 시간에… 아마 밤 11시쯤이었을 겁니다.
이웃인지, 가족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숨을 죽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리고,
또 “실례합니다” 같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죠.
근처 사람이라면 낮에 구급차가 와서 할머니가 실려갔다는 걸 모를 리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 남자는 친척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또 “실례합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참 끈질긴 사람이네’ 싶더라고요.
게다가 이 늦은 밤중에,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대체 무슨 일로…
생각해 보면 이상했어요.
보통 노인네들은 해 지면 일찍 자잖아요?
실제로도 이 집은 오후 5시면 덧문을 닫더라고요.
게다가 요즘은 노인들도 휴대폰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없어도 집전화는 있잖아요.
현관 옆에 전화기가 있는 것도 확인했어요.
설령 가족이라 해도, 병원에 옷 가지러 온 거라면
굳이 “실례합니다” 같은 인사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저랑 같은 업종이라면, 그런 예의 바른 소리 할 리도 없고.
그렇다면… 지금 현관에서 외치고 있는 저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차분히 생각하니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혹시 내가 이 집에 들어온 걸 눈치챘나?
손전등 불빛이 새 나갔나?
아니면 소리를 들었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런데 또 “실례합니다”
이번에도 그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어쩌지? 어디 숨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득 깨달았어요.
이번 목소리, 뭔가… 너무 선명하게 들리는 거예요.
아니, 선명한 게 아니었어요.
확실히 들었어요.
그 소리는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서 들렸다고.
하지만 이상하잖아요?
현관문 여는 소리는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들어온 건데… 하고 있는데
끼익… 끼익… 끼익…
누가, 아니 틀림없이 그 남자가
계단을 천천히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건 정말로, 확실하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어요.
‘이러다간 들키고 만다.’
다급히 눈앞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미닫이문이 잘 열리지 않았어요.
건물이 오래됐는지 문짝이 뒤틀렸는지, 꿈쩍도 안 했습니다.
억지로 열려다간 소리가 날 테고, 그건 더 위험했지요.
진퇴양난이었네요.
당황하고 있는 사이,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니다.
이제 정말 끝인가…
숨을 곳을 놓쳤다, 그렇게 거의 체념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계단 끝자락에서 “끼익”하고 유난히 크게 울린 발소리 이후로,
정작 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발소리를 들은 감각으론 누가 계단을 완전히 올라왔음이 분명했다.
나는 잠시 복도 끝을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혹시 내가 착각했나?
집이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소리를 사람 발소리로 오해한 걸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안도하려던 그때.
“실례합니다”
그 목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온 겁니다.
그 소리는… 손을 대고 있던 미닫이문 너머에서 들렸왔어요.
비명을 꾹 참고 “윽!” 하는 소리를 내뱉었고,
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복도에 쓰러졌습니다.
그 순간,
가라앉은 소리와 함께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려버렸죠.
하지만 그 안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방 안에 보인 것은…
수없이 많은 일본 인형들이 좁은 공간에 빼곡하게,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는 광경이었어요.
그 괴이한 풍경에, 나는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러버렸죠.
그 수많은 인형들이,
전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허리에 힘이 풀렸는지 일어서지도 못하고,
기어서라도 도망치려는 순간.
“찾았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게 않더군요.
기어가던 자세 그대로 완전히 멈춰버렸는데 그 뒤로,
누군가의 강렬한 기척이 다가오는겁니다.
몸을 돌릴 수도 없었기에,
그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어떤 남자가 가까이 오고 있어요.
그 기척은 왠지 모르게,
덩치 큰 남성 같더군요.
그리고,
그 남자는 움직이지 못하는 내 등 위에 올라탔어요.
허리에서 가슴까지,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눌리며 숨이 막혔어요.
그러러더니 이번엔 뒤에서 목을 졸라댑니다.
엄청난 힘으로요.
‘아,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이 점점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차라리 빈집 털지 말걸…’
죽음 직전, 그렇게 후회했어요.
“…그래서 결국 너는 살아 있단 말이지?”
“예, 뭐… 죽을 뻔하긴 했지만요.”
“그럼 네가 들어간 그 집에서… 그런 괴이한 일을 겪었다는 거냐?”
“맞습니다…”
“그 집이 어디였지? 어느 지방이었나?”
“〇현의 〇촌이라는 곳이었는데요…”
“〇현이라… 너 꽤 멀리까지 도망쳤구나(웃음).
그럼 안 잡힌 것도 무리는 아니겠네.
근데 그런 이야기를 믿으라니…”
“믿기 힘들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정말로 있었던 일이에요.”
“그래, 알겠다.
근데 왜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털어놓은 거냐?
자백이라도 더 하려는 거야?”
“지금 와서 한두 건 더 늘어난다고 별 의미는 없죠… 농담입니다.
쿠로다 형사님께는 정말 여러모로 폐를 끼쳤고,
이번 일 겪고선, 정말로 빈집털이는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건 분명 지금까지의 업보가 돌아온 거라고 생각해요.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런 끔찍한 경험은 이제 그만이고 싶거든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그 말, 전에 몇 번이나 들은 것 같은데.”
“이번만큼은 정말입니다…”
“뭐, 어쨌든.
네가 진심이라면 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그 이야긴 접고, 조사는 내일도 계속되니까 오늘은 이쯤 하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조사는 끝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마츠키가 정말 진심이었는지는 몰라도,
‘이번만큼은 믿어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단골 이자카야에서 한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든 건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고,
그 깊은 밤,
내 휴대폰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상대는 관할서의 동료였다.
“어제 쿠로다 형사님이 조사하신 마츠키라는 남자 말인데요…
유치장에서 사망했습니다.”
마츠키는 마지막에 대체 무엇을 본 걸까.
눈을 부릅뜨고,
끔찍한 표정으로 죽어 있었다.
사인은 급성 심부전.
범죄 혐의는 없고, 돌연사로 처리되었다.
가족도 없던 마츠키의 시신은 화장 후
무연고자 묘지에 묻혔다.
그 자식, 믿을 수 없는 놈이긴 했지만
그날 했던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들리진 않았다.
약물 따위 손댈 성격도 아니었고,
정말로 겪은 일일지도 모른다.
뭐, 나는 원래 이런 비과학적인 이야기는 안 믿는 편이지만.
단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마츠키가 말했던 그 집이 있는 마을.
내가 아무리 조사해도,
그런 마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〇현 경찰청에 직접 문의도 해봤다.
혹시 행정구역 통폐합이나 기타 사유로
이름이 바뀐 건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저희 쪽에서도 조사해봤지만,
그런 마을이 존재했던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마츠키…
너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본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