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편에 대한 내용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 점을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초회판에 동봉되어 있는 1편과 2편 사이의 내용을 다룬 100페이지 분량의 소설입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1.5편 소설을 읽지 않아도 2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떡밥은 없으므로 굳이 2편을 시작하기 전에 1.5편 소설을 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다만, 1.5편 소설의 내용을 통해 추측해볼 만한 요소들이 몇 가지 있어 이 시리즈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구해서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1.5편 소설과 1편과 2편의 내용을 토대로 소설편의 상황 정리 및 몇 가지 추측을 해보고자 합니다.
내용 정리
1. 1.5편 및 2편의 정설은 1편 노멀엔딩에서 이어지는 내용(아라타가 디그레이드하여 월즈오딧세이의 동료 중 한 명과 현실에서 만나는 엔딩)
2. 1편 엔딩 이후에도 아라타는 시이나와 동료들이 죽지 않고 아파시스 교단이 사라진 미래를 만들기 위해 수십만 번의 디그레이드를 반복해옴
3. 아파시스 교단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정체불명의 교단이 등장하게 되며 아라타는 이들에 대해 조사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됨
4. 이 시기의 아라타는 자신이 죽게되면 자동으로 디그레이드 되도록 일종의 보험을 걸어둠
5. 4번의 보험덕분에 아라타는 죽어도 되살아나지만 그럼에도 수백번 이상을 흑막에게 살해당함
6. 수백번의 죽음 끝에 아라타는 상대가 자신의 '현실조작' 능력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리디아와 같은 세계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됨
7. 해답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아라타는 절망할 뻔 하지만 이니그마 사의 동료들의 격려와 조언 덕분에 흑막의 목적을 깨닫게 됨
8. 동시에 자신의 힘으론 흑막을 막을 수 없단 걸 깨닫고 마이에게 모든 것을 걸고 메세지를 남겨둔 채 다시 흑막에게 죽임을 당함
9. 마이는 아라타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를 보고 다시 이니그마 사에 해킹하였다가 아라타가 남긴 메세지를 읽게 되지만 메세지에 대한 기억이 지워짐
1.5편 소설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위와 같이 됩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통해 몇 가지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추측
1. 아라타는 자신이 죽게 되면 시간이 과거로 디그레이드 되도록 보험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2편에서는 아라타가 죽은 뒤 디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채 마이의 시점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지요. 또한 2편 결말 부분에서 마이는 아라타에게 받은 '월즈키' 코드를 사용해 과거로 디그레이드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통해서 아라타가 보험으로 삼았던 디그레이드 코드는 '월즈키' 였고 소설 마지막에 자신의 힘으론 흑막을 막을 수 없단걸 깨달은 뒤 마이에게 모든 희망을 맡기고 이 '월즈키' 코드를 메세지와 함께 넘긴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후의 아라타는 '월즈키' 코드가 없으므로 흑막에게 죽임을 당해도 디그레이드 되지 않고 스토리의 초점은 마이에게 넘어가는게 맞아떨어진다고 봅니다.
2편에서도 마이는 이니그마 사를 해킹한 후 어느 샌가 본 적 없는 데이터인 '월즈키' 가 남아있다고 언급하고 함께 남아있던 메세지의 내용을 고려해봤을 때 (네가 이 데이터를 여는게 가능해질 때, 세계에서 만나자. 사슬을, 해방하라) 아라타는 마이가 성공하여 '월즈키' 를 실행하면 자신이 죽기 전에 과거까지 디그레이드되어 다시 재회할 것을 예측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관리자 대행일 뿐인 아라타의 역량으로는 2주 전의 과거로까지 밖에 회귀하지 못하지만 아라타와는 비교되지 않는 존재인 마르바스의 힘을 가진 마이의 역량으로는 1년 이상의 시간회귀 뿐만 아니라 과거의 역사조차 일부 개찬할 수 있는 정도까지 능력차이가 나는 것도 납득이 되고요.
2. 소설의 초반부를 보면 마이가 아라타의 메세지를 읽기 몇 주 전에 사나에에게서 소식이 끊기고 2편 초반부는 사나에의 소식이 끊긴 지 1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마이가 소식이 끊긴 사나에를 찾으러 리즈 쇼아라에 찾아오게 되는게 2편의 도입부분이지요. 어째서 사나에가 사라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2편에서 밝혀지지만 소설을 읽고 나서 사실 사나에가 사라지게 된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흑막의 목적을 알게된 아라타는 죽기 직전에 흑막과 다시 조우하여 마지막 대화를 합니다. 그런데 이 대화내용을 보면 아라타는 흑막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를 어떻게든 하고 싶은거지?', '******* 말야. 니가 찾고 있는 거.' 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흑막도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요.
이 시점에서 아라타는 이미 흑막의 목적과 마르바스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며 이걸 막을 수 있는게 마이라는 것도 알고 있단걸 생각하면 이 때 아라타는 흑막에게 사나에의 대한 정보를 알려준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소설에서 흑막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아라타의 언급과 2편에서 흑막이 사나에를 납치한 이유를 밝히는 걸 연관시켜보면 소설 내용의 시점에서 흑막은 의식에 바칠 제물들을 모으면서도 마르바스를 강림시킬 그릇을 찾고 있었고 그걸 아라타가 사나에가 그릇이라고 알려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위의 '****' 은 '마르바스' 를 말한 거고 '*******' 은 '토오야마 사나에' 를 말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일본식 표기에선 토마야가 아니라 토오야마로 표기되었기 때문에 글자 수는 위의 7글자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즉, 흑막이 마르바스를 강림할 그릇을 찾던 와중에 아라타가 사나에의 존재를 알려주게 되고 이후 사나에는 흑막에게 납치되어 연락두절, 마이가 사라진 사나에를 찾아 리즈 쇼아라를 찾아가도록 아라타가 계획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됩니다.
3. 위의 두 가지 추측이 맞다고 가정했을 때, 의문으로 남는 것이 있습니다. 아라타는 마치 2편의 스토리대로 흘러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정확한 타이밍마다 마이의 앞에서 메세지가 재생되도록 노트북에 스케쥴을 조정해두었고 마르바스가 마이에게 강림하여 자신이 죽기 전의 과거로 디그레이드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네가 이 데이터를 여는게 가능해질 때, 세계에서 만나자' 라고 메세지까지 남겨두었습니다. 아라타가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건 소설 후반부에서 리디아에게 받은 세계 수정펜과 이니그마 사의 사장이 베르너 글록에게 배운 특수한 코드를 사용하여 어떤 프로그램 코드를 변환하고 나서부터 였습니다. 아마 이 과정을 통해서 아라타는 마르바스가 어떤 존재인지와 함께 마이가 마르바스와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된 게 아닐까라고 추측됩니다. 그것도 마르바스는 반드시 마이에게 강림할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정확하게 예측될 정도로 말입니다. 2편 내에서도 줄리에타는 사나에를 두고 '마르바스의 피를 이어받은 후계' 이기에 마르바스를 강림할 그릇이라고 언급하였던 점을 보면 최소한 마이, 혹은 사나에까지 해서 마르바스와 관련된 중요한 떡밥이 있는게 아닐까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2편 결말에선 아라타도 마이의 디그레이드에 영향을 받아 이와 관련된 기억이 사라지지만 이후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떤 계기로 아라타가 다시 한 번 이와 관련된 진실을 알게되고 마이와 마르바스에 대한 떡밥을 해결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신경쓰였던 점은 아라타가 마르바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리디아의 세계 수정펜과 베르너 글록의 특수한 코드가 사용되었단 점입니다. 이니그마 사의 사장인 베르너 글록은 1편에서도 아라타가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1편 내내 아라타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것도 단순한 격려 수준이 아니라 월드오딧세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인 엘리스 코드를 제공하는 등 상당히 비중있는 조력을 주는 인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소설 편에서도 아라타가 마르바스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됩니다. 1편에서의 활약과 소설 편에서 리디아의 도구와 조합하여 초월적인 존재인 마르바스에 대해 알게되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베르너 글록이란 인물도 리디아와 같은 세계쪽의 인물이 아닐까라고 추측됩니다. 2편 ex 스토리에서 밝혀지는 현실보다 상위 세계인 관측자의 세계에 대한 떡밥들과 ex엔딩 마지막에 등장한 나츠오와 관련된 떡밥 등을 생각해보면 베르너 글록은 리디아나 줄리아나보다 상위 계층의 주민으로 엔드 버스 계획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을 몰래 감시하는 존재가 아닐까라고 추측됩니다. 그렇게 가정한다면 1편에서 루덴스에 의해 심각한 버그를 일으키게된 현실 세계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아라타를 도와준 것은 베르너 글록이 리디아처럼 관리자로서 표면적으로 현실 세계의 버그를 고치는 입장은 아니지만 현실 세계의 붕괴, 즉 엔드 버스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주민인 아라타를 통해서 버그를 고치려고 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됩니다.
4. 마지막으로 3번의 추측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현실의 상위 세계인 관측자의 세계에 소속되는 인물들은 리디아, 줄리에타, 베르너 글록, 나츠오가 됩니다. 그리고 1편과 1.5편, 2편의 모든 전개를 종합해보면 관측자의 세계의 소속된 인물들은 마르바스라는 존재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리디아와 베르너 글록의 도움을 통해서 아라타가 마르바스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알게된 점, 줄리에타가 마르바스를 현실 세계에 강림시켜 현실 세계를 붕괴시키려 했던 점, 그리고 마르바스가 강림한 마이가 마치 전자세계에서 프로그래머가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하듯이 현실에 영향을 끼친 점을 생각해보면 마르바스라는 존재는 관측자의 세계에 소속된 인물, 혹은 그 세계 내에서 만들어진 치명적인 프로그램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고 추측됩니다. 아직 마르바스에 대해선 무엇 하나 밝혀진 것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정보와 추측을 토대로 한다면 적어도 관측자의 세계 태생인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에 이 시리즈가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 때는 마르바스에 대한 떡밥 해소와 함께 마르바스의 존재가 키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쓰고보니 1.5편 소설은 2편의 1회차 메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적지만 2회차의 추가되는 스토리와는 관련지을 법한 떡밥들이 많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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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교단이 이후에 다시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2편의 교단과는 관련이 없을 것입니다. 2편의 교단 자체가 흑막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결성한 교단이기 때문에 1편의 교단과는 완전히 별개라고 봅니다 | 20.07.26 21:5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