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허름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외출하려고 했더니 현관 앞에 G가 나온 거야.
이름조차 말하기 싫은 그 벌레 말이야.
바로 살충제를 들고 나와 현관 앞에 뿌렸는데, 놓쳐버렸지.
다들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G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상황은 정말 끔찍하잖아.
한 번 봤으면 확실히 없애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실 집 안 전체에 살충제를 뿌려서라도 처리하고 싶었지만,
이미 나가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각이었거든.
어쩔 수 없이 그냥 외출했고,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살충제 2통,
비닐장갑, 쓰레기봉투를 샀어.
이번 기회에 대청소나 하자고 생각했거든.
G는 더러운 곳에 나오니까.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살충제를 곳곳에 뿌리고,
청소를 시작했어.
먼저 거실.
좁은 방이라 금방 치워졌고,
그동안 괜히 버리지 않고 쌓아뒀던 것들을
하나둘씩 쓰레기봉투에 마구 던져 넣었어.
거실 쪽이 거의 정리돼서, 이번엔 주방 근처를 청소하기 시작했어.
주방 깊숙한 곳에 오랫동안 방치해둔 종이박스를 치우자,
바닥에 검은 무언가가 있었어.
“으엑! G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달랐어.
그건 둥그런 형태로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어.
크기는 야구공 정도, 색깔은 새까맣고.
“이게 뭐지?
뭔가 흘린 게 굳은 건가?”
나는 티슈에 물을 묻혀 닦아봤지만, 전혀 지워지지 않았어.
더럽다기보단, 무언가 칠해진 듯한 느낌이었어.
하지만 당연히 내가 그린 기억은 없어.
“이대로 두면 이사 갈 때 뭐라 하겠지?
잘못하면 수리비까지 물게 될 수도 있겠는데…”
나는 계속해서 티슈로 문질렀어.
그러자 몇 번쯤 지나고 나서, 모양이 바뀌었어.
“어?”
하지만 그건 단순히 색이 지워진 게 아니었어.
완전히 둥그런 형태였던 게 타원형으로 바뀐 거야.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는 계속해서 닦아봤어.
그럴수록 점점 더 모양이 바뀌어 갔어.
단순한 타원형이었던 검은 자국에 털 같은 게 위쪽에 생기고,
주름 같은 것도 생기고…
“이건…… 눈…인가…?”
그래,
그건 사람의 눈 모양이 되어갔어.
오른쪽 눈.
티슈로 닦을수록,
완전히 둥글기만 하던 검정색이
눈 같은 형태로 변화해 갔어.
점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어.
이게 도대체 뭔데?
무슨 현상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결국 나는 그 눈 위에 박스를 다시 올려놓고 덮어버렸어.
그 이후로는 당분간 아무 일도 없었어.
처음 며칠은 괜히 신경 쓰여서 주방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지만,
며칠 지나자
“그땐 뭔가 착각했던 거겠지”
하고 생각하게 됐지.
아마 얼룩이 지워지면서 모양이 변해 보였고,
그게 눈처럼 보였던 거겠지.
그럴 리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어.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나고 나서,
갑자기 내 오른쪽 눈이 아프기 시작했어.
처음엔 찌릿찌릿,
가끔 따끔하게 아픈 정도.
그냥 먼지라도 들어간 줄 알았어.
그런데 이틀, 사흘 지나자
욱신욱신 쑤시듯 아프기 시작했고,
결국엔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이 심해졌어.
그날 나는 집에 있었고,
너무 아파서 구급차를 부를까 고민할 정도였어.
일단 지금 상태를 확인해보자 하고
거울을 봤는데…
“히익!”
나는 한심한 비명을 질러버렸어.
아픈 오른쪽 눈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거든.
명백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어.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지.
아파… 너무 아파…
구급차를 부르고 싶지만
이젠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어.
이대로면 죽을지도 몰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때,
주방 바닥의 그 눈이 떠올랐어.
설마,
그 때문인가?
보통이라면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순간엔 그게 원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어.
나는 기어서 주방까지 가서
박스를 치웠어.
그 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어.
그리고,
더욱 사실적인 형태로 변해 있었지.
속눈썹, 눈 주변의 주름…
거의 사진처럼 정교했어.
다만,
색깔은 새까만 눈.
그건 내가 아까 거울에서 본
내 눈과 똑같았어.
역시 이게 원인인 건가?
하지만, 어쩌지…
그때였다.
파치 파치.
바닥의 그 눈이 움직였어.
깜빡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어.
신기하게도 눈의 통증은 사라져 있었어.
그 뒤로 한동안은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아파트에 돌아가지 않았어.
하지만 언제까지고 민폐를 끼칠 수는 없어서
결심하고 집에 돌아왔고,
주방 바닥을 확인했어.
그 눈은 사라져 있었어.
하지만 그 대신,
이번에는 거실 벽에 검은 동그라미가 생겨 있었어.
나는 그것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관찰만 하고 있어.
괜히 건드렸다가
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나한테 아무 일도 없었어.
하지만 점점…
그 검은 동그라미가 또 변해가고 있어.
위쪽 절반이 조금씩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있어.
마치 손처럼.
…야야,
진짜 그만해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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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여기 오니까 신작 많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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