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대부분은 아무것도 없거나 자동차 딜러 광고 같은 게 들어 있곤 하죠.
그런데 어느 날, 아무 표시도 없는 봉투가 들어 있더라고요.
안에는 하얀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고,
거기엔 정갈한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열어봐.”
솔직히 말해서 소름이 끼쳤어요.
그날부터는 문단속에 더 신경 쓰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 뒤로 매일같이 무지 봉투가 우편함에 들어 있었습니다.
내용은 매번 달랐어요.
예를 들면,
“전자레인지, 열어봐.”
“책상 서랍, 열어봐.”
부끄러운 얘기지만,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꺼내는 걸 깜빡한 냉동식품이 나왔고,
책상 서랍에서는 잃어버렸던 귀걸이가 나왔어요.
솔직히 이사도 고민했지만,
금전적으로 손해도 없었고,
당장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무시했죠.
하지만 그때부터 봉투 안의 내용은 점점 수위가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집에 들어와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곳’을 열어보라고 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면,
“침대 밑 옷 보관 상자, 열어봐.”
“옷장 안 소품함, 열어봐.”
그 안에는 사람 손톱, 다발로 묶인 머리카락 같은 게 들어 있었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렇지만 회사 일도 바쁘고,
매일매일 녹초가 된 상태여서…
이사할 여유도 없고, 머리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날이었어요.
우편함엔 평소처럼 무지 봉투가 들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열어봐”가 아니라,
“전신 거울 뒤, 봐봐.”
겁났지만,
전신 거울 뒤를 확인했습니다.
거기엔 사진이 붙어 있었어요.
제 방 사진.
정확히는, 옷장 안에서 찍힌 것 같은 각도였어요.
사진 뒷면에는
봉투 속 편지처럼 정갈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지금, 옷장 안에 있어. 열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