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인 A씨 부부는, 아내는 가정 텃밭 가꾸기를 취미로 삼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도와주는 다정한 두 사람만의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30년 전에 구입한 단독 주택은 작지만 충분한 정원의 넓이를 갖추고 있어, 두 사람의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기에 부족함 없는 집이었죠.
그런 두 사람의 평온한 삶에,
기묘하고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건——
마침 우엉 수확 시기였다고 합니다.
A씨 부인이 수확할 우엉을 고르던 중,
잎 사이, 흙 위에 검은 머리카락 뭉치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머리카락은 흰머리를 염색한 갈색이고,
남편의 머리카락이라 하기엔 너무 길었지요.
분명히 이 집 사람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불쾌하긴 했지만,
누군가의 장난이나 침입자를 상상하는 건 너무 꺼림칙했고,
다른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바람에 날려온 걸까, 아니면 들짐승이 물고 온 걸까’
하는 정도로 그날은 그냥 넘겼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또다시 흙 위에 엉켜 있는 검은 머리카락 뭉치가.
게다가 이번엔 그 뿌리 부분이 흙에 조금 묻혀 있었습니다.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던 부부는
그날 바로 근처 파출소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날 밤부터 경찰이 교대로 순찰을 해주기로 했고,
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홈센터에서 CCTV도 설치했습니다.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조용한 주택가에 A씨 부인의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또다시 머리카락 뿌리를 흙에 박은 검은 머리카락 뭉치가,
마치 '자라난' 것처럼 땅 위에 놓여 있었던 겁니다.
끔찍한 그것을 하루빨리 없애버리고 싶었던 A씨 부인은
힘껏 머리카락을 뽑아냈습니다.
그러자 뽑힌 모근 끝엔,
질퍽거리는 붉은 간고기처럼 생긴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 후로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매일 같은 자리에 검은 머리카락이 나타났고,
뽑을 때마다, 그 뿌리에 붙은 고깃덩어리는 점점 양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일이 일주일 정도 반복된 후,
부부는 결국 ‘밭 자체를 없애자’고 결심하게 되었고——
남편이 삽을 들고, 아내가 그 뒤를 따르며
두 사람은 두려움 속에 정원의 한 구석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검은 머리카락이 흙 위를 기어 다녔고,
그 아래 흙이 마치 언덕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급히 땅을 파헤치자——
젖먹이 아기 머리만 한 크기의,
볼 모양으로 뭉쳐진 간고기 덩어리가 나왔습니다.
그 덩어리에는 얼굴처럼 보이는 굴곡이 있었습니다.
공포에 질려 실성해버린 아내,
숨을 삼킨 채 꼼짝도 못하는 남편.
그리고——
그 다진 고기처럼 생긴 생머리의 '입' 부분이 꿈틀거리더니…
"괴..롭히...지… 말...아줘"
부부는 결국
수십 년을 함께한 그 집을 떠나,
도시의 아파트로 이사했으며,
취미였던 텃밭 가꾸기조차 완전히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IP보기클릭)110.15.***.***
기괴하다가 괴롭히지 말라니까 갑자기 미안한 감정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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