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 구조의 평범한 원룸 아파트. 흉가도 아니었다.
그런데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으면,
가끔 "피이이이이—" 하고 귀를 찌르는 듯한 고음이 울린다.
길이는 평균 10초 정도.
모기 소리처럼 아주 날카롭고 불쾌하다.
귀 나이가 간당간당해야 겨우 들릴까 말까 한, 한계 영역의 주파수.
불규칙하게 울린다.
"피, 피이이이—, 피…"
간격도 리듬도 제멋대로.
처음엔 고양이 퇴치용 초음파 기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거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는 순간,
"피이이이이" 하던 고음이 "부우우우우우—" 하고 저음으로 바뀐다.
마치 공간 어딘가에 ‘소리의 경계’라도 있는 것처럼.
기분이 나빠져서,
소리를 영상으로 찍어 두고 집주인에게 보여주려 했다.
그날도 퇴근해서 돌아오니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이폰으로 녹화 버튼을 눌렀다.
"피—, 피이이이—, 피…"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그 소리.
그리고 문을 열었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저음.
녹화를 멈추고 확인하니, 마이크에도 확실히 녹음되어 있었다.
다음 날, 영상을 집주인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다른 세입자한텐 한 번도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게다가 옆방 옆방에는,
조금만 소음이 나도 바로 항의하는 예민한 주민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소리는 내 방에서만 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주인을 방에 모시고 와서 직접 들려드리려 했는데…
그 순간부터, 소리는 딱 멈춰버렸다.
몇 번이고 영상을 다시 돌려봤지만
그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중얼거렸다.
"뭔가… 음성을 배속 재생했을 때 나는 소리랑 비슷하네."
편집 소프트웨어로 배속하면,
음성은 높아지고 빨라진다.
설마 싶었지만,
노트북에 편집 프로그램을 설치해,
영상에서 소리만 추출해봤다.
그리고 0.9배속, 0.8배속… 점점 느리게 만들자
파형이 서서히 ‘무언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전자음이 아니었다.
마치… 사람의 목소리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재생한 소리 같았다.
더 느리게, 더 느리게 줄여나갔다.
그러자 들려온 건──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여자 목소리였다.
무감정하고 기계적인, 낮고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 재생되어
인간의 귀엔 그저 날카로운 고음으로만 들리던 그것은──
사실, 끊임없이 나에게 ‘죽어’라고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아직, 그 낮은 소리의 정체는 확인하지 않았다.
거실 문을 열었을 때 들리던,
"부우우우우우—" 하는 저음.
이번엔 그것을 추출해 배속 재생해 보았다.
파형이 변하기 시작했고,
점차 그 소리가 사람의 말소리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뒤에 있어 뒤에 있어 뒤에 있어 뒤에 있어 뒤에 있어…”
이번엔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 소리는 내 등 뒤에서 계속 들려오고 있다.
나는 아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