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31일 스팀, 플레이스티에션, Xbox, 그리고 스위치로 출시된 (우리나라의 경우 등급분류심사 때문에 12월 2일 출시) 인디게임 'Little Goody Two Shoes' (리틀 구디 투 슈즈) 소개글입니다. 쯔꾸르 호러 퍼즐 게임 'Pocket Mirror' (포켓 미러) 개발사인 Astral Shift에서 그 프리퀄로 제작하고, 스퀘어 에닉스에서 발매한 게임인데, 게임 퀄리티에 비해서 인지도가 처참하게 낮다보니 열성팬으로서 굳이 리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포켓 미러의 프리퀄이긴 하지만, 굳이 그 내용을 모르더라도 스토리 이해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포켓 미러 팬 눈에는 보일 여러 이스터 에그들을 놓치게 되죠...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면, 이 게임은 영문판 only이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부담스러운 분은 개발사가 한글판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영어 어휘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영어를 전혀 모르겠다!'가 아니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사가 워낙 영세해서 현지화는 기약도 없다보니...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와 작화 스타일이 기가 막히게 짬뽕되어 있다는 겁니다. 장르는 1) 고전 아케이드 미니게임 2) 백합물 미연시 3) 호러 퍼즐 RPG가 뒤섞여 있는데, 양덕들의 평에 의하면 '프린세스 메이커'와 '마녀의 집'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 같다고 하네요... 작화 스타일도 고전적인 픽셀 아트, 동화풍 파스텔 일러스트, 실사 인형극, 90년대 셀 애니메이션 등 굉장히 다양해서 '이건 진짜 예술이다!' 싶을 정도죠.
주인공 '엘리제'의 일러스트만 보더라도, 다양한 그림체가 활용되는 걸 볼 수 있죠.
게임 플레이는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일상 파트의 1) 알바 미니게임, 2) 연애 이벤트, 그리고 비일상 파트의 3) 탐험이죠.
이중에서 1회차 때 플레이 시간의 비중은 (공략 없이 진행한다면) 탐험>알바>연애 순서입니다. 탐험의 경우 퍼즐 중에서 직관적이지 않은 것이 꽤 있어 여러 번 죽으면서 플레이하게 되고, 알바 미니게임은 A랭크 이상 얻지 못하면 돈이 바닥나기 때문에 숙달되기 전까지는 세이브 로드 신공이 강제되기 때문이죠.
1. 알바 파트
아케이드 기판을 흉내낸 미니게임입니다. 흙수저 메이드인 주인공 '엘리제'가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알바를 표현한 것이죠. 총 4가지가 있고 (달걀 모으기, 장작 패기, 사과 수확하기, 그리고 동네 꼬마들과 공놀이 하기) 스코어에 따라서 D랭크(보상 10원)부터 S랭크(보상 60원)까지 총 5등급 이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굉장히 직관적이지만, 제한 시간이 30초 + 30초이고 A랭크 이상의 요구 스코어가 굉장히 높아서 1회차 플레이 때는 돈에 쪼들리기 쉽습니다. 세이브 로드 신공으로 초반에 연습을 많이 하는 걸 추천합니다. 나중에 스태미나 2단위를 대가로 특정 캐릭터의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비용에 비해서 큰 도움은 안 됩니다.
2. 미연시 파트
이 게임은 백합물 미연시이기도 합니다. 주인공과 히로인들이 전부 레즈죠. 그렇지만 연애 이벤트의 비중은 1회차 플레이 시간 6-7시간 중 30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연시를 정말 싫어한다면 이 부분은 Shift키로 빠르게 스킵해도 됩니다. 다만 주인공과 히로인들 각자의 작화나 캐릭터성이 90년대 애니 스타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요즘 모에로 떡칠된 서브컬쳐에 비하면 나름 봐줄만합니다. 특히 나중에 결말을 생각하면 감정이입을 좀 하면서 플레이하는 걸 추천합니다.
메인 히로인 겸 조력자인 떠돌이 거지/마녀 '로젠마리네'. 메인 히로인답게 작중 비중은 가장 높지만 행적을 되돌아 보면 굉장히 골 때리는 캐릭터입니다... 그렇지만 히로인 3인방 중 유일하게 본인의 캐릭터송 & 컷씬까지 따로 있는 등 대우는 확실하죠.
서브 히로인 1인 마을 촌장의 딸 '프레이야'. 작중 비중은 아버지인 구스타프 씨보다도 낮을 정도로 공기지만 캐릭터가 매력있게 잘 뽑혀서 팬덤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서브 히로인 2인 주인공의 소꿉친구 겸 수녀 '레브쿠헨'. 소꿉친구 사이답게 주인공의 성격, 과거 사연 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루트이고, 주인공과의 케미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어느 히로인의 루트를 따라가냐에 따라서 스토리상 소소한 차이점이 있고, 결말도 좀 달라집니다. (안타깝게도 타입문 작품처럼 스토리의 전개 자체나 각 등장인물의 역할이 바뀌는 그런 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예산이 제약된 인디게임이기 때문에...)
주인공과 히로인 3인방 모두 성우가 배정되어 있고, 더빙운 영어와 일본어 중에서 선택 가능합니다. 성우는 두 버젼 모두 동일합니다. 예산 제약 때문에 더빙이 부분적으로만 되어 있지만, 성우 분들이 비교적 무명임에도 각 캐릭터의 성격 특징을 잘 잡아냈기 때문에 켜놓고 플레이하는 걸 추천합니다.
3. 호러 퍼즐 파트
스토리 진행의 가장 핵심인 호러 파트입니다. 주인공 엘리제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인데, 마을 인근의 숲 속에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전설을 듣고 밤마다 탐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된 내용입니다. 적들이나 장애물을 피하면서 퍼즐을 풀어 진행해야 하는데, '마녀의 집'이나 'Ib'하고 비슷합니다. 퍼즐 난이도는 직관적인 것부터, 공략 영상을 봐야 쉽게 이해가 되는 것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여기서도 작화 퀄이 굉장한데, 양덕들 의견에 따르면 애니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가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 호러의 수위 자체는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그냥 탐험물로 생각하고 플레이 해도 괜찮습니다.
4. 결말
결말은... 히로인별 굿 엔딩과 배드 엔딩, 기타 엔딩 등 총 10가지 엔딩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전작 '포켓 미러'와 스토리가 이어지는 진 엔딩은 1번 엔딩이고, 포켓 미러를 이미 플레이해 봤다면 그게 어느 히로인의 어떤 엔딩인지는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배드 엔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히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면 상당한 후유증이 남습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엘리제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가져온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5. OST
보컬곡은 총 4개로, 오프닝 곡 'Ruby Red Shoes', 주인공 엘리제의 캐릭터송 'Ruby Slippers Mirage', 메인 히로인 로젠마리네의 캐릭터송 'Wild and Wandering Thistle', 그리고 엔딩 곡 'Das Ende'입니다. 서브 히로인 프레이야와 레브쿠헨의 캐릭터송도 원래는 계획되었지만 시간과 예산 문제로... Ruby Red Shoes와 Ruby Slippers Mirage는 엘리제의 성우인 Diana Garnet이, Wild and Wandering Thistle과 Das Ende는 로젠마리네의 성우인 aruH가 각각 담당했는데, 노래 자체와 컷씬 애니메이션의 퀄리티 모두 상당합니다. 보컬 곡은 전부 일본어입니다.
그 밖의 OST는 유튜브,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6. 총평
직원 수가 20명도 되지 않는 인디 스튜디오가 무려 7년 동안 한땀한땀 만든 작품인데, 인디 스튜디오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스토리가 엄청난 반전 없이 좀 평이할 수도 있고, 히로인별 루트 간에 큰 차이가 없어서 반복 플레이를 할 때 질리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회차 플레이 때 작화, OST 등으로부터 받게 되는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이 워낙 커서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2만원 밖에 안 되는 가격을 생각하면 (현재는 구정 할인 20%가 적용 중이죠) 부담없이 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23년 출시된 인디게임 중 작품성 면에서 또 다른 걸작 'In Stars and Time'과 함께 투톱을 달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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