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웨어는 그동안 게임 서사의 최전선에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앤썸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This is why I'm here too, JC. BioWare has been on the front lines of narrative in games for years, and Anthem is blazing some new trails."
- 카메론 데이튼, 앤썸의 서사 감독(Narrative Director), 트위터에서의 발언
지난번에는 튜토리얼에 대해서 썼는데 이번에는 중반부 이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세계가 변화하는 부분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많은 리뷰어분들이 지적한 것처럼, 앤썸은 메인 스토리보다 서브 스토리가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메인 스토리, 그러니까 하트 오브 레이지("그래서 그게 뭔데?"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의 위기를 타파하고
단 두 번 등장한 악역 모니터(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더 아까운...)가 죽음으로써 플레이어는 포트 타르시스를 구한 영웅이 됩니다.
(심지어, 막타를 친 것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할루크의 스트라이더였죠.)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뻔한, 그 중에서도 만듦새가 떨어지는 영웅 서사입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서브 스토리를 살펴보면, 나름 흥미로운 여러가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전향한 도미니언 스파이 출신의 남편이 사실은 스파이인 아내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빼내려는 *슬리퍼 에이전트였지만,
임무 목표였던 아내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진짜로 전향한다는 이야기.
(*슬리퍼 에이전트 Sleeper Agent: 정체를 숨기고 활동없이 잠복해있다가 지령이 떨어지면 활동하는 비밀 요원.)
프리랜서들의 전공을 벽에 그려 프리랜서들을 미화하여 새로운 프리랜서들을 불러오려는 은퇴한 프리랜서 이야기꾼 야로우,
그리고 프리마크의 재앙(도미니언과의 전쟁 중 도시 하나가 멸망한 사건)으로 인해 프리랜서 활동의 위험을 깨닫고,
이렇게 프리랜서를 미화하여 새로운 프리랜서를 모집하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주장하는 후배 프리랜서 자니 사이의 갈등.
그외에도 여러가지 사소한, 다소 진부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썸의 세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여러가지 작은 이야기(바이오웨어가 그렇게도 강조한 "미시 서사")들이 존재합니다.
*관련 인터뷰: https://www.theverge.com/2019/1/24/18194445/bioware-anthem-storytelling-interview-ps4-xbox-pc
*관련 인터뷰2: https://www.gamesradar.com/anthem-single-player-story/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타르시스 요새에는 없던 NPC가 생기기도 하고, 사람이 늘어나고, 망가졌던 분수대가 다시 작동하기도 합니다.
앤썸의 리드 작가 캐스린 루트사르트는 위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You’ll also meet local characters and make choices as you talk to them and others in their storyline,” she says, adding. “The people who inhabit Fort Tarsis have stories and problems to solve that you can become involved with. Sometimes, through your advice or choices, their story will take a different turn.”
"여러분은 스토리라인에서 이 지역의 인물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타르시스 요새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분은 여기에 개입하게 될 것입니다. 때때로, 당신의 조언이나 선택에 따라서 그들의 이야기는 다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만들어놓은 이야기들과 게임플레이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은 모두 맵 상에 있는 대화 마커에 찾아가, 일일히 NPC들에게 말을 걸어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게 다입니다. 이러한 이야기의 진행과 플레이어의 행동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해야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미션이 끝날때마다 맵에 찍힌 대화 마커를 찾아가서 말을 거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이 위에서 작가가 말한 "선택과 조언"의 총체적인 실체입니다.
안그래도 느린 발걸음으로 타르시스 요새 안을 돌아다니는 일은, 앤썸이라는 게임의 핵심 플레이,
아이언맨 느낌의 멋진 슈트를 타고 날아다니며 적을 무찌르는 행위와 조금도 관련되어있지 않고, 무엇보다도 재미없는 일입니다.
플레이어는 그저 방관자, 사이드킥의 위치에 머물고, 이야기는 알아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액션 게임에 있어서 바람직한 서사 진행 방식이 아닙니다.
앤썸의 서브 스토리는 게임과 별도로 삽입된 진부한 비쥬얼 노벨에 그쳐 버립니다.
사실, 진부한 이야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많은 게임들이 진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기대하는 것, 특히 액션 게임에서 기대하는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같은 불후의 명작이 아니라,
그저 최소한의 완성도를 지닌 평범한(눈에 밟히지 않는 수준의) 이야기니까요.
(게임에서의 이야기란 ㅍㄹㄴ에서의 그것과 같다는 말도 있지요.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스토리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앤썸은 여기서 다시 한 번 실패합니다.
이야기를 만들어만 놓고,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거나, 혹은 그것을 고민하고 플레이와 함께 녹여낼 시간이 매우 부족했거나...
하지만 바이오웨어에게는 6년의 시간이 있었고, 디비전, 데스티니, 워프레임 같은 자신들이 참고하고 때로는 타산지석 삼을 수 있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앤썸은 더욱 실망스러운 게임이면서, 또 다시금 아쉬운 게임입니다.
미려한 셰이퍼 유적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총을 쏘는 재미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다시, 서사 감독의 말을 볼까요?
"바이오웨어는 그동안 게임 서사의 최전선에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앤썸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This is why I'm here too, JC. BioWare has been on the front lines of narrative in games for years, and Anthem is blazing some new trails."
- 카메론 데이튼, 앤썸의 서사 감독(Narrative Director), 트위터에서의 발언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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