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도망치면 난 평생을 후회한다.
전 고객님에 대해서도, 저희에게 일거리를 주는 다른 회사에 대해서도, 언제나 상대방이 기대한 것 이상을 되돌려주려고 했습니다.
HAL연구소가 회사로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도 자주 거래하던 회사 분들이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사실 계약을 끊으려고 한 회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저는 그것에 엄청난 도움을 받았던 겁니다. 보통은 그러한 상황이 되면 ‘신용적으로 불안한 회사에 일거리를 맡기면 안된다’라는 결론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죠.
경영이 어려워지고 십몇억엔(역주-한화로 약 백몇십억원)이라는 빚을 껴안았을 때, ‘도망친다’라는 선택지는 가장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처음, 그것을 버렸습니다.
‘만약 도망치면 난 평생을 후회한다’
최종적으로 결단한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리적으로 기대치를 계산해, 무엇이 이득인가를 생각하면 십몇억엔이라는 빚을 진다는 선택지는 없겠죠. 그러니까,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미학인지 윤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함께 땀을 흘려온 동료가 있는데 어떻게 도망칠 수 있나, 그것이 가장 커다란 이유였습니다.
저는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고액의 빚을 껴안은 회사의 사장을 맡기로 한 일에 대해, 그녀는 한 번도 절 비난하지 않았으니까요.
남들이 보는 시선도 결코 좋지않고, 같이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엄청난 위험부담을 지고 있는 거잖습니까. ‘왜 그런 걸 해야만 하는데’라는 말을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사장이 되고 나서도 개발 책임자는 제가 맡아왔습니다. ‘무엇이 이 회사의 장점인가’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개발을 주축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이외의 길은 없을 것이라고 금방 알았으니까요. 그건 머릿속에서 10초 만에 알 수 있는 대답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때 나 스스로를 항상 가장 바쁜 곳에 배치하자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 팀이 몇 군데 정도가 있어서 모든 팀이 항상 바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저는 항상 가장 바쁜 팀을 도와주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했던 것은, 일단 ‘그때그때 어떤 과제가 있는지를 찾아내 분별해서 해결하는 힘’을 당시 사내의 개발자 중에서는 제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힘든 곳에 제가 가는 것이 회사의 생산성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이고, 그와 동시에 ‘이외타가 결정하는 것’을 회사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편이 가장 좋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결정한다면 뭐, 납득하지’라는 말을 듣는 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답니다.
그런 느낌으로, 저는 개발부의 수장에 서는 것으로 회사 전체를 보았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게임이라는 물건은 제대로 만들면 팔린다는 잘 나가는 물건이었기에 제가 개발 현장에 있는 것은 여러 의미로 다행이었습니다. 슈퍼 패미컴의 전성시대 말이죠.
회사가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었던 커다란 계기는 ‘별의 커비’였습니다.
맨 처음엔 ‘팅클 포포’라는 제목으로 게임보이의 소프트로 낼 예정이었습니다만, ‘이대로 내는 건 아깝다’고 미야모토 시게루 씨가 말씀하셔서, 일단 개발을 중지하고 다시 조정해서 닌텐도 발매의 ‘별의 커비’라는 소프트로 다시 태어난 거죠.
당시 ‘팅클 포포’는 광고도 냈고 주문도 받아놓은 상태였습니다. 분명, 주문 수가 2만 6천 장이었습니다. 발매를 멈췄을 때는, 당연합니다만, 회사 안에서 대격론이 있었습니다. 그야 영업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참, 코가 납작해질 만한 이야기였으니까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별의 커비’ 게임보이 판은 500만 장 이상 팔리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계산하자면 맨 처음 예상했던 것의 200배도 더 팔린 것이 되네요.
그때의 개발중지가 없었다면, 당연합니다만, 현재의 ‘커비’ 시리즈는 없었겠죠.
‘커비’는 이제까지 나온 시리즈 전부로 말한다면 전 세계에서 2천만 장 이상 팔리고 있고, ‘커비’가 등장하는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까지 포함한다면 누계 3천만 장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으니(2005년 취재 당시, 역주-2020년 현재 커비와 대난투 시리즈의 총합 판매량은 대략 9천만 장) 정말로 커다란 전환기였던 셈이죠.
책을 읽어보고 싶으셨지만 일어를 하지 못하시는 분께 모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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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제는 더이상 나올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 같음. 한명의 천재와 역량으로 번뜩이는 무언가를 만들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고 엄청난 자본과 사람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드는 시장이 되서 로망이라는 게 사라진게 아닌가 싶음. 한국도 온라인게임시장의 태동기때의 개발자들의 이야기들이나 패키지게임 시대의 로망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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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천재 프로그래머 이와타가 단순하게 번뜩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낸줄 알았는데, 내막을 알고보면 오히려 많은 자본과 사람을 투자하는 일을 더 잘했던게 이와타 사장이었더라구요. 예를들어 마더 2를 지금 상태로 만들면 2년 걸리지만 이와타 본인이 맡으면 반년에 해내겠다고 했을때, 쉽게 생각하면 천재 프로그래머 이와타가 뚝딱 뚝딱 만들어낸걸로 보이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까, 코드 형상 관리 시스템과 이메일을 도입하고, HAL에서 미리 작업해놓은 C언어 컴파일러가 있어서, 그때까지는 잘 안쓰던 C로 개발했던 것. 지금 들으면 뭘 당연한걸 가지고 라고 생각하겠지만 9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는걸 생각하면 ㄷㄷㄷㄷㄷ 결국 혼자서 잘 할수 있는게 아니라 전체 일을 잘 만들어나갈수있는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 이었던 거죠. 오히려 지금처럼 자본과 사람과 시간이 많이 필요해졌을 때 그런걸 관리하는 능력이 더 어렵습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닌텐도를 다시 살려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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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비가 처음부터 커비로 하다못해 밥상 뒤집히기 전부터 커비 라는 이름은 있을줄 알았는데 밥상뒤집히고 커비가 된건지는 처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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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능력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니 천재는 천재네요. 개인적으로 아무리 자본과 인력이 많다고 다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그 자본에 천재들이 모이는거고 그 천재들이 기업에 가려져있을 뿐 여러모로 활동하고 있을 것 같네요. 자본과 인력이 넘쳐나도 죽쓰는 기업들도 많고 성공하는 기업들도 있듯이 우리가 모를 뿐 천재들은 어디서나 활동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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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비가 처음부터 커비로 하다못해 밥상 뒤집히기 전부터 커비 라는 이름은 있을줄 알았는데 밥상뒤집히고 커비가 된건지는 처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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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정발 관련해서 나오는 소식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 20.01.04 21:3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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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쿤요 일어 압박이라 ㅠ 읽어보고싶은데 정보 감사합니다 | 20.01.04 21:3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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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제는 더이상 나올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 같음. 한명의 천재와 역량으로 번뜩이는 무언가를 만들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고 엄청난 자본과 사람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드는 시장이 되서 로망이라는 게 사라진게 아닌가 싶음. 한국도 온라인게임시장의 태동기때의 개발자들의 이야기들이나 패키지게임 시대의 로망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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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져가는건 맞지만 그래도 페이퍼 플리즈랑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의 루카스 포프 같은 사례가 아직은 남아는 있으니깐요.... | 20.01.04 23:3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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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지만 게이머 입장에선 마음만큼이라도 많은회사들이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ㅜㅜ 옛날이야기지만 배울점은 많은 말이 아닐까 싶네요 | 20.01.05 01:2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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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저도 천재 프로그래머 이와타가 단순하게 번뜩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낸줄 알았는데, 내막을 알고보면 오히려 많은 자본과 사람을 투자하는 일을 더 잘했던게 이와타 사장이었더라구요. 예를들어 마더 2를 지금 상태로 만들면 2년 걸리지만 이와타 본인이 맡으면 반년에 해내겠다고 했을때, 쉽게 생각하면 천재 프로그래머 이와타가 뚝딱 뚝딱 만들어낸걸로 보이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까, 코드 형상 관리 시스템과 이메일을 도입하고, HAL에서 미리 작업해놓은 C언어 컴파일러가 있어서, 그때까지는 잘 안쓰던 C로 개발했던 것. 지금 들으면 뭘 당연한걸 가지고 라고 생각하겠지만 9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는걸 생각하면 ㄷㄷㄷㄷㄷ 결국 혼자서 잘 할수 있는게 아니라 전체 일을 잘 만들어나갈수있는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 이었던 거죠. 오히려 지금처럼 자본과 사람과 시간이 많이 필요해졌을 때 그런걸 관리하는 능력이 더 어렵습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닌텐도를 다시 살려낸거죠 | 20.01.05 01:4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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浪
결국 이런 능력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니 천재는 천재네요. 개인적으로 아무리 자본과 인력이 많다고 다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그 자본에 천재들이 모이는거고 그 천재들이 기업에 가려져있을 뿐 여러모로 활동하고 있을 것 같네요. 자본과 인력이 넘쳐나도 죽쓰는 기업들도 많고 성공하는 기업들도 있듯이 우리가 모를 뿐 천재들은 어디서나 활동하고 있을지도.. | 20.01.05 02:2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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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절에도 게임 개발은 한명의 비범한 천재가 아닌 팀에 의해서 이루어지던 것이었고 단순히 나만 좋으라고 무언가를 만든 게 아니라 결국 팔리기 위한 상품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었음. 단지, 그 상품을 만드는 데 본인들의 열정을 진지하게 쏟아부었나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 20.01.05 15:5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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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 나이트를 개발한 팀 체리가 아직 그런 판타지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네요. 1편 대성공으로 투자도 받고 팀 인원도 대폭 늘릴 수 있었을텐데 멤버 그대로 실크송 제작에 들어가는 거 보면. | 20.01.05 17:1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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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주신 내용과 관련된 얘기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서적이나 자료가 있을까요? | 20.01.06 13:0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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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에서 봤어요 https://m.blog.naver.com/kratt/220604077901 | 20.01.06 16:3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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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20.01.06 17:2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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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지어준 미야혼도 까먹었고 그걸 받고 투덜거린 사쿠라이도 마찬가지라 미스터리죠 제일 유력한 가설은 동키콩 저작권 소송을 이기게 해준 존 커비 변호사의 스펠링이 같다는 점에서 이 사람의 이름을 따온것 이라는 가설 | 20.01.05 01:5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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