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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메이 크라이’ IP 로 네뷸라조이가 개발한 게임 ‘데빌 메이 크라이: 피크 오브 컴뱃’ 이 지난 11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피크 오브 컴뱃’ 은 ‘데빌 메이 크라이’ 를 모바일 액션 RPG 로 옮겨온 게임이다.
게임의 큰 구조는 모바일 RPG 에 가깝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게임을 쭉 진행하는게 목표고, 그 도구로서 각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가진 장비, 능력들을 활용하면서 캐릭터 스왑으로 적을 물리친다. 3개의 캐릭터를 편성할 수 있고, 캐릭터는 단테, 버질 같은 ‘데빌 메이 크라이’ 의 유명 캐릭터들을 각자 성능과 디자인의 차이를 두어 등급제로 뽑을 수 있다. 캐릭터 성장 요소, 가챠 등의 요소는 기존의 수집형 RPG와 똑같다. 중요한 건 캐릭터의 등급과 그 캐릭터가 착용하는 전용 무장이다.
전투에는 데메크스러움이 조금씩 들어있다. 일단 콤보 위주로 돌아가는데, 기본 공격, 대쉬, 점프, 그리고 액티브 스킬이 있으며 이를 조합함에 따라 콤보 액션이 나가게 된다. 콤보가 쌓이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액션 버튼의 가짓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콤보 루트는 하나다.
기본 게임의 진행은 앞서 설명했듯 스토리를 따라 각 스테이지를 이동하며 적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중간중간 컷씬이 재생되지만 스토리가 사실 크게 중요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저 단테가 한껏 똥폼을 잡고 있다가 악마가 나타나서 악마를 때려잡으러 가는 그런 내용이다. 여기에 악마의 땅 같은 파밍용 추가 스테이지가 있는 식이다.
메인 스토리를 따라서 게임은 자동적으로 목표로 이동하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전투는 항상 수동이다. 데메크로서는 당연하지만 모바일로서는 이질적인데, 사실 ‘데빌 메이 크라이’ 의 이름을 단 ‘모바일 게임’ 이라는 점에서 수동 전투 위주이던 자동 전투 위주이던 문제 삼기 좋은 부분이다. 결국 해법은 양자를 잘 합쳐야 하는, 정말 가장 어려운 길인데 이 게임은 그 정도의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저 단순하게 버튼 개수를 줄인 수동 전투를 택하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많은 의문이 생긴다. 첫번째로는 이 액션이 정말로 데메크의 액션이 맞는가 하는 부분이다. 물론 콤보가 있고, 데메크 특유의 콤보 랭크가 존재하고, 단테와 레이디, 버질이 나와서 액션을 펼치기는 하지만 데메크 다운 느낌이 적절히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수집형 게임으로서의 요소도 그렇다. 현재 이 게임에 존재하는 캐릭터는 십여가지이고 이것이 S/A/B/C 등급으로 나뉘어있지만, 정작 그 실상을 열어보면 단테, 레이디, 버질, 네로의 각기 다른 버전들일 뿐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돌려막기이고, 애초에 사실 수집형 게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등장인물이 적은 게임을 억지로 수집형 게임으로 잡아 늘린 느낌이다. 그런데 또 이 캐릭터 등급에 따른 성능 차이는 굉장히 크다보니,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캐릭터 수집보다는 등급을 나눌 필요에 따라 편의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 같이 느껴진다.
캐릭터 수집형 RPG에서 중요한 건 제각각 등급마다의 캐릭터성을 잘 살려내는 것이다. 단순히 성능 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잘 살려내어 애착을 가지게 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데에는 별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각 등급별 캐릭터 버전의 차이도 외형적으로도 크게 변화가 없어서 알아보려면 이름을 봐야만 한다.
어떻게든 이 태생적으로 부족한 캐릭터 풀을 해결하기 위해 전용 무기와 성장 요소를 추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가지고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느낌이다. 일단 데메크의 액션과 이 게임이 지향하는 모바일 RPG 의 테이스트가 그렇게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다 캐릭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욕구도 오직 성능만으로 생기다보니 그렇다.
여기에 피로도 시스템, 수영복 레이디 스킨 같은 다른 모바일 게임에선 익숙한 요소가 필터링 없이 들어오니 점점 더 데메크에서는 멀어질 뿐. 결국 이 모든 의문은 하나로 귀결되는데, 과연 이 게임이 ‘데빌 메이 크라이’ 인가 하는 부분이다. 분명 데메크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콤보 액션 시스템이 들어가 있지만, 종합적인 경험이 데메크가 맞냐하는 느낌에서 크게 의문부호가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데메크를 떼고 일반적인 수집요소가 가미된 모바일 액션 게임으로 보아도 애매하다. 솔직히 말해, 수집 요소도, 액션도 이보다 잘 만든 모바일 게임이 많다. 그런데 ‘데빌 메이 크라이’ 이름이 붙으니 액션에 대한 기준은 더 높아지는데 솔직히 그걸 채워주지는 못한다. 연타 콤보 시스템이 있다 정도이지, 데메크의 특징인 폼생폼사 콤보 액션이 충분히 구현되었다고 보기엔 어렵다.
이 게임은 결과적으로 기자에게 ‘데빌 메이 크라이’ 스러움이란 뭘까 하는 고민거리를 남겼다. 분명 노력한 부분은 보인다.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표현, 단테의 폼생폼사, ‘데빌 메이 크라이’ 가 주는 콤보 전투 경험 등을 살리고자 노력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IP가 모바일 액션 RPG로 옮겨오면서 간략화한 부분들, 추가된 부분들이 과연 ‘데빌 메이 크라이’ 라는 IP 와 딱 맞는지 아쉬움이 드는 게임이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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