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3 리로드, 다음 세대의 Must-Play JRPG로
내달 2일이면 ‘페르소나 3 리로드’가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18년 전, 외전으로 시작된 ‘페르소나 시리즈’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걸작 쥬브나일 판타지. 국내서도 많은 이들이 PS2와 PSP로 즐겼던 ‘페르소나 3’가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최신 하드웨어에 걸맞은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비교적-최신작으로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호평받은 ‘페르소나 5 로열’을 기준 삼아 그래픽, 시스템, 콘텐츠, 조작성을 현재에 맞춰 개량하는 한편 원작 서사를 보강하는 추가 요소도 충실히 담았다. 오프닝 및 인게임 애니메이션과 음성 전반의 재작업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선 앞서 체험기로 소개했듯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다. 동월 출시되는 모 작품처럼 원작을 개변할 만치 과감하진 않으면서 너무 게으르거나 개악을 저지르지도 않은, 그야말로 모범적인 리메이크. 비록 ‘에피소드 아이기스’와 여주인공의 부재 탓에 완전판이라긴 미묘하나 현재로선 ‘페르소나 3’를 추억하기도, 입문하기도 최고의 선택임에 분명하다. 옛 명작에 손을 댄다는 건 어떤 의미로 신작 개발보다 난감한 일이다. 그 도전 와중에 어떤 고민이 따랐는지, 페르소나 팀 프로덕션 매니저 겸 ‘페르소나 3’ 제너럴 프로듀서 와다 카즈히사에게 물었다.
아틀러스 페르소나 팀 프로덕션 매니저 겸 ‘페르소나 3 리로드’ 제너럴 프로듀서 와다 카즈히사
● ‘페르소나 3’는 지금의 아틀러스를 있게 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의 어떠한 점을 계승하고 강화하고자 했나
: 나 자신이 ‘페르소나 3’ 개발의 코어 멤버였다. ‘페르소나 3’서 특출한 시스템이라면 역시 캘린더 시스템일 텐데, 이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리메이크했으니 기대해주기 바란다. 이제는 추억의 게임이고 그리운 이야기인 만큼, 충실한 계승과 더불어 새로운 표현을 더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거쳤다. 중심 서사는 가능한 그대로 유지하되 편의성은 개선하고자 했다.
● 원작은 캐릭터, 스토리, 시스템 등 여러모로 호평을 받았지만 공략 대상인 무작위 생성 던전, 타르타로스만은 완성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타르타로스의 구성이 단조롭다는 문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금번 리메이크서 우선 순위에 놓고 작업한 부분이다. 다만 타르타로스 자체가 ‘페르소나 3’ 세계관 및 설정과 밀접히 연관되어 근본적인 변화까진 어려웠다. 단차 등 시각적인 개선, 모나드의 부분적인 삽입, 강습 어택의 도입 등 세세한 개선을 반복하며 고쳐가는 게 최선이었다.
● 전체적으로 편의성에 신경을 썼음이 잘 느껴졌다. 버튼 하나로 적 약점에 맞는 스킬이 설정되고 원하는 층까지 곧장 이동하는 등등. 그런데 친절함이 너무 지나치면 아틀러스 작품 특유의 맛이랄까, 긴장감 헤치지 않겠나
: 친절함과 단순함은 별개 문제다. 물론 불편함에서 재미를 창출하는 작품도 있고, 특히 올드 게이머 가운데 불편함을 게임성의 일부라 즐기는 이들이 적잖은 건 안다. 하지만 ‘페르소나 3 리로드’는 그처럼 불편함을 즐기는 게임이 아니다. 여러분이 가능한 쾌적한 환경에서 금번 리메이크를 즐겨주기 바란다.
● 1년 전 ‘페르소나 3 포터블 리마스터’ 발매 때도 비슷한 논지의 인터뷰를 나눈 바 있는데, 당시에는 타르타로스서 퀵 세이브를 지원했다. 이번에는 편의성의 방향이 다소 다른 듯한데
: 발매는 1년 간격이 있지만 실제 두 작품은 병행 개발되었기에 뭔가 생각이 바뀌거나 한 건 아니다. ‘페르소나 3 리로드’의 경우, 편의성을 비롯한 많은 부분이 ‘페르소나 5 로열’ 기준으로 조정되어 그러한 차이가 난다.
● ‘페르소나 5 로열’이 기준이다 보니 원작에 없던 요소도 있다. 페르소나 전서가 대폭 늘고 코우하, 에이하 계열 스킬이 추가되기도 했는데
: 금번 리메이크는 배틀에 관련해서는 페르소나 전서를 포함하여 모든 걸 새로이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아마다 켄과 코로마루는 각각 하마, 무드계에 특화된 캐릭터지만, 코우하와 에이하로 인해 사용하기 쉬운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 신규 요소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요소라면 역시 필살기인 테우르기아다. 그런데 중후반부터 강력한 페르소나 스킬이 해금되면 테우르기아의 존재감이 흐려지거나, 역으로 테우르기아가 너무 강력해서 게임 전체의 밸런스를 뒤흔들 우려는 없나
: 테우르기아를 추가한 이유는 전투서 1MORE 외에도 선택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 5 로열’ 쇼타임의 개선 버전이란 느낌으로 작업했다. 후반부 밸런스는 테우르기아의 존재까지 고려하며 조정했다. 우려한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상정한 터라 특별히 문제 없으리라 본다.
● 중세 판타지와 달리 현대물은 시대상이 계속 변화하지 않나. 원작이 2006년에 나왔고 작중 배경은 2009년이다. 요즘 10대는 목걸이형 MP3가 뭔지 모르고 폴더형 휴대 전화도 낯설다. 시간적 배경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을 법한데
: 실제로 기획 당시에 그러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적으로 진짜 ‘페르소나 3’다운 리메이크라면 원작의 시대상을 온전히 담아내야 맞다고 봤다. 특히 ‘페르소나 3’는 파생작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시대상을 바꿔선 곤란하다. 억지로 2024년에 맞춰 표현하면 리메이크 방침이 오해받을 우려도 있기에 ‘페르소나 3’ 세계관을 유지했다.
● 리메이크에 수록된 음성이 기억 속 목소리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커뮤니티 관련 스토리 콘텐츠가 추가되었는데 그 부분만 추가 녹음한 건가. 아무리 전문 성우라도 십수년 전 연기한 캐릭터를 다시금 맡으면 위화감이 생기지 않나
: 금번 리메이크의 모든 음성은 전부 새롭게 수록했다. ‘페르소나 3’ 메인 캐스트 모두가 원작뿐 아니라 ‘P4U’ 등 파생작과 팬 이벤트까지 출연하며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따라서 위화감보다는 오히려 18년간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가능한 노련함, 성우와 캐릭터가 일체화된 듯한 느낌을 감상해주기 바란다.
● 확실히 게임이 진행될수록 아이기스가 점차 로봇 같은 딱딱한 말투에서 평범한 소녀의 음성으로 변화하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 그렇게 느꼈다니 정말 기쁘다. 아이기스는 특히 중요한 캐릭터라서 담당 성우인 사카모토 마아야 씨도 스토리를 깊게 이해하고 연기해주었다.
● 신곡들 역시 하나같이 호평이다. 특히 보컬 곡 ‘It’s Going Down Now’는 그 시절 ‘페르소나 3’를 처음 접했을 때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더라
: 새로운 곡들이 원작의 음색과 잘 조화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앞서 말했듯 ‘추억을 느끼면서도 새롭게’라는 방향성을 기본으로 신곡이 부각될 수 있도록 부탁했는데, 과연 키타죠 씨가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 그런데 스토리 콘텐츠를 보강한 역효과로 올커뮤(모든 커뮤니티 랭크를 MAX로 올리는 플레이) 성공을 위한 일정이 더 빠듯해졌다. 아무래도 거기에 더 시간을 할애하니까
: 정말로 빠듯한가? 내부에선 이번에야말로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자평하는 중인데… ‘페르소나 5’보다는 확실히 넉넉한 일정이지 않나.
● ‘페르소나 3’는 시리즈 내외적으로 과도기에 해당하는, 여러모로 특수한 위치다. 18년 만에 리메이크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페르소나 3 리로드’가 어떠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지
: “금번 리메이크는 현행 스펙으로 과거작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시작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페르소나 3’만큼은 꼭 후대에 남겨주고 싶었어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진짜 명작은 구년묵이로 느껴지지 않는 법입니다. 모쪼록 다음 세대의 게이머에게 Must-Play JRPG로 자리잡기를, 아울러 그간 시리즈를 성원해준 팬들에게 추억이면서도 새로운 게임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저에게 있어 ‘페르소나 3’는 개발자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매우 소중한 작품이니까요”
“그 작품을 당시 플레이어였던 스태프가 ‘페르소나 5 로열’을 넘어서고자 의기투합한 리메이크이므로 재미없을 리가 없습니다. 반드시 재미있을 터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 팬들이 일본 발매와 동시에 본 작품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어렵사리 준비했습니다. ‘P3R’은 ‘P5’에서 ‘P5R’과 같은 대폭적으로 전편에 걸쳐 조정 및 추가하는 버전업은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발매 시기에 전세계 팬과 게이머 여러분이 함께 ‘페르소나 3 리로드'를 즐기고 분위기를 띄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