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논란 계기 법제화 목소리
김영란법 원안 포함됐다 삭제돼
그동안 여야 할 것 없이 문제 반복
“의원직 상실 등 처벌 필요” 지적
정치권의 이해충돌 논란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도입 이래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논란이 일 때마다 애초 김영란법 원안에서 삭제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거론하며 우후죽순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그뿐이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천억원대 공사수주’ 의혹 등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이번에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법제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직권남용과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주 경찰에 고발됐다. 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본인과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가 국토위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으로부터 3000억원대의 일감을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당 윤창현 의원도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려 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 출신인 윤 의원은 삼성생명법을 다루는 정무위에 소속돼 있다.
이해충돌 문제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재산축소 신고 및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도 외교통일위 소속이면서 남북경협주를 대량으로 보유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정치권이 몸살을 앓았다. 20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지낸 손 전 의원은 전남 목포시 지역개발 비밀자료를 취득해 친척이나 보좌관 등과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용역을 발주하거나 배우자, 자녀 또는 친척을 채용하는 등 이해관계가 얽힌 행동을 말한다. 고위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직무와 관련한 주식을 백지신탁하거나 해당 상임위를 피하는 것도 이해충돌 방지 원칙에 따른 것이다.
관련 법이 있었다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도종환 의원도 이해충돌 조항에 위배돼 국회 문체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
당초 입법과정에서 김영란법에 포함됐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2015년 법 제정 당시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실현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삭제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월 발의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안도 국무회의 의결은 거쳤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도 이해충돌방지법 6건이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이번에도 민주당 김남국·이원욱 의원이 일명 ‘박덕흠 방지법’을 최근 발의한 상황이다. 서강대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통화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다른 나라들은 의원윤리규정을 별도로 두고 제한한다”며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의원마다 전문 분야가 있어 관련 상임위를 배정받다보니 이해충돌 문제가 걸리는 딜레마가 있지만, 개개인의 도덕성에만 기댈 수 없으니 이해충돌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문제 사례가 발견됐을 때 의원직 상실 등 징벌적 처벌을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미·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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