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비공개 방문한 사실이 29일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취소한 대신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를 ‘개인 일정’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은 지난해 10월 서귀포에서 열린 해군 국제관함식 이후 9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부터 28일까지 1박2일간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깜짝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는 김정숙 여사와 손자 등 가족들과, 조한기 제1부속실장 등 최소한의 수행원들만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도 한림읍에 위치한 송기인 신부의 별장에서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송 신부는 문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다.
문 대통령의 제주 방문은 제주 시내에 있는 한 식당에서 문 대통령을 본 한 시민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로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취소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휴가 취소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그 대신 주말을 이용해 제주를 방문한 개인 일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소한 휴가기간의 첫날인 이날 집무실에 정상 출근해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등에 관한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비운 채 참모들로부터 앞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치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이번 주 취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사안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에 하던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 일정도 건너뛰고 참모들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출규제와 관련해 당연히 보고를 받고 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