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조업 전통적 유형에 접목
최신 기법 모르는 중장년층 노려
피해자 평균 57세·5783만원 떼여
#2. B사는 투자자들에게 스마트폰, 성형수술용 실리콘을 수입한다고 설명하며 태국 경찰, 공무원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무역사업이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2개월 뒤 25%의 수익률을 내주겠다’고도 했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보유한 자금으로 투자금을 충분히 갚아줄 여력이 된다고 투자자를 안심시켰지만 B사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은 뒤 잠적했다.
저금리에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이들을 노린 유사수신업체가 기승을 부린다. 금융·제조업 등 전통적인 유형에 가상화폐를 접목한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최신 금융기법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주로 피해에 노출된다. 금융당국은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일단 투자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상담 건수는 482건이다. 이 중 금융당국이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당국에 수사 의뢰한 업체는 186개사로 전년(139개사) 대비 47개사(33.8%) 늘었다.
금감원이 수사 의뢰한 186개사 중 92개사(49.5%)는 가상화폐 관련 업체였다. 금감원은 “유사수신 업체들이 최신 유행기법으로 피해자를 현혹하기 위해 금융·제조업 등 전통적 유사수신 유형에 가상화폐를 접목했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를 언급하며 유사수신 행위를 하는 업체들은 주로 태양광 발전, 금 채굴, 카지노 등 고유 사업모델에서 지속해서 수익이 발생한다며 해당 수익과 연계한 코인을 홍보한다. 하지만 수익원이 없는 허위 사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상화폐 최소가격이 보장된다’는 말도 거짓이며 업체에서 개발한 유사 전자지급거래 플랫폼을 통해서만 거래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가 현금화를 요구하면 시스템상 오류 등을 이유로 들어주지 않는 일도 다반사다.
이들 업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방식으로 영업을 영위한다. 신규 가입자 돈으로 기존 가입자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다 기존 가입자의 환불 요구가 늘고 추가 가입자 모집이 어려워지면 수익금 지급을 미루면서 슬그머니 잠적하거나 도주·폐업한다.
지난해 금감원에 제보해온 인원 중 정보파악이 가능한 13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피해자 평균 연령은 만 56세였다. 중장년층이 주로 유사수신업체의 ‘덫’에 걸려든 셈이다. 중장년층은 가상화폐 등에 익숙지 않아 유사수신업체의 거짓말에 현혹되기 쉽다. 이들의 평균 피해액은 5783만원으로, 노후대비자금이나 은퇴 후 여유 자금이 고스란히 유사수신업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금감원은 지급확약서나 보증서를 발급해준다고 하더라도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할 경우 투자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국은 “‘고수익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며 “고수익·무위험의 확실한 투자처가 존재한다면 유사수신업자 혼자 수익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