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진압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 생존한 전 미국 대통령 4명은 일제히 공감 메시지를 내놓으며 판이한 상황 인식을 보여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의 시위는 이날로 9일째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을 위해 주 방위군이 투입된 상황에 최근 연방군 투입까지 거론했다. 외신은 미국 전역에 걸쳐 폭력 시위 양상이 진정되고 있는 데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잦아들고 있다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생존한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은 일제히 시위 상황에 공감과 변화의 메시지를 내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통해 “거리에서 평화적이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시위대에 미국인들도 감사해 할 것”이라며 이를 동력 삼아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이라는 제도적 변화를 이뤄내자고 당부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평화적 시위와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거리의 시위대를 향한 연대 입장과 함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여론 수렴을 촉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전히 인종이 미국에서 어떻게 대접받는지를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상기됐다”면서 “고통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시위는 점차 평화롭게 바뀌어 가는 분위기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16번가에 모인 시위대는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내를 행진하며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플로이드를 추모했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함께 불렀다. 백악관 주위 도로를 차단하고 시위대와 마주한 경찰은 침묵을 지킨 채 합창하는 군중을 지켜봤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일부 시민들은 시위대에게 물과 간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등지에서도 시위가 열렸으나 폭력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AP통신은 “항의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고, 전국에 걸쳐 거리는 이전보다 차분해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통신도 “전날 밤 이후로 전국의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도 더욱 잦아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