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따른 시행착오와 혼란이 드러나고 있다. 전국 고3과 중3 학생들이 첫 온라인 개학을 한 어제 오전 9시부터 1시간15분간 EBS 온라인클래스 접속이 지연돼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동시 접속자가 대거 몰려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수원 고색고의 온라인 개학식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과 화상 질의응답을 할 때 한 학생의 화면 영상이 1분가량 연결되지 않아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나머지 학년으로 개학 대상 인원이 확대되는 16일 이후 서버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학습 피해와 교육 격차다. 상당수 학교는 경험·인프라 부족으로 아예 쌍방향 원격수업을 포기하고 EBS 방송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선 “EBS 수업만 들을 거면 뭐하러 개학을 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부 학교에선 영상과 음성이 갑자기 끊기고, 학생과 교사 간 쌍방향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켜놓고 게임을 하는 등 학습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온라인 개학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일부 외고 등 특목고는 이미 한달여 전부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별 정보화 수준 차이에 따른 교육 격차가 확연해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부 학생들이 사설 학원에 가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대치동·목동 등 서울 시내 상당수 학원이 발 빠르게 학교 원격수업을 위한 ‘자습 공간’을 제공키로 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온라인 개학을 했는데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학원이 방역 지침을 준수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대거 몰린다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의 엄정한 대응과 학부모·학원들의 자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유 장관은 어제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미래 교육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교육 당국은 원격교육 지원 상황실과 24시간 핫라인 체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당장 교육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시정할 수 있도록 현장지원팀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개학에 따라 드러난 여러 문제점과 부작용을 모니터링한 뒤 세밀한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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