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전국의 21대 총선 후보들이 유세에 총력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n번방 사건’ 관련 발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통합당은 범여를 ‘조국 살리기’에 나섰다며 비판했다.
◆민주당, 연일 황 대표 ‘호기심 발언’에 사과 요구
민주당은 5일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일부 가해자의 신상공개 여부는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황 대표를 비판하며 강도 높게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산하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n번방 사건’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황 대표 발언을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주의이며 ‘n번방 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언과 망언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국민의 시각과 동떨어진 사고에 너무나 유감”이라며 황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n번방 사건은 호기심 차원이 아닌 중대 범죄”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지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전날 황 대표가 페이스북에 “모든 것은 무능한 정권의 문제”라며 “이들을 미워한다”고 적었다가 삭제한 것을 두고도 비판했다.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난 앞에서도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황 대표의 모습이 절망적”이라며 “나눔과 연대로 서로를 보듬는 국민의 귓가에 편 가르고 분노하라 외치는 통합당의 모습이 너무도 암울하다”고 밝혔다.
◆통합당이 미는 총선 구도, 조국 살리기 vs 경제 살리기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향한 공격의 ‘촉’을 조국(불구속기소)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맞추고 있다. 그동안 강조해 온 정권 심판론을 ‘조국 대 반(反)조국’ 구도로 새롭게 잡아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중도·무당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이날 대전 선대위 회의에서 “조국을 살릴 것이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것이냐”며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지 삼척동자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부산 유세에서도 “‘공정’이라는 말은 조국이라는 사람과 결부돼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조 전 장관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조 전 장관에게 비판적이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도 “금태섭이라는 의원은 떨어뜨려 놓고 파렴치한 조국을 받들겠다고 하는 게 지금 민주당의 실태”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와 유승민 의원 역시 조 전 장관을 “불공정의 아이콘”이라 언급하는 등 ‘민주당의 조국 살리기’ 프레임을 공격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서울 종로 유세에서 “(민주당이) 불공정의 아이콘, 불법의 아이콘인 조국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여당이 조국을 살리려 난리치고 있다. 민주당과 그 야합 세력이 조국을 다시 살려내려 하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어 “조국 호위부대가 대거 공천을 받아서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며 “이번 총선은 경제를 살릴 건지 조국을 살릴 건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반드시 조국 종자들을 막아내고 총선에 나온 사람들을 다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도 경기 안양 지원유세에서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정의·공정·평등을 입에 달고 살던 문재인 정권이 속으로는 얼마나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고, 평등하지 못한 사람들인지, 이 정권의 실체, 위선과 거짓을 똑똑히 봐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통합당의 이러한 태세 배경에는 ‘친문·친조국’을 표방하는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세가 있다. 조 전 장관 골수 지지층 집단이 열린민주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고, 장기적으로 민주당과 함께 국회를 장악해 정권 연장을 노리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통합당 저변에 깔려있다. 지난해 조 전 장관 일가의 각종 탈법·비리 의혹에 더해 자녀 부정입학 혐의까지 드러나며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청년층에 현 정권 지지력이 약화, 지난해 말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판단도 ‘조국 프레임’을 띄운 이유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프레임’ 잘라내기 나서
통합당의 주장에 민주당 지도부는 조 전 장관이 “우리 당 후보도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당은 특정인을 살리자고 한 적이 없다”며 “조 전 장관은 우리 당 후보가 아니고 윤 총장은 통합당 후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를 ‘조국 대 윤석열’로 끌고 가고 싶은 심정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선대위원장이 ‘민주당과 북한은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시도가 통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통합당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이날 조 전 장관을 비난하며 “이 사람(조 전 장관)은 작년에 이미 국민 마음 속에서 탄핵받아 물러난 사람”이라면서 “(여권이) 이 사람을 살리려고 멀쩡한 검찰총장 윤석열이라는 사람에 대해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비례정당 미래한국당 조수진 수석대변인은 열린민주당에서 비례 8번을 받은 황희석 후보를 두고 “조국을 형이라 부르는 전직 법무부 간부”라 지칭하며 “국회에 입성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청에 대못질하겠다는 심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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