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을 19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 무색하게 5일 주요 공원과 관광지에는 상춘객이 몰렸다. 일부 교회는 현장 예배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 진 것이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2주간 시민들의 참여도가 코로나19 사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서울 여의도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벚꽃축제가 취소되고 벚꽃 감상의 중심지인 윤중로 벚꽃길은 폐쇄됐지만 시민들은 윤중로 초입까지의 길과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서 봄나들이를 즐겼다. 서울시는 윤중로 부근 버스정류소 7곳을 폐쇄했지만 인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는 매번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많은 나들이객이 쏟아져 나와 이곳에 배치된 안전요원들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출입이 허가된 서울 성동구 서울숲은 인기가 높아졌다. 서울숲 인근 한 카페의 직원 A씨는 “지난 주말엔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었을 정도였다”며 “서울숲은 폐쇄가 안 돼서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운천호수공원, 풍암저수지, 광주천변 등 벚꽃 명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꽃구경을 했다. 광주 광산구 황룡강 친수공원 유채꽃을 보러온 시민들이 많았다. 일부는 휴대용 텐트, 돗자리 등을 깔고 간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벚꽃이 만개한 청주 무심천변에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공무원, 경찰 등이 보행 시 2m 이상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 노점상 영업금지 등 행정명령 이행을 지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이날도 ‘주일 연합예배’가 진행됐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달 22일 ‘신도 간 거리유지’ 등 예배 시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서울시로부터 집회금지명령이 내려졌다. 이 교회는 서울시의 명령에도 지난달 29일 일요예배를 강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지만, 2주째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서울시는 교회 측과의 합의 하에 시청 직원들을 교회 안으로 들여보내 신도들이 방역 준수사항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했다.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도 온라인 예배와 함께 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했고, 구로구 연세중앙교회도 예배당 예배를 진행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서울시의 코로나19 확 산방지를 위한 행정응원 협조 요청에 따라 206개 종교시설에 경찰력 517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광주 1451개 개신교회 가운데 205곳이 현장에서 주일예배를 진행했다.
최근 사람들의 이동이 늘고 있는 것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SKT와 통계청이 제공한 일별 인구 이동량 추이를 보면 최근 조금씩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31번 환자 발생 후 신천지를 중심으로 환자가 폭증하면서 2월29일 이동량은 849만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발표된 3월21일 1325만건의 이동량이 나타났고, 일주일 뒤인 3월28일에도 1302건으로 차이가 별로 없었다.
지하철 강남역의 일평균 승차 건수도 2월 1∼19일 약 12만명, 2월 20∼29일 약 6만명으로 줄다가 2월 29일 이후 7만∼8만명으로 집계됐다.
장기간 방역활동으로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수천명씩 늘던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대로 줄면서 긴장이 풀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칫 그동안의 성과를 무위로 되돌릴 우려가 크다. 방역당국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은 지난달 6일 38건(19.8%)에서 31일 3건(6.1%)으로 감소했고, 신규 집단감염 발생 건수는 3월12∼21일 11건에서 3월22∼31일 4건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도권에서 (확진자) 숫자가 증가하는 속도가 대구, 경북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지금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외에서 유입하는 사람들의 거의 70%가 서울·경기에 살고 있고, 병원이나 콜센터 등 집단 발병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수도권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상황은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기보다) 집단감염이 벌어졌을 때 파급이 높거나 감염 위험이 우려되는 클럽 등 시설을 선별해 강력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며 “운영을 금지하고, 정부가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이강진·박지원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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