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과 언론인의 유착 의혹에 대해 검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고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재조사’를 요구했다. 추 장관이 ‘감찰’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밀어붙이자 검찰 내부에서 재조사에 대해 껄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차 제주를 찾은 추 장관은 3일 오후 제주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법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을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놔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기자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A 검사장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하며 친분을 강조했고, 이 전 대표 측근에게 ‘유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지 않으면 가족 등이 검찰의 가혹한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추미애 “진상보고하라”vs 대검 “A 검사장 목소리 아냐”
관련 보도가 나오자 추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사실여부에 대한 보고를 먼저 받아보고 합리적으로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면 감찰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A 검사장의 의견을 듣고 이를 대검에 보고했다. A 검사장은 보도된 목소리가 자신의 음성이 아니라고 반박한 상태다. A 검사장은 MBC가 관련 취재를 진행하자 취재가 들어왔을 당시 “신라젠 수사를 담당하고 있지 않고 있어 언론에 수사상황을 전달하거나 질의하신 것과 같은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신라젠 사건과 관련 대화 관련 녹취록이 존재할 수 없는 만큼 보도 전 목소리를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대검 역시 A 검사장의 발언을 정리해 법무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이 재보고를 요구하면서 대검은 MBC와 채널A 측에 협조공문을 보내 녹음파일이나 촬영물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부탁한 상태다.
◇추 장관 취임 후 커진 갈등
추 장관이 자리에 오르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은 거세졌다. 현 정권을 수사한 검찰 수뇌부이자 윤 총장의 측근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추 장관은 1월 검사장 인사에서 윤 총장이 인사권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명을 거역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평검사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된 여권 인사들을 불구속 기소하자 추 장관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날치기 기소”라며 날을 세웠다. 보고를 생략한 기소에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이 필요하다는 발언도 이때 처음 나왔다.
대검은 “적법한 결정”이라고 맞섰다. 이후 법무부는 인권 등을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내렸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나친 알권리 침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법무부와 검찰이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궁극적인 검찰개혁’이라며 수사와 기소의 판단주체를 분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밑그림을 그렸고 2주 뒤 검사장들과 만찬을 겸한 자리를 갖고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장관과 일선 지검장과의 만남이 지난 2월21일로 예정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언론·검찰 유착 의혹에 민감한 추미애…왜?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두 차례나 사실관계를 파악하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첫 번째 과제였지만 다양한 노력 끝에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이 가진 일방적인 정보가 언론 통해 퍼져나가면서 여론은 요동쳐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 정부 들어 공개소환을 폐지하고 검사와 언론의 접촉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검사들과 언론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까지 따로 만들 정도로 언론과 검찰의 만남까지 경계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검찰간의 유착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추 장관이 불쾌해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인 숨진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푸는 등 여권에 부담스러운 정보를 쥐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검찰이 ‘A 검사장이 아니다’라고 이미 보고한 상태에서 조사를 다시 요구했고 이후 감찰까지 진행한다면 양 측의 대립은 다시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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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러는데 재조사 요구는 당연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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