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인의 일상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개인의 생활뿐 아니라 사회적 관습과 산업구조, 나아가 글로벌 패권 지형도까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주요 외신은 코로나19로 “세계는 완전히 변할 것”이라며 “전 산업을 재편하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규정하며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굳이 움직여야 하나?… 이동에 대한 관점 변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이동제한 등 전 세계 대다수가 현재 이동의 자유를 잃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필요한 여행’을 제한함에 따라 앞으로 기업의 필수적인 출장·여행에 대한 정의가 새로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호텔, 렌터카 수요는 자연스럽게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비춰보면 여행업이 일시적 축소 후에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대량 감염 사태를 불러일으킨 크루즈 산업은 가장 늦게 회복될 것으로 봤다.
재택근무의 확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출퇴근으로 인한 시간과 에너지 같은 자원 손실 등 그동안 근무의 비효율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원격근무의 생산성이 입증되면 사무실 수요가 줄어 임대업 등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원격근무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도시로의 밀집 현상은 완화할 수 있다. 한 외신은 “많은 나라에서 수십 년간 사람들이 도시 중심지로 이동하고 일부 기업도 인적 자본과 교통 등 이유로 본사를 도시로 옮겼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런 사고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학습은 교육의 비용을 다시 생각해보게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중산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학이 더욱 그럴지 모른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특히 아마존이나 다른 온라인 식료품 서비스업체는 많은 소매상의 종말을 재촉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관심 더욱 커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 등은 물론 재난기본소득까지 지급하는 등 유례없는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사태에 대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갖추자는 목소리는 정치적으로도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더 커질 것이라고 외신은 관측했다.
산업 전반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규제 당국은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은행의 자본비율을 높이도록 한 것처럼 말이다. 또 지금까지 공급망 관리에서 강조된 것은 최저 비용이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우선시할 수 있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 등 디지털 결제수단이 더 많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일부에서는 지폐와 동전에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현금을 받지 않는 곳도 생겼다.
정치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코로나19 대처에 따라 세계 패권마저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판 월트 하버드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대응은 아시아 국가들보다 뒤처졌다”면서 “세계 파워의 구심점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스·포옹 서구식 인사 사라질까
코로나19가 사회적 관습마저 뿌리째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등장한 팔꿈치 인사가 악수를 영구히 대체할 수도 있다. 심지어 여러 번 키스를 하고 포옹하는 서양식 인사는 폐기될지도 모른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공항이나 다중 이용시설에서 체온을 재는 것이 일상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외신은 “결국 코로나19의 지속적 영향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더 자주 착용하고 손 세정제를 더 많이 사용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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