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에서 유입돼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지면서 환자수가 폭증했다. 초기에는 확진자 주변에서 발생하던 것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번지고 있다. 국내 환자수는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아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6일 오후 5시 기준 환자수는 1261명이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 후 37일 만에 1200명 넘게 불어났다.
코로나19는 빠른 전파력으로 종종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와 비교하지만,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보다 확산세가 빠르다. 신종플루의 경우 2009년 5월 2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81일 만인 7월 22일 확진자수가 1000명을 넘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다 발견된 36세 중국인 여성이다. 공항 검역과정에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 격리했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6일 퇴원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설 연휴 동안 한두 명씩 환자가 확인됐고, 지난 10일 28명까지 늘었다. 이후 닷새 동안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이때까지 중국에서 입국한 환자가 14명이고, 태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가 5명이었다. 초기에는 환자 대부분이 해외 유입자라는 특징을 보였다. 2, 3차 감염이 발생하긴 했지만 모두 확진자의 접촉자로 당국의 관리망 안에 있던 가족, 지인들이었다.
지난 16일 29번 환자(82·남), 지난 18일 31번 환자(61·여)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국내 코로나19 양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뀌었다.
29번 환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였다. 지역사회 전파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21일이 돼서야 29번 환자가 83번 환자(76·남)의 접촉자였으며, 83번 환자는 6번 환자(55·남)가 다니던 교회 신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83번 환자는 6번 환자의 접촉자로도 분류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지난 19일 확진 판정을 받은 40번 환자(77·남)의 감염경로는 아직도 조사 중이다.
31번 환자가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임이 밝혀지고, 접촉자 조사를 하면서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신천지대구교회와 관련된 신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면서 매일 100∼200명씩 추가 환자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31번 환자 발견 이후 8일 만에 불어난 환자수가 1000명이 넘는다.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와 대구 지역 접촉자는 물론, 신천지대구교회를 다녀간 전국의 신도들이 각 지역에서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14명이 확인됐다. 정신병동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환자의 가족 1명도 전염됐다. 간호사와 행정직원 10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가운데 사망자도 잇따랐다. 이날까지 전체 사망자 12명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 환자다. 장기 입원 상태로 면역력이 약한 데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뒤늦게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부산 온천교회, 칠곡 장애인시설 밀알사랑의집, 경북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등에서 20∼30명씩 집단감염된 사례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가족, 지인 간 전파가 이어지면서 서울 대형교회 목사, 항공기 승무원, 요양보호사 등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군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방역 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감염의 시작인 신천지대구교회, 청도대남병원의 감염경로는 일주일 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한 원인을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코로나19의 특성에서 찾았다. 정 본부장은 “한 달 정도 코로나19 역학조사와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서 가장 곤욕스러웠던 것은 감염력이 굉장히 높고 전파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점”이라며 “감염 첫날부터 전염력이나 바이러스 분비량이 많기에 3∼4일 뒤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을 때가 되면 이미 2차 전파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 신도와 시민을 상대로 매일 수천건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대구·경북에서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앞으로 2∼3일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최대한 방어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라며 “초기에 방역적인 조치를 강하게 하지 않으면 그 확산세가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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