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긴급 이사회에서 김호곤 수원FC 단장(맨 오른쪽)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맨 왼쪽) 등이 K리그 개막 연기와 관련한 논의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 K리그 개막이 연기된다. 한국 스포츠의 대부분 일정이 전면 중단되는 분위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과 3월 1일로 예정된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 개막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될 때까지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다. 연맹은 앞서 지난 21일 코로나19가 크게 번진 대구·경북을 연고로 한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홈 개막전을 연기하기로 했다가 지난 주말 사태가 악화하자 일정 전체를 미루기로 확정했다. 정부가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자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전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코로나19 여파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추이를 지켜본 뒤 변경된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맹은 이에 따라 26일 예정된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와 신인 및 외국인 선수교육 아카데미 등 선수단 참석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이사회는 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K리그 구단들의 홈 경기를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치를 것을 권고했다.
지난 해 승강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유료 관중 23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대박을 맞은 K리그는 올 시즌 더 큰 도약을 노렸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K리그가 돌발 사태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출범 후 처음이다.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일부 일정에 변화를 준 적은 있으나 리그 개막 전에 미리 계획된 경우였고, 앞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리그 중단이나 연기 없이 예정대로 치러진 바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K리그가 개막을 잠정 연기하면서 프로야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월14일 시작하는 프로야구 시범경기 일정 변경과 취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BNK 썸의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겨울 스포츠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리그 막판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여자프로농구(WKBL)가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지난 21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다. 휴식기를 보내고 오는 26일 재개하는 남자프로농구(KBL)는 25일 이사간담회를 열어 남은 시즌 운영 방안을 결정한다. 무관중 경기는 물론 리그 중단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배구도 25일 경기부터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아예 리그 일정을 축소, 조기 종료한 종목도 있다. 핸드볼은 SK핸드볼 코리아리그를 지난 22일 조기 종료하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도 취소했다.
3월 개막을 앞두고 지난 22일 조 추첨식을 열 계획이었던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행사 하루 전 급하게 무기한 연기를 공지했다. 대한체육회는 선거제도 개선안 등이 상정된 27일 대의원 총회를 취소했다. 대한테니스협회도 다음달 초 개막이 예정된 전국 종별 대회를 취소했다.
겨울 스포츠의 막판 순위 경쟁과 새로운 시즌의 개막으로 어느 때보다 분주해야 할 한국 스포츠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완전히 꽁꽁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