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가벼운 감기 증상에 대해 전화로 의사의 상담이나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 원격진료를 허용한다고 밝히자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은 지난 2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가벼운 감기 증상을 가진 환자는 동네의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로 의사의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원격진료가 허용되는 환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라고 말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처방전은 팩스로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 전달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 조치는 보건의료기본법 40조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 그리고 44조의 보건의료 시범사업 규정을 근거로 시행된다.
◆의협 “전화상담, 오인 가능성 커… 정부, 논의 없이 일방적 결정”
의료계는 정부가 사전 논의 없이 졸속으로 해당 방침을 추진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공지한 ‘코로나19 관련 대의원 긴급 안내문’에서 “정부에서 발표한 전화상담 및 처방을 전면 거부한다”며 “회원님들의 이탈 없는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전화를 통한 처방은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특히 현재 코로나19의 경우 폐렴을 단순 상기도감염으로 오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염력이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전화로 감기처방을 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주변으로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의협은 “전화 처방에 따른 법적 책임, 의사의 재량권, 처방의 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함에도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민과 의료인에게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만성질환자 이동 최소화 위한 제한적 조치”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화상담과 처방은 의료기관을 직접 다니면서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만성질환자의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한적인 조치”라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안정되는 시기까지는 의료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만약 의료인들이 판단하기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등 위험성이 있다면 전화로 처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봐온 환자들이나 호흡기 환자 중에 코로나19가 아닐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 대해 가족 방문이나 전화 등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 등 조치를 해달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제한적인 조치임을 거듭 강조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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