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전 교수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한폐렴 대(vs) 대구폐렴. 중국봉쇄 대 대구봉쇄. 원희룡(제주도지사)이 대구봉쇄를 실천하려다 욕만 먹었죠”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지금은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구봉쇄 운동을 주도하는 듯”이라고 꼬집은 뒤 “바이러스는 국적도 없고, 원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진단은 의학적, 방역은 과학적이어야 한다”며 “이 이슈, 어느 한쪽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양쪽의 선동적 어법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서로 싸울 게 아니라 협력해야 할 때”라며 “어차피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지게 돼 있다”며 글을 마쳤다.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76만1833명 서명 마감… 청와대 입장은?
청원은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3일 올라왔으며, 76만1833명이 서명에 동참한 가운데 지난 22일 마감됐다.
청원 글 작성자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며 “북한마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이라도 한시적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한다. 이미 우리나라(에) 상륙한 뒤에는 늦지 않겠는가.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 글은 지난해 5월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183만1900명),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처벌 감경 반대 청원’(119만2049명)에 이은 역대 3번째 최다 동의 청원 글로 기록됐다.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는 한 달 내 답변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61명 늘어난 76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도 1명 추가돼 7명으로 늘었다. 확진자 수가 폭발적인 증가 추세에 놓이면서 야권에서는 ‘중국 전역 방문 외국인을 입국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중국 방문 외국인을 전면 입국 금지해달라”고 거듭 요청하는 한편, “가급적 모든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국민과 당원에 당부했다. 이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범투본)’의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입국 제한 조처를 해야 한다”라며 “관료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폐지하고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로 구성된 새로운 대책본부를 만들어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정부가 늑장 대응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는데, 현재 메르스 확진자의 2배에 해당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진중권 “정권 비판은 나중에… 코로나19 문제를 정치화하지 마라”
진 전 교수는 지난 22일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코로나19 문제에 관해서는 일단 정부를 믿고 따라야 한다. 비판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황이 아직 진행 중이라, 아직 비판의 준거를 마련하기 어렵다”며 “사태가 진압된 후에 상황을 복기하며 단계마다 내려진 조치가 적절했는지, 그 조치의 근거가 된 판단은 올바랐는지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의학적 문제”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며 “그것은 의학적 문제를 신학화하는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행태만큼 어리석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몇몇 언론에서 ‘의료계’라고 두리뭉실 묶어 몇몇 의사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때려대는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를 놓고 그런 정치적 장난은 삼갔으면 좋겠다”며 “방역에 관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은 질병관리본부에 모여 있다고 본다. 모든 정보도 거기에 있다”고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를 일단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 입국자를 차단해야 한다”고 외치던 분 중에 지금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은 한 분도 없죠?”라고 물은 뒤 “여기서 그들의 주장이 순수한 의학적 판단이 아닌 불순한 정치적 주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정당이나 당파적인 언론사의 주장을, 질병관리본부나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일하는 분들의 판단보다 더 신뢰해야 할 이유를 저는 아무 데서도 보지 못한다”며 “정부가 선거 때문에 이분들의 의학적 판단을 정치적으로 왜곡시키려 했다면 모를까. 그땐 나부터 가만 안 있겠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우한폐렴’에 ‘대구폐렴’으로 맞서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저쪽이나 사태를 어떻게든 총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는데, 거기에 시민들까지 놀아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며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이번 사태로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는 서민들”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사태의 조속한 수습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알려주는 행동수칙을 철저히 따르고, 자영업자 등 지금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동료 시민들을 어떻게 도울지 함께 고민하자. 나뉘어 싸울 일이 아니라 합쳐서 이겨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 함께 이겨내자. 자영업 하시는 분들도 힘내라. 방역의 최전선에서 고투하는 모든 분께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며 글을 마쳤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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