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대진표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23일 당의 간판급 인물이 맞붙거나 상징적 의미가 큰 격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격전지 민심은 주변 지역의 분위기를 이끌고 해당 정치인의 다음 행보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여야는 현역 의원 물갈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 총선 대진표 속속 확정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이낙연 전 총리와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빅 매치’가 성사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역 내 경제적 편차가 크고 정치성향도 달라 16∼18대 총선에서는 보수 정당이, 19·20대에는 민주당이 당선됐다. 잠룡들의 대결이어서 총선 결과에 따라 2022년 대선 구도가 달라진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통합당의 또 다른 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서울 광진을 승부도 뜨거워졌다. 광진을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한 민주당 텃밭이다. 오 전 시장은 1년 전부터 이 지역을 다지며 재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 황 대표보다 오 전 대표의 당선을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지닌 오 전 대표는 중도를 끌어안을 품이 더 커 우리로선 맞붙기 까다로운 상대”라고 말했다.
통합당의 ‘한강 벨트’ 요충지인 서울 동작을도 주요 격전지로 꼽힌다. 통합당은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나경원 의원을 단수 공천했고 민주당은 전략 지역으로 분류했다. 민주당 영입인재인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기 남양주병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과 ‘조국 사태’를 평가받는 상징적 지역구로 부상했다. 지난해 ‘조국 저격수’로 인지도를 높인 통합당 주광덕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용민 변호사를 전략공천했다.
◆정치 불신 여론에 신진 영입
민주당과 통합당은 총선 승리를 위한 현역 물갈이와 컷오프(공천 배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통합당의 현역 자르기가 더 매섭다. 통합당은 지역구 의원 3분의 1을 포함한 현역 50% 이상 교체를 공언한 뒤 현재까지 지역구 101명 중 24명이 불출마했거나 컷오프당했다. 지난 21일에는 윤상현(3선), 이혜훈(3선), 이은재(재선) 등 3명 의원이 컷오프됐다. 인적 쇄신 바람을 일으켜 민주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은재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하지만 당의 결정은 지금 온 국민이 우려하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에 백의종군의 자세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교체비율은 이보다 낮은 상태다. 당이 인위적 물갈이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혁신 분위기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민주당의 불출마 의원은 무소속 문희상 국회의장을 포함해 20명, 컷오프는 3명이다. 그나마 불출마 의원 중 5명은 현직 장관이다. 영입인재 배치 등을 고려해 추후 전략공천이 더 늘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에 따른 비례의석 축소에 대응해 위성정당 창당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거대 정당의 비례의석 감소가 불가피한 새 선거제 효과를 무력화하기 위해 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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