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입원 중이던 54세 여성은 확진판정을 받고 음압병실로 이송된 뒤 숨졌다. 만성 폐렴을 앓던 이 환자는 전날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고, 대구·경북 음압병실이 부족해 구급차로 같은 날 오후 2시30분쯤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3시간 뒤쯤 부산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이송 중 상태가 나빠졌다. 이 환자는 심폐소생술 등을 했지만, 오후 6시쯤 끝내 사망했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음압병상이 턱없이 모자라 아우성이다. 음압병상은 기압을 바깥보다 낮춰 환자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등 추가 감염 방지에 필수적이다.
23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국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161실 198병상(민간 포함 시 755병실 1027병상)이다. 22일 오전 기준 57.8%가 확진·의심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의 사정은 심각하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대구 확진자는 전날 오후 4시보다 93명이 늘었다. 경북도 역시 전날보다 25명 더 늘었다. 대구지역 종합병원에 마련된 음압병상은 65개이고, 이 중 40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미 꽉 차 빈 병상이 없다. 경북지역은 7병상으로 초라한 수준이다. 충북과 부산도 병상이 꽉 차 환자를 받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자체 등은 감염 우려에도 확진자를 집에서 대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에서는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적게는 20여 시간에서 많게는 40∼50여 시간씩 집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은 추가 병상 확보에 분주하다. 대구시는 급증하는 환자들의 격리치료를 위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246병상, 대구의료원 274병상을 확보해 치료할 예정이다. 17개의 음압병상이 있는 제주도는 지역 확산에 대비해 제주대병원 4층 다인실을 1인실로 개조하는 방법 등으로 35병상을 확보했다.
확진자를 진료할 의료진도 태부족이다. 대구의료원의 경우 음압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돌볼 감염내과 의사가 단 한 명뿐이다. 이런 상황에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거나 확진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내 확진자가 다녀간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남대병원 등의 응급실은 폐쇄된 상태다. 시설 소독 등의 방역 조처는 끝났지만, 환자가 접촉한 의료진은 14일간 자가격리가 필요한 만큼 당장 진료 재개는 어려워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의료진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 101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울산·대구·대전·제주·전북=이보람·김덕용·임정재·임성준·김동욱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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