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교활동마저 무산시켰다.’
23일 오전 광주 북구 한 대형교회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평소 일요일 같으면 예배를 보러 온 신도들로 북적거렸겠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전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일 예배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미처 보지 못한 일부 신도는 교회 문에 내걸린 안내문을 보고서야 발길을 돌렸다. 이 교회는 다음 달 7일까지 예배당에서의 예배를 중단하고 가정예배로 대체했다. 사실상 2주간 교회에서 예배를 포함한 각종 모임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교회 관계자는 “교회 건립 이후 예배를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역 주민들과 교인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각 종교와 교단을 불문하고 전국의 상당수 교회와 성당, 사찰 등은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이는 모든 공적인 예배와 모임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각 교회의 형편에 맞게 예배를 축소·조정하고 각종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또 예배당 소독과 예배 중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록교인 외 교회 출입자 신분 확인 등을 당부했다.
상당수 교회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입구에서 일렬로 서서 손 소독제를 바르고 교회에서 지급하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 전국의 많은 교회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예배를 대신했다. 전북 전주 한 교회는 정해진 예배시간에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부산의 한 대형교회도 이날부터 교회 잠정폐쇄를 결정하고 각 가정에서 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으로 예배를 봤다. 부산 확진자 8명이 동래구 온천교회 연관자로 확인된 영향도 있어 보인다. 부산의 첫번 째 확진자가 지난 19일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한 이후 7명의 확진자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코로나19 확진 신도가 폭증하고 있는 신천지 측이 신도들에게 ‘일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라’고 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자 일부 개신교 교회 주변에는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광주 동구 한 교회는 예배당 입구에서 신자들의 교구 소속과 거주지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입장 스티커를 발부했다. 신분이 확인된 신도라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예배당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신자들은 예배당 입장 때 열감지장치를 거치면서 발열 상태까지 확인받았다.
신천지교인과 관련한 위장잠입 논란이 불거지자 신천지 총회본부는 이날 홈페지를 통해 “일반 교회와 성당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이른바 ‘추수꾼 포교’는 3년 전부터 없앴다”고 공지했다.
이날 각 교회와 성당, 사찰 등 예배 참석자는 평소보다 한참 못 미쳤다. 서울 명동성당 관계자는 “예배 참석자가 평소의 반 이상으로 줄었다”며 “당분간 신도들에게 집에서 기도하거나 선행하는 것으로 주일 미사를 대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아예 다음 달 5일까지 미사를 비롯한 모든 모임을 중단키로 하고, 신도들에게 긴급공지문을 보냈다. 광주대교구의 미사가 중단된 것은 1937년 교구 창설 이래 8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니거나 방문했던 교회와 성당은 예배당을 봉쇄하고 소독작업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들도 법회와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종단의 긴급지침에 따라 주요 법회를 취소했다. 화엄사는 매월 음력 초하루에 여는 법회 등 정기법회를 취소했다. 또 감염 예방을 위해 대중 공양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광주=글 사진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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