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2·20 부동산대책은 지난해 12·16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규제 강도를 조정한 게 내용의 골자다.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경기 수원 등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대출까지 옥죄어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뒤 나온 ‘뒷북 대책’에다가 규제 강도도 예상보다 낮아 제2, 3의 풍선효과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추가 조정대상지역에 경기 수원의 권선·영통·장안구와 함께 인근의 안양 만안구, 의왕이 포함됐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 중 용인과 성남은 이미 대부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추가 규제는 받지 않게 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로 제한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50%가 적용된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의 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 요건도 강화한 것은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분류돼 있던 수원 팔달구와 용인 수지·기흥구, 성남 지역도 최근 주택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해왔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수원 팔달구 아파트값은 지난주(10일 기준) 2.04% 뛴 데 이어 이번주(17일 기준)에는 1.81% 올랐다. 이번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안양시 만안구와 의왕시는 이번주 각각 0.46%, 0.38% 상승했다. 안양동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79㎡는 이달 11일 거래가가 5억8000만원이었는데, 현재 호가가 6억3000만∼6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과열현상이 반복된 조정대상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상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2·20 대책에서는 빠졌다. 총선이 2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의식해 규제 수위를 조절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여당은 지난 16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지역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뜻을 청와대와 정부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지역보다 대출 규제가 엄격해서 LTV 40%를 기본 적용하고,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은 아예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반응만 뒤쫓아가는 식의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을 찾아 규제를 추가해봤자, 영향권 바깥의 지역으로 다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가 19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금까지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을 자인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라며 “제2, 3의 풍선효과가 나오면 그걸 노린 투기세력만 이득을 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포함된 조정대상지역은 물론 비규제지역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투기성 불법 거래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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